대법 “의료법인으로 병원 운영한 비의료인, ‘유령법인’ 등 악용 시 처벌”

송원형 기자 2023. 7. 17.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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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을 통해 병원을 운영했을 경우, 실체가 없는 ‘유령법인’을 만들어 악용하거나 법인 재산을 부당하게 유출한 경우에 한해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17일 의료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비의료인이면서 2009년 형식적으로 의료법인 설립 허가를 받은 다음, 해당 법인 이사장으로 취임해 병원을 운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뉴스1

의료법에 따르면 비의료인은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의 개설·운영 등에 필요한 자금을 법인에 출연하는 것이 허용되고, 법인 이사 등의 자격으로 의료기관 개설·운영 관련 의사 결정과 업무 집행에 참여할 수 있다.

대법원은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관리, 개설 신고, 의료업의 시행, 자금 조달, 수익 귀속 등을 주도적으로 처리했다면 실질적으로 법을 위반해 병원을 개설·운영한 것’에 대해 유죄로 판단한 기존 판례를 유지한다면,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비의료인이 개설 자격을 위반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했다고 판단하려면 비의료인이 외형상 형태만을 갖춘 의료법인을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해 적법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것처럼 가장했다는 사정이 인정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비의료인이 실질적으로 재산 출연이 이뤄지지 않아 실체가 인정되지 않는 의료법인을 의료기관 개설·운영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거나, 의료법인의 재산을 부당하게 유출해 의료법인의 공공성·비영리성을 일탈한 경우를 제시했다.

이어 대법원은 A씨에 대해 “실체를 갖추지 못한 의료법인을 악용했다거나 의료법인 재산을 부당하게 유출했는지에 대한 추가적인 심리·판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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