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흑해 곡물협정 이행 종료, 우리 농산물 수출 허용하면 연장”

파리/정철환 특파원 2023. 7. 17.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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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오데사주(州) 이즈마일 항구에서 인부들이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화물선에 적재하고 있다. 러시아는 17일(현지시각) '흑해 곡물 협정'의 만료에 따른 종료를 선언했다. /연합뉴스

러시아가 17일(현지시각)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보장하는 ‘흑해 곡물 협정’의 이행 종료(終了)를 선언했다. 지난 5월 18일 60일간 연장된 협정이 이날 만료됨에 따른 것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오늘부로 흑해 곡물 협정은 사실상 효력이 없어졌다”며 “아쉽게도 이 협정에서 러시아가 관련된 부분(러시아산 곡물과 비료 수출 허용)이 실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흑해를 봉쇄했다. 이후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이 막히면서 국제 밀 가격이 폭등하고, 중동·아프리카 저개발국에선 식량난이 초래됐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 기준 세계 옥수수 수출량의 12%, 밀 수출량의 9%를 차지하는 농업 대국이다. 이로 인해 국제사회의 비난과 압박이 커지자, 러시아는 지난해 7월 튀르키예와 유엔의 중재로 이 협정을 맺고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더불어 러시아산 곡물과 비료도 함께 수출키로 했다.

러시아는 이후 한 번에 2~4개월씩, 총 4차례 이 협정을 연장해 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러시아산 곡물과 비료 수출 재개가 서방의 비협조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협정 탈퇴를 계속 위협해 왔다. 러시아가 주장하는 이유는 대러 제재로 러시아 은행들의 국제 자금 거래가 막혔기 때문이다. 식량을 볼모로 잡은 러시아의 위협에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은 러시아 농업 은행 자회사를 통한 곡물·비료 수출 대금 결제를 터주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러시아는 마지막 극적 타결 여지를 남겨놨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러시아가 요구한 내용이 실행되면, 협정 연장과 그 이행에 즉각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년간 흑해를 통해 수출된 우크라이나산 밀과 옥수수, 보리 등의 물량은 총 3280만t, 하루 약 9만4000만t에 달한다. 러시아는 이전 협정 연장 때도 매번 “협정 이행 중단”을 언급하며 위기를 고조시켰다. 그러나 러시아가 협정 이행 중단을 넘어서 아예 파기를 선언할 경우, 지난해와 비슷한 국제 곡물가 급등이 닥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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