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더] 중국 인민은행 일인자에 오른 판궁성 당 서기 | 해외파 금융 전문가…위안화 약세, 경기 침체 돌파구 마련할까

이주형 기자 2023. 7. 17.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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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중앙은행을 이끌 해외파 총재’ 새 인민은행 총재로 판궁성(潘功勝) 인민은행 부행장 겸 국가외환관리국장이 오를 전망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7월 1일 최고간부회의에서 판 부행장을 인민은행 공산당 위원회 서기로 임명했다.

인민은행은 2018년 3월 인사에서 이전까지와 달리 권력 서열 1위인 당 위원회 서기가 부행장을, 2위인 부서기가 총재를 맡아왔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판 신임 당 서기가 향후 이강(易綱) 인민은행 총재의 후임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종전의 관행대로 당 서기가 총재를 맡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강 총재와 궈수칭(郭樹淸) 부행장은 기존에 맡은 당 위원회 부서기직, 서기직에서 모두 물러났다. ‘미스터 위안’으로 불리며 2018년까지 16년간 최장수 인민은행 총재를 지낸 저우샤오촨(周小川)은 인민은행 당 서기를 겸했었다.

중국 안팎의 금융시장을 두루 경험한 정통 관료로 평가되는 판 서기가 인민은행 일인자로 발탁된 것은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위안화 약세 흐름이 지속되고, 중국 경제 회복세가 더딘 상황에서 중국 내 외국 자본 이탈을 막아야 하는 등, 그의 책임이 막중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버드대 연구원 출신 ‘외환 전문가’

판 서기는 1963년생으로 안후이성 출신이다. 중국 인민대학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경제학 박사후 과정을 거친 뒤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연구원, 스탠더드차타드 연구원 등을 지냈다. 외신들은 판 서기가 서방 국가에서 활동한 이력에 주목하고 있다. WSJ는 판 서기가 인민은행 일인자로 발탁된 배경으로 ‘풍부한 국제 경험’을 꼽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판 서기가 지난 30년간 겪은 경험은 외환, 채권, 부동산 금융 규제, 암호화폐 규칙 및 국영 은행 개혁 등을 아우른다”며 “서방에서 훈련받은 인물로, 시장에 어느 정도 확실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판 서기는 중국 공상은행, 농업은행을 거쳐 2012년부터 인민은행 부행장으로 재임해 왔다. 2015년 말부터는 국가외환관리국 당 서기를 겸직했다. 그가 7월 1일부터 맡기 시작한 인민은행 당 위원회 서기직은 인사권을 갖는 자리다. 중국에서는 일반적으로 해당 부처나 지방정부의 행정적인 최고지도자가 일을 집행한다면 당 최고지도자는 인사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당 직위의 권력 서열이 행정 직위보다 위에 있다는 평을 받는다. WSJ 등은 판 서기가 차기 인민은행 총재로 취임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했다. 판 서기가 총재를 겸임하는 ‘원톱 체제’가 갖춰진다면 그만큼 더 많은 권한이 판 서기에게 주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인민은행의 영향력이 커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3월, 세 번째 임기를 맞으며 증권업을 제외한 모든 금융 활동을 감독하는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을 신설하면서 인민은행의 권한이 약화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FT가 “판 서기 발탁이 중국 통화정책에 큰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은 작다”고 평가한 배경이다.

환율 안정, 경기 부양 등 과제 산적

판 서기가 직면한 과제는 막중하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더딘 데다 최근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미국 및 유럽연합(EU) 등과 지정학적 갈등 등으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위안화 가치는 6월 30일 역외시장에서 장중 달러당 7.28위안(약 1315원) 선까지 급락하며 지난해 11월 이후 7개월 만에 최저치로 밀렸다. 미국과 유럽이 긴축 정책을 지속한다면 되레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리는 중국에서 외국 자본 이탈이 가속화되고, 위안화 가치의 변동성은 더 커지게 된다.

더욱이 최근 들어 경기 부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 내부에서는 침체된 부동산 수요 등 내수를 살리기 위해 더 강력한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인민은행은 6월 사실상 기준금리인 1년물, 5년물 대출우대금리(LPR)를 10개월 만에 인하했지만, 역부족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앞서 인민은행은 6월 28일 통화정책위원회 회의에서 “온건한 통화정책을 정확하고 힘 있게 시행해 성장, 고용, 물가를 안정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내수 확대를 효과적으로 지원하고, 소비 환경을 개선하고, 경제의 선순환을 촉진하고, 실물경제에 더 강력한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올 3월 시진핑 국가주석의 3기 내각이 출범할 때 유임됐던 이강 총재가 불과 4개월 만에 물러나게 되면서 최근 경제 부진의 책임을 묻는 인사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대신 외환 실무 경험이 풍부한 학자형 관료인 판 서기는 이런 상황에 대응할 가장 적합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그간 위안화 환율 개혁을 주도해 왔다. 부행장 취임 후 위안화 환율 결정 메커니즘을 개선하는 개혁에 참여했고, 2016년 국제통화기금의 특별 인출권(SDR) 통화 바스켓에 위안화를 편입시키는 데 기여했다. SCMP는 “판 서기는 해외 자본 유출을 막고자 위안화의 안전 자산 역할을 강조하는 등 위안화의 국제화에 힘써왔다”고 설명했다.

판 서기는 7월 3일 첫 대외 행보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전격 회동을 했다. 이 만남은 판 서기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미국의 대중(對中) 견제 속 중국 경기 회복을 위해 최근 급속히 악화된 한중 관계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인민은행은 “이 총재와 판 서기가 한중 간 거시경제 발전과 금융 협력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Plus Point
인민은행의 통화정책 결정
한국은행과 무엇이 다를까

인민은행은 금리 같은 통화정책을 어떻게 결정할까.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와 마찬가지로 인민은행도 통화정책 수립을 담당하는 자문·심의 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1997년 7월 설립됐으며 의장인 인민은행 총재를 포함해 14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인민은행은 2001년 말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전까지 공산당과 국무원의 감독 아래에 놓여 있어 독립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 외환 위기를 계기로 1998년 설립된 ‘중국공산당 중앙금융공작위원회’가 금리·환율 결정권, 금융 업계 고위층에 대한 인사권 등을 행사하면서 인민은행이 중앙금융공작위원회의 명령으로 업무를 집행하는 기구로 전락했다. 2003년 말 중앙금융공작위원회가 폐지된 후 인민은행은 외견상 금리·환율 등에 대한 자율권을 부여받게 됐지만 사실상 당과 정부의 지침을 이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한국은행의 통화 신용 정책을 심의·의결하는 금융통화위원회는 상대적으로 독립성 있는 조직으로 평가된다. 한국은행 총재, 부총재를 포함해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대통령이 임명한 한국은행 총재, 부총재 외 5명의 위원은 각각 기획재정부 장관,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회 위원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전국은행연합회 회장 등의 추천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상정되는 안건을 심의·의결하기 위해서는 통상 7명의 위원 중 5명 이상의 출석, 출석 위원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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