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선진국선 좋다고 난리인데…한국은 병원도 환자도 거부, 왜?
재진 여부를 환자 본인이 입증하고 의료기관이 관련 서류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일부터 처방약을 받기 위해 환자가 약국에 직접 가야하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이대로 가다간 8월 계도기간 종료와 함께 비대면진료 산업 자체가 없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7일 원격의료산업협의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운영 중인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불편센터’에 접수된 의견은 지난 16일 기준 약 900건에 달한다. 가장 큰 불만사항은 초·재진을 가르는 데서 오는 번거로움이다. 산업계에 따르면 비대면진료를 받으려는 환자는 30일 내 동일 질병코드로 동일 병원에 방문했다는 서류를 미리 마련해 플랫폼에 업로드하거나 영상통화 시 직접 들고 증명해야 한다. 이 자체도 불편한 데다 해당 서류의 진위 여부를 의료기관이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는 점도 난관이다.
많은 병의원들은 이런 절차가 번거롭다는 이유로 환자들의 진료 요청 자체를 거절하고 있다. 전남 소재 내과 전문의는 “진료 요청이 종종 오지만 재진인지 100% 구분할 방법이 없어 대부분 취소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예외적 초진허용에 해당하는 환자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65세이상 중 거동불편자나 장애인, 섬벽지 거주자 등은 초진도 비대면진료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해당 자료를 제출하고 검증하는 작업이 까다로워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다. 충청도에 거주하는 40대 여성은 “장애가 있는 아이인데 소아과 3곳에서 등록증을 확인도 안하고 무조건 접수 취소했다”며 “정부가 개선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섬벽지 기준도 모호하다. 강원도에 거주하는 30대 남성은 “인구 15만 시골인데 섬벽지로 분류되지 않아 신경정신과 진료를 받는 게 어려워졌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복지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의료기관에서 환자의 주민번호를 입력하면 재진 여부를 알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계도기간 3개월 중 절반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시작 시점은 불분명한 상황이다. 또 심평원에서 환자의 재진 여부를 알려면 각 병의원이 의무기록을 매일 서버에 등록해야 하는데 현재 일 단위로 행정처리하는 의료기관이 없다는 점 역시 문제로 꼽힌다. 의료계 관계자는 “번거로운 작업이라 보통 월 혹은 분기 단위로 몰아서 환자 기록을 심평원에 넘긴다”며 “만약 정부가 일 단위로 처리하도록 강제하면 의료기관은 주저없이 비대면진료 포기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아환자의 의료공백 문제도 심각하다. 나만의닥터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절반에 가까운 소아환자들이 진료를 거절당했다. 특히 야간의 경우 아이들이 고열에 시달려도 의사와 상담만 가능할 뿐 해열제를 처방받을 순 없는데 이런 점이 보호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경남 소재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밤에 처방이 안된다는 데에 보호자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아 심적으로 고단해 야간진료를 접었다”고 말했다.
약 배송도 대표적인 불만 사항으로 꼽힌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30대 여성은 “비대면진료 후 근처 약국 10곳에 처방전을 보냈더니 ‘해당 성분 없다’며 모두 조제를 거부했다”며 “먼 곳에 있는 약국에까지 전화해 약을 지어달라고 읍소해야 했는데 이런 불합리를 왜 감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국내 비대면진료의 명맥이 남은 계도기간에 달려있다고 입을 모은다. 진료를 신청하는 건 환자의 권리고 진단을 내리는 건 의사의 재량이기 때문에 이용자들에게 판단과 책임을 맡기는 방향으로 정부가 개선안을 내놔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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