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에 한번, 112에 또 한번… 안전 대책·차량통제 요청 두 번 뭉갰다 [전국 ‘물폭탄’]

윤교근 2023. 7. 17.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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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와 관련해 관계 기관들은 엇갈리는 주장만 반복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사고가 일어난 직후부터 줄곧 "지하차도는 터널 중앙에 50㎝ 이상(예상 침수 높이) 물이 차면 통제하는 게 지침인데 사고 직전에도 터널 안에 물 자체가 없었다"며 "제방이 무너지면서 물이 순식간에 들어와 교통을 통제할 겨를이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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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30분 ‘오송 비극’의 시간
당일 오전 6시34분 흥덕구청에 통보
소방 “범람” 보고도 도청과 공유 안해
무너진 임시제방 근무자가 112 신고
사고 터지자 구청 “통보 못 받아” 발뺌
하루 만에 “당직직원이 접수” 말 바꿔
CCTV로 상황 보던 도로관리사업소
사고나기 5분전에 현장으로 출동해
3곳서 책임 외면하는 동안 13명 참변

“계획홍수위를 넘을 것이라 예상 못했다.”(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충북도가 관리해 통제하지 않았다.”(충북 청주시 흥덕구)

“연락받은 거 없다.”(충북도도로관리사업소)

14명 사망이 확인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와 관련해 관계 기관들은 엇갈리는 주장만 반복했다. 지하차도 사고는 인재라는 비판 목소리가 크지만 다른 행정기관에 책임을 미뤘다. 궁평2지하차도는 2019년 11월 행복청이 1420억원을 들여 건설했다. 지방도 508호선으로 오송읍과 청주공항을 연결하는 왕복 4차선 길이 685m로 터널 높이는 4.7m다.
실종자 도보 수색 미호강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7일 해양경찰 등 구조대원들이 허리까지 차오른 진흙탕물을 헤치며 도보 수색을 하고 있다. 이날 오후 10시 기준 궁평2지하차도 사고로 인한 누적 사망자는 14명, 침수 차량은 17대로 확인됐다. 청주=연합뉴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은 이렇다. 금강홍수통제소는 사고 당일 오전 4시10분 홍수경보를 발령했다. 오전 3시쯤 미호강 수위가 홍수주의보 기준 7m를 넘어서는 등 급격히 물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5시엔 청주시 미호천교 지점 수위표 기준 8m 내외를 기록했다. 금강홍수통제소는 오전 6시34분 흥덕구에 전화로 주민 피해 등 대책 필요성을 요청했다. 오전 8시45분엔 미호천교 인근 제방이 유실되면서 지하차도로 순식간에 물이 찼다. 차량이 침수되며 참사가 발생했다.

금강홍수통제소는 사고 당일 오전 6시34분 청주시 흥덕구청에 전화를 걸어 “안전대책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흥덕구청에선 오전 6시36분 청주시 하천과와 오전 6시39분 안전정책과에 이런 내용을 통보했다. 애초 흥덕구는 “아무런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가 “밤을 새우고 퇴근했던 직원에게 전화를 받았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전날의 말을 수정했다. ‘책임 회피성’ 대응이었다.

소방 당국엔 사고 당일 오전 7시51분쯤 “미호강 제방이 유실될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에 오전 8시3분쯤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은 “제방 둑이 무너져 미호강이 범람하고 있다”고 소방상황실에 전파했고, 상황실은 이 사실을 청주시 당직실에 통보했지만 이 역시 도로 관리 주체인 충북도로는 전달되지 않았다.

유실된 제방은 지난 7일까지 임시 공사를 한 곳이다. 공사는 행복청이 발주했다. 행복청 관계자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사고 당일) 홍수주의보에서 홍수경보로 바뀌면서 보강공사로 모래성을 쌓았고 이게 유실되면서 강물이 넘쳐흘렀다”고 설명했다. 행복청 관계자는 “(15일) 임시 제방 보강공사 감리단장이 비상근무 중에 공사 현장 제방으로 물이 넘치는 것으로 보고 112 상황실로 전화해 교통 통제 요청을 했다”고 주장했다.
국무조정실도 “오전 7시2분과 오전 7시58분 두 차례 걸쳐 오송읍 주민 긴급 대피와 궁평 지하차도 긴급 통제를 요청하는 112 신고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궁평 지하차도 침수 신고가 접수돼 청주시 재난상황실에 무전으로 통보했고 흥덕경찰서에 출동 지시를 내렸다”며 “당시 파출소 직원 3명이 근무 중으로 2명은 쌍청리 교차로 침수 현장에서 상황을 정리하고 있었고 1명을 궁평1지하차도로 보냈다”고 했다. 그는 “112상황실에 행복청 관계자라는 말도 없었고 그냥 ‘궁평 지하차도’라고만 전해 통상적인 궁평1지하차도로 출동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이 궁평2지하차도에 도착한 것은 오전 9시1분이었다.
지난 15일 오전 8시40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를 미호강에서 범람한 흙탕물이 주위를 삼킬 듯한 기세로 덮치고 있다. 평소 1분이면 족히 지나가는 지하차도엔 버스 등 최소 15대의 차량이 흙탕물 침수로 갇혀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충북도 제공
충북도도로관리사업소 관계자는 “CC(폐쇄회로)TV를 모니터링하다 오전 8시40분 현장으로 출동했다”고 밝혔다. 이어 “홍수경보가 있다고 해서 주 도로를 매번 통제할 수 없다. 그러면 교통 혼란이 심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재난 대응 매뉴얼도 혼선을 빚고 있다. 충북도 관계자는 사고가 일어난 직후부터 줄곧 “지하차도는 터널 중앙에 50㎝ 이상(예상 침수 높이) 물이 차면 통제하는 게 지침인데 사고 직전에도 터널 안에 물 자체가 없었다”며 “제방이 무너지면서 물이 순식간에 들어와 교통을 통제할 겨를이 없었다”고 말했다. 확인 결과 이는 재난 대응 매뉴얼 책자 등에 나오지 않았다. 도 관계자는 “수면 50㎝ 예상 침수 높이는 책자 등이 아닌 도가 자체적으로 정한 기준 매뉴얼”이라고 말했다.

청주=윤교근 기자 sege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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