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 타운’으로 변신한 美 마이애미… 입단식에 염소 등장한 이유는?

류재민 기자 2023. 7. 17.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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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플로리다주 포트 로더데일의 DRV PNK 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시 입단식에 살아있는 염소를 들고 온 마이애미 축구단 '인터 마이애미' 어린이 팬들. 스포츠 팬들 사이에서 염소를 뜻하는 영어 단어 GOAT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Greatest Of All Time)의 줄임말로 사용된다./트위터

역대 최고의 축구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리오넬 메시(36·아르헨티나)가 플로리다주(州) 프로축구팀 인터 마이애미에 16일 공식 입단하면서 ‘축알못(축구를 알지 못하는)’이던 미국 해안 도시에 축구 열풍이 불고 있다.

마이애미는 프로농구(히츠), 야구(말린스), 미식축구(돌핀스) 등의 유명 팀이 포진한 도시로 축구에 대한 관심은 미미했다. 그런데 지난해 평생의 숙원이던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메시가 올해 유럽 리그를 떠나 마이애미에 입단하게 되면서 마이애미가 갑자기 축구 팬들의 성지(聖地)로 등극했다.

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한 수퍼마켓에서 쇼핑하러 왔다가 팬들에게 둘러싸인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트위터

무심했던 마이애미 시민들도 열기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메시 이름을 딴 맥주부터 햄버거·샌드위치 세트가 연이어 출시되고 있고, 메시의 입단을 환영하는 대형 벽화까지 그려졌다. 메시가 홍보대사로 있는 글로벌 레스토랑 체인점 ‘하드락 인터내셔널’은 메시의 미국 진출을 기념해 ‘메이드 포 유 바이 레오 메시’라는 이름의 치킨 샌드위치를 출시했다. 메시가 좋아하는 아르헨티나 전통음식 밀라네사(빵가루를 입힌 고기튀김)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메뉴로, 광고에서 메시가 요리사 복장을 입고 나타나 화제가 됐다. 마이애미 지역의 식당 ‘라 비라’ 역시 버거 신메뉴 ‘메시’를 출시했다. ‘벽화 거리’로 유명한 마이애미의 윈우드 지역에는 거대한 메시 벽화가 그려졌다. 구단주인 데이비드 베컴이 직접 크레인을 타고 올라가 벽화 그리기에 동참하기도 했다.

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지역 주류 회사인 '프리즌 팔스 브루어리'에서 메시의 마이애미 입단을 기념해 출시한 '고트(GOAT)' 맥주. '고트'는 'The Greatest Of All Time'(역사상 최고)의 앞글자를 딴 말로, 메시가 시공을 초월한 최고의 축구선수라는 뜻을 담았다. /AP 연합뉴스

메시 입단 소식이 전해진 뒤 마이애미 구단의 소셜미디어 팔로어가 하루 200만명씩 늘었다고 한다. 2026년 캐나다·멕시코와 함께 월드컵을 공동 개최하는 미국으로서는 최고의 흥행 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지역 유력 일간지 마이애미 헤럴드는 메시를 ‘메시아’, ‘구세주’로 칭하면서 “폭풍우와 번개도 그의 입단 경축 분위기를 꺾지 못했다”고 전했다.

인터 마이애미 구단주 데이비드 베컴의 아내 빅토리아 베컴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 데이비드 베컴이 리오넬 메시의 벽화 앞에 크레인을 타고 올라가 셀카를 찍고 있다./인스타그램

미국에서는 주로 축구가 어린아이나 여자들이 하는 운동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전반적인 인기는 낮지만 MLS(미 프로축구리그)는 로타어 마테우스, 스티븐 제라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등 유럽에서 활약하던 ‘왕년의 스타’들을 모셔오는 방식으로 지속적으로 화제를 키웠다. 2004년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로 축구를 꼽은 미국 사람들은 전체 약 2%에 불과했지만, 작년 이 수치는 9%를 기록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잘생긴 외모와 뛰어난 패션 감각으로 ‘축구계의 아이콘’이라 불렸던 잉글랜드의 데이비드 베컴(현 인터 마이애미 구단주)이 2007년 미국으로 건너온 것이 축구의 인기를 끌어올린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 여기에 더해 유럽과의 시차와 중계 문제 등으로 그간 쉽게 접하기 힘들었던 메시의 현란한 경기를 직접 볼 수 있게 되면서 축구의 인기가 급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터 마이애미는 현재 MLS 동부 콘퍼런스 15개 팀 중 최하위로 성적은 바닥을 치고 있는데, 메시가 이 성적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리오넬 메시(왼쪽 두 번째)가 16일(현지시각) 미 플로리다주 포트로더데일의 DRV PNK 스타디움에서 등번호 10번의 유니폼을 들고 미국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 인터 마이애미 입단식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한편 16일 입단식엔 팬들이 데려온 살아있는 염소가 화제가 됐다. 스포츠 팬 사이에서 염소를 뜻하는 영어 단어 ‘고트(GOAT)’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The Greatest Of All Time’의 머릿글자를 딴 말)’란 말로 쓰인다. 메시를 축구계의 ‘고트’로 추앙하는 이들이 산 염소를 경기장에 데려온 것이다. 올해부터 10년 동안 MLS의 중계권을 획득한 ‘애플TV’는 메시의 입단식을 기념해 마이애미 전역의 전광판에 ‘염소가 애플TV에 온다’는 이미지를 올리며 분위기를 띄웠다. 마이애미의 지역 맥주 회사인 ‘프리즌 팔스 브루잉 컴퍼니’는 메시의 등번호 10번이 전면에 인쇄된 ‘GOAT’라는 이름의 캔맥주를 출시했다. 분홍색 캔과 검은색 글꼴은 인터 마이애미의 유니폼을 형상화한 것이다.

NBA 팬들 사이에서는 마이클 조던과 르브론 제임스 중 누가 역대 최고의 선수인지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뉴욕 닉스 팬페이지 '더 스트릭트랜드'의 칼럼 코너 '마크리의 편지'에 사용된 이미지. /더 스트릭트랜드

‘고트가 누구인가’는 미 사회의 가장 큰 논쟁 중 하나다. 지금 최고인 선수뿐 아니라 역사를 통틀어 최고여야 하기 때문에 팬들 사이에 이견이 많다. 축구만 하더라도 현역 중엔 메시가 ‘고트’라는 여론이 대세이지만 많은 이들은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 1960~2020)가 압도적 우위라고 반박한다. NBA(미 프로농구)의 경우 마이클 조던 파와 르브론 제임스 파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종목을 모두 합친 ‘고트 논쟁’엔 타이거 우즈(골프), 톰 브래디(미식 축구) 등의 팬들까지 가세해 소셜미디어와 방송 토론 등에서 진지하게 격론을 벌이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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