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른 퇴직 후 저질 일자리 전전… 생활고 시달리는 ‘고단한 노년’ [심층기획-실버 푸어 시대 경고음]
공적연금 보장수준 턱없이 낮고… 자식 도움은 ‘언감생심’
55∼64세 취업자 34%가 비정규직
수입 중 공적연금 차지 비중 29.7%
獨 83%·濠 65%·美 64.8%과 격차
65세 이상 노인 소득 중 용돈 비중
2011년 9.5%→ 2020년 5.6% ‘뚝’
베이비붐 세대 은퇴 본격 접어들어
“기초연금·고용정책 강화해야” 지적
노인 10명 중 6명 가까이는 시장소득 기준으로 빈곤층이라는 뜻이다. 시장소득은 근로·사업·재산소득에 용돈 등 사적이전소득을 더한 뒤 사적이전지출을 뺀 것을 말한다. 노인빈곤율은 노인 인구 중 중위소득(한 줄로 세웠을 때 한가운데 위치한 소득)의 50% 이하인 사람의 비율을 의미한다. 2011년 빈곤율이 56.9%인 점을 감안하면 최근 10년간 노인빈곤 문제는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시장소득 기준 노인빈곤율이 악화하고 있는 반면 가처분소득 노인빈곤율이 하락하고 있는 것은 정부 지원을 제외한 상황에서 노인빈곤율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일각에선 노인의 교육수준 및 건강수준 향상, 경제활동 확대로 빈곤이 자연스럽게 완화되기를 기대하지만, 2010년대 노인 시장소득 빈곤의 정체·악화는 이 같은 낙관적인 전망이 실현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선진국과 비교가 의미 없을 정도로 격차가 크다. 2019년 기준 한국 노인빈곤율은 43.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3.5%)보다 3.2배 많은 1위였다.
◆‘이른 은퇴→불안정 노동→빈곤층 추락’
노인빈곤은 왜 지속될까. 원인은 복합적이다. 지난해 9월 OECD가 공개한 ‘한국 연금 시스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은 50대 초·중반 주된 직장에서 은퇴한 뒤 고용 안정성과 소득수준이 보장되지 않은 질 낮은 일자리를 전전하면서도 OECD 평균보다 늦은 나이까지 일을 하는 고단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통계청 조사 결과 55~64세(2022년 기준) 대상 설문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에서 그만둘 당시 평균연령’은 49.3세(남자 51.2세, 여자 47.6세)였다.
고령층이 불안정한 일자리라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건 국민연금 등 정부가 지급하는 복지혜택을 수령할 때까지 소득 공백이 생기기 때문이다. 지난해 퇴직한 김모(61)씨는 “건설 관련 경력이 제법 돼 재취업이 쉬울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었다”면서 “아이 결혼자금 등 앞으로 나갈 돈이 많은 상황에서 생활비라도 벌기 위해 편의점 자리라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등 각종 연금이 고령층 소득수준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면서 고령층 취업기간은 길어질 대로 길어진 상태다. 이른바 ‘강요된 노동’을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OECD는 한국의 65~69세의 경우 49% 정도가 취업한 상태인데, 이는 OECD 평균(23%)보다 2배 이상 높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70~74세의 고용률은 37%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노인빈곤율이 낮은 국가와 소득수준을 비교하면 한국 노인들의 빈곤 원인은 명확해진다. 국민연금연구원의 ‘노인빈곤 실태 및 원인 분석을 통한 정책방향 연구’에 따르면 2016년 한국 노인의 빈곤율은 46.93%로 호주(2014년·26.61%), 캐나다(2017년·12.57%), 독일(2018년·9.35%) 등과 격차가 컸다. 격차가 벌어진 가장 큰 원인은 소득 비중이 달랐기 때문이다. 한국 노인은 소득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42.8%로 조사대상 9개국 중 가장 컸다. 하지만 공적연금 비중은 2016년 기준 29.7%로 호주(65.2%), 미국(64.8%)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고, 독일(83%)과는 비교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자녀들로부터 받는 용돈 등 사적이전소득을 점점 기대하기 힘들어진 점도 문제다. 65세 이상 노인의 소득 비중 중 사적이전소득은 2011년 9.5%에서 2020년 5.6%로 감소했다. 서울 불광동에 살고 있는 이모(60)씨는 “경제도 힘든데 (자녀로부터의) 용돈은 아예 포기했다”면서 “힘들어도 내 힘으로 생계를 해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재정정책연구실장은 “현 세대 노인들은 국민연금 소득이 낮기 때문에 사적연금이나 다른 소득이 없는 분들을 중심으로 기초연금을 강화해 최소한의 노후생활이 가능하도록 해야 하고, 적정 노인일자리를 통해 소득이 늘어나도록 해야 한다”면서 “중장년층이나 베이비붐 세대는 국민연금 수준이 높아지는 것에 맞춰 기초연금의 역할을 축소하는 대신 자기 경력이나 기술로 경제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괜찮은 일자리를 더 만들어야 노인빈곤 문제가 완화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채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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