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메르세데스-AMG EQE | 제로백 3초대, 폭발적 스피드에 묵직함까지

고성민 조선비즈 기자 2023. 7. 17.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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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AMG EQE. 사진 고성민 기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지난 4월 국내 출시한 전기차 메르세데스-AMG EQE는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3.5초다.

애스턴마틴 DB12(3.6초), 포르셰 타이칸 GTS(3.7초), AMG EQS·마세라티 그레칼레(3.8초) 등보다 빠르다. AMG EQE를 타고 서킷(경주용 도로)을 달려보니, 순식간에 올라가는 속도계와 묵직한 주행 감각이 인상적이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AMG EQE의 시승 행사를 경기 용인에 있는 애버랜드 스피드웨이 서킷에서 열었다. 덕분에 서킷의 긴 직선 주로에서 가속 페달을 5초 이상 최대로 밟으며 속도의 한계를 시험할 수 있었다. AMG EQE는 내연기관차의 우렁찬 엔진음 없이 시속 200㎞까지 조용하고 빠르게 도달한다. 시속 100㎞ 아래에서는 시트에 순간 등이 착 달라붙을 정도로 폭발적인 가속도를 자랑하고, 시속 100㎞를 넘는 고속 영역에서도 거침없게 내달린다.

고출력 모터 2개 장착⋯아쉬운 ‘배기음 부재’

AMG EQE는 무거운 배터리를 탑재하는 전기차다. 공차 중량이 2555㎏이다. 2.5톤t이 넘는 이 차가 빠르게 가속하는 비결은 고출력 모터에 있다. AMG EQE는 AMG 전용 전기모터를 앞뒤 차축에 각각 1개씩 총 2개 장착한다. AMG 전용 모터는 고출력을 낼 뿐만 아니라, 반복적인 급가속이 가능하게끔 냉각 시스템을 특화 설계했다고 한다. 이를 통해 AMG EQE는 최고 출력 460㎾(617마력)의 강력한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최대 토크는 950Nm다.

무겁고 무게중심이 낮은 전기차의 특성은 고출력 전기모터와 만나 묵직하면서도 폭발적인, 독특한 속도감을 느끼게 한다. 벤츠는 AMG EQE가 고속 주행에서 차체 높이를 자동으로 낮추는 에어매틱 에어 서스펜션을 탑재해 묵직하고 단단하게 주행한다고 설명한다. AMG의 역동적인 드라이빙에 최적화된 서스펜션이다.

서킷의 코너 구간에 돌입할 때, 거칠게 운전대를 틀면서 회전해도 차체가 안정적이었다. AMG EQE는 주행 상황에 따라 뒷바퀴를 최대 3.6도 틀어주는 ‘리어 액슬 스티어링’을 기본으로 장착해 민첩한 핸들링을 지원한다. 또 AMG 퍼포먼스 4매틱+완전 가변형 사륜구동 시스템을 통해 프런트 액슬과 리어 액슬에 토크를 자동 배분한다. 다만 무게의 한계로 가볍고 경쾌한 주행 감각을 느끼기는 어려웠고, 으르렁거리는 배기음의 부재도 약간은 아쉬웠다.

메르세데스-AMG EQE. 사진 고성민 기자

미래 지향적 하이퍼 스크린

AMG EQE는 길이 4965㎜, 폭 1905㎜, 높이 1495㎜의 차체를 갖는다. 기본 EQE와 차체 크기가 같다. 디자인은 벤츠의 전기차들과 패밀리룩(통일된 디자인)을 이룬다. 블랙 패널 라디에이터 그릴과 좌우를 가로지르는 주간 주행등(DRL)은 벤츠 전기차 메르세데스-EQ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활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벤츠가 ‘원-보(One-Bow) 라인’이라고 명명한 루프(지붕) 라인도 벤츠 전기차의 또 다른 특징이다. 매끈한 외관과 매립형 문손잡이 등을 보면 공기역학적인 디자인이 연상되는데, 실제로 AMG EQE의 공기저항계수는 0.22cd로 우수하다. 다만 차체 겉면에서 각진 부분이 별로 없고 앞이 납작해 약간 밋밋한 인상도 있다.

AMG만의 차별화된 디자인 요소는 다양하게 갖췄다. 내연기관 AMG와 마찬가지로 라디에이터 그릴에 AMG 특유의 수직 패턴을 입혔다. 또 AMG 전용 사이드 스커트와 리어 에이프런을 적용해 AMG만의 역동적인 외관을 완성한다. 차 문을 열면 실내에서도 AMG의 특별한 디자인이 군데군데 보인다. AMG 나파 가죽 시트와 나파 가죽 소재 AMG 운전대, AMG 레터링이 새겨진 AMG 스포츠 페달과 AMG 플로어 매트 등이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운전석과 조수석, 중앙 디스플레이까지 세 개의 디스플레이를 하나로 합친 MBUX 하이퍼 스크린(MBUX Hyperscreen)은 미래 지향적이다. 비행기를 연상케 하는 원형 송풍구와 함께 우주선의 조종석에 앉은 듯한 느낌을 준다. AMG EQE는 MBUX 하이퍼 스크린을 기본으로 탑재한다.

1회 충전 최대 354㎞ 주행

AMG EQE의 배터리 용량은 90.56kWh다. 총 360개의 파우치 셀, 10개의 모듈로 구성된다. 1회 충전으로 최대 354㎞를 달릴 수 있다. 최대 170㎾까지 급속 충전을 지원한다. 배터리 역시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와 효율적인 열 관리, 최적의 배터리 작동 온도를 보장하는 배터리 설계 등이 모두 AMG의 특성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도록 설정됐다. 배터리 팩에 쓰이는 와이어링 하네스(전선 뭉치)도 AMG 전용 부품을 썼다고 한다. 복합 전비는 3.3㎞/kWh다.

AMG EQE는 운전대 뒤에 위치한 변속 패들을 통해 총 3단계의 회생제동 모드(D+, D, D-)를 선택할 수 있다. 회생제동을 자동으로 설정해 주는 D 오토(D Auto)까지 총 네 가지의 회생제동 모드가 있다. 회생제동 모드를 강하게(D-) 설정할 때를 제외하면, 일반 주행에선 회생제동의 울컥울컥하는 이질감이 거의 없어 만족스러웠다. 주행 모드는 슬리퍼리,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인디비주얼 등 총 다섯 가지다. 슬리퍼리는 230㎾(50%), 컴포트는 368㎾(80%), 스포츠는 414㎾(90%)의 출력만 낸다. 스포츠 플러스에서 출력이 460㎾(100%) 나온다.

AMG EQE는 벤츠의 첨단 주행 보조 시스템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플러스’를 기본 적용했다. 카메라, 레이더, 초음파가 지능적으로 연결된 센서 시스템이 주변 환경을 분석해 속도 조절, 차선 변경, 조향 등 필요한 시점에 적절하게 주행을 보조한다. 대형 헤파 필터가 포함된 공기 청정 패키지, 원격 주차 패키지, MBUX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부메스터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 등의 첨단 기능도 더해진다. 특히 ‘AMG 사운드 익스피리언스’를 적용해 가상의 배기음을 낼 수 있다. AMG EQE의 가격은 1억452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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