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왈리드 술탄 사우디 자치행정주택부 프로젝트 관리 총감독 | “한국 기업에 바라는 건 투자·기술이전 통한 일자리 창출”
현대건설이 6월 24일(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에서 50억달러(약 6조5625억원) 규모의 플랜트 건설 사업 수주에 성공하면서 ‘중동 특수’에 대한 기대감에 불을 지폈다. 일명 ‘비전 2030(Vision 2030)’이란 경제개혁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사우디는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차세대 제조업을 육성하기 위해 막대한 오일 머니를 쏟아붓고 있다. 비전 2030의 일환인 네옴(NEOM)시티 총건설 사업비만 따져봐도 1조달러(약 1312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그렇다면 사우디 시장 진출 기회를 노리는 한국 기업은 어떤 전략을 펼쳐야 할까.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만난 자치행정주택부(이하 주택부)의 왈리드 술탄(Waleed Sultan) 프로젝트 관리 총감독은 “품질과 가격의 균형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지 기업과 파트너십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한국의 국토교통부 격인 주택부는 사우디 주요 프로젝트 발주 기관 중 한 곳이다. 실제로 올해 3월엔 네이버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국가 차원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에 협력하기로 했다. 주택부에서 비전 2030의 주택 공급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술탄 총감독은 사우디 역시 한국이 자국의 경제 다각화를 위해 투자해 줄 것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기업이 사우디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현지 근로자에게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면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사우디 정부가 ‘비전 2030’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7년이 지났다. 지금까지의 진행 상황은 어떤가.
“2016년에 발표된 ‘비전 2030’은 지난 수년간 사우디의 경제와 사회 개혁을 주도해 왔다. 실제로 주목할 만한 진전이 있었다. 우선 석유 수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보다 다양한 경제를 촉진하기 위한 여러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게 ‘국가 산업 개발 및 물류 프로그램(NIDLP)’이다. NIDLP는 2030년까지 약 476조원을 투자해 공항, 항만, 철도 등의 인프라를 대거 확충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여기에 국영 석유 회사 아람코(ARAMCO)와 국영 화학 회사 사빅(SABIC)을 비롯해 에너지, 운송, 의료 등 다양한 부문의 여러 국영 기업을 민영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사우디에 직접 와보니, 사회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보인다.
“맞다. 비전 2030을 통해 경제개혁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 개혁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선 여성의 운전 금지를 해제했으며 (극장 영업 허용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와 문화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또 국가 전환 프로그램(National Transformation Program) 등을 통해 교육을 장려하고, 기술 훈련과 일자리 창출을 추진 중이다. 해외 방문객을 유치하기 위한 관광 산업도 적극 육성하고 있다. 모두 경제구조 다각화의 일환이다. 구체적으로 2019년 관광 비자를 발급하기 시작했고, 네옴시티뿐 아니라 홍해 지역에도 대규모 관광지를 개발하고 있다.”
사우디의 변화와 함께 여러 한국 기업이 사우디 진출을 꿈꾸고 있다.
“사우디는 매우 큰 시장이다. 특히 해외 제품에 개방적이다. 삼성과 현대 등 한국 기업들은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강력한 입지와 명성을 쌓아왔다. 이에 사우디 소비자와 기업에 한국 기업의 이미지는 굉장히 우호적이다. 특히 품질과 신뢰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러기엔 중국과 유럽 등 경쟁자가 많다. 한국이 사우디에서 경쟁 우위를 갖추려면.
“우선 품질과 가격이다. 한국 기업들이 고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신뢰성과 내구성을 중시하는 사우디 고객들에게 어필하라는 뜻이다. 특히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시장조사를 실시해 사우디 고객의 가격 기대치를 조사하라. 품질과 가격 경쟁력의 균형을 맞춘다면 한국 기업이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애프터서비스(AS)도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하고 싶다. 사우디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고객 서비스와 AS를 제공하는 것이 필수다. 사우디 시장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다. 사우디가 어떤 제품과 서비스를 선호하는지 확인하라. 시장조사를 통해 소비자 행동, 문화적 뉘앙스, 시장 트렌드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맞춰 제품이나 서비스를 현지화한다면 사우디 고객층과 강력한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한 가지 더 조언하자면, 사우디 현지 기업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라. 이들과 협력한다면 한국 기업이 사우디 시장에 관한 귀중한 정보와 유통 채널, 자원에 대한 접근 방법을 제공받을 수 있다. 이러한 전략을 활용할 경우 비전 2030 프로젝트와 관련해 한국 기업이 중국이나 유럽 기업들과 성공적으로 경쟁할 수 있다고 본다.”
반대로 사우디가 한국 기업에 바라는 점은.
“투자와 기술이전이다. 사우디는 다양한 산업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직접투자, 첨단 기술 및 전문 지식을 제공하는 외국 기업을 환영한다. 특히 외국 기업이 교육 및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해 사우디 근로자들이 기술과 전문성을 갖출 수 있게 도와주길 바란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도 중요하다. (올해 1분기 기준 8.5%인) 실업률을 낮추고 사우디 국민의 노동력 참여를 늘리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는 비전 2030 계획의 목표와도 일치한다. 따라서 만약 한국 기업이 현지인을 위한 고용 기회 창출과 기술 개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면 (사우디 현지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사우디 정부는 석유 산업 의존도를 낮추려고 한다. 이를 위해 한국을 비롯한 해외 기업들이 석유 산업 외 제조, 재생에너지, 의료, 관광,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산업 부문에 진출해 주길 원한다.”
주택부에서는 비전 2030의 일환으로 어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가.
“대표적으로 대규모 주택 공급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사우디 주택 시장의 문제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사우디 정부는 저렴한 주택을 사우디 국민에게 제공하고자 한다. 이 프로그램은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주택 경제성도 개선해 국민의 전반적인 생활수준을 향상하는 게 목표다. 또 일반 서민의 주택 소유 기회도 늘리고자 한다. 이를 통해 실제로 2017년 47%였던 국민의 주택 소유 비율이 2020년 60%까지 늘어났다.”
한국 건설사에도 기회가 있나.
“물론이다. 한국 건설사들은 사우디의 대규모 주택 공급 계획에 기여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인프라, 주택 및 관련 시설을 포함한 주택 프로젝트의 건설 및 개발에 참여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사우디 정부는 민관(民官) 파트너십을 통해 민간 기업의 프로젝트 참여를 촉진하고 주택 부문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장려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은 한국 기업이라면 사우디의 주택 규정, 표준 및 현지 시장 역학 관계에 대해 숙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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