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우유 1ℓ 3000원 시대 오나…美·日보다 비싼 韓우윳값 왜?

김혜경 기자 2023. 7. 17. 18:4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용도별 차등가격제' 올해부터 도입 시행
올해 원유가 ℓ당 69~104원 인상될 듯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낙농가와 유업계로 구성된 낙농진흥회 소위원회는 원유 가격 인상률을 두고 17일과 19일 두 차례 협상에 나선다. 올해는 원유 L당 69∼104원 범위에서 가격 인상 폭이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 우유 매대의 모습. 2023.07.17.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올해 원유(原乳) 가격이 역대 최대 폭으로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우유를 주재료로 하는 빵과 커피 등 관련 제품 가격이 연쇄적으로 오르는 '밀크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낙농가와 유업체 간 원유가격 협상 결과는 오는 19일 나올 예정이다. 기한 내 협상이 마무리 되면 내달 1일부터 우유 가격이 상승할 전망이다.

올해 원유 가격은 ℓ당 69∼104원 범위에서 인상 폭이 정해질 전망이다. 최저선인 69원 오른다고 해도 원유값 상승 폭은 2년 연속 최대 폭을 경신하게 된다. ℓ당 원유 가격은 2018년 4원, 2021년 21원, 지난해 49원 오른바 있다.

지난해 원유 가격이 ℓ당 49원 올랐을 때 우유업계는 우유 가격을 약 10% 올린 바 있다. 이에 지난해 말 흰우유 1ℓ 소비자 가격은 2800원 안팎으로 인상됐다. 올해는 인상폭이 더 커질 전망으로, 흰우유 가격은 1ℓ들이가 3000원을 넘길 전망이다.

이같은 국내 우유 가격은 해외와 비교해도 비싸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국제 물가비교 사이트 넘베오(Numbeo)에 따르면, 흰우유 리터당 소비자가는 한국(2747원)이 전 세계 5위로, 일본(1801원), 영국(1732원), 미국(1310원)보다 비싸다.

저출산으로 우유 수요가 감소하는데 우유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것은 시장 왜곡이란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 2년간 생산자·수요자·소비자 등 각계와의 논의를 통해 생산비 증감만 반영해 원유가격을 결정하던 기존의 생산비 연동제를 폐지하고, 생산비와 우유 소비시장 상황을 반영해 원유가격을 결정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올해부터 도입해 시행 중이다.

기존의 생산비 연동제에서는 생산비가 증가하면 원유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었지만,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소비 시장이 악화되면 생산비가 뛰더라도 원유가격을 내릴 수 있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지난해 우유 생산비가 2021년 대비 ℓ당 115.76원 올랐지만 올해 원유가격은 ℓ당 69~104원 범위 내에서만 인상할 수 있다"며 "기존의 생산비 연동제를 적용한다면 올해 원유가격은 최대 ℓ당 127원 인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원유 가격 인상 전망에 유업계의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라면 가격 인하에 이어 우유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면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7일 서울우유, 매일유업, 남양유업, 빙그레 등 유업체 10여 곳을 불러 제품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했다.

유업계는 물가안정이라는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우유가격 인상 자제 요구에는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원유 가격이 인상되면 우윳값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게 유업계의 견해다.

유업계 관계자는 "원유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반영하지 않는다면 적자를 내고 팔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우유 가격 이전에 원유 가격 인상폭을 낮춰야 하는 게 순서"라고 했다.

또 다른 유업계 관계자도 "흰우유 제품은 마진이 거의 없어 원유 가격이 오르면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다"며 "낙농가가 먼저 원유 가격 인상폭을 낮춰야 우유 가격에 반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식품 제조 업종별 원재료의 제조원가 비중은 53.8~78.4%로 유가공품과 아이스크림류를 제외하면 주요 식품류의 국산 우유 사용률이 낮아 원유가 인상이 가공 식품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게 정부 주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지역의 소규모 카페나 베이커리 등 상당수 외식 업체는 국산 유제품을 사용하는 경우 수익이 낮아 이미 저렴한 멸균유 등 수입산 유제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한편 매일유업은 다음달 1일부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컵커피 14종의 가격을 평균 5.1% 인하하기로 했다.

주요 제품인 매일 카페라떼마일드컵(220㎖) 등 3종 가격은 기존 2200원에서 2100원으로 각각 100원(4.5%), 바리스타에스프레소(250㎖) 등 제품 5종은 각각 2700원에서 2600원으로 100원(3.7%) 인하한다.

기존 3200원이었던 바리스타바닐라빈라떼(325ml) 등 6종 가격은 3200원에서 3000원으로 200원(6.3%) 내린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최근 국제 커피 원두 가격이 안정화 돼 고객 부담을 줄이는 차원에서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며 "정부의 우윳값 인하 압박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kim@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