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골드만삭스 출신 이재현 삼성증권 IB본부 부사장 | “자산 관리 분야 경쟁력과 IB 시너지…올 상반기 IPO 주관 1위”
삼성증권이 최근 기업금융(IB)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업공개(IPO) 주관 부문에서 업계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다수 기업의 IPO가 예정돼 있고, 대기업 유상증자도 잇따라 주관하면서 저력을 보이고 있다.
삼성증권은 ‘자산 관리의 명가’로 불리며 자산 관리와 리테일 분야에 경쟁력이 강했지만, IB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미미했다. 그런데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골드만삭스 출신 이재현 부사장이 합류하고부터다.
서울대를 졸업한 뒤 한국장기신용은행과 KPMG삼정회계법인에서 근무하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MBA 석사 학위를 받은 이 부사장은 2003년 JP모건부터 시작해 BNP파리바,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증권사에 오래 몸담았다. 골드만삭스에서 PIA 한국 투자 부문 대표를 맡던 이 부사장은 지난해 6월 삼성증권에 합류했다. 그는 지난 1년간 삼성증권 IB본부의 경쟁력을 눈에 띄게 끌어올렸다.
자산 관리 명가, IB도 비상 채비
이 부사장은 6월 28일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자산 관리 분야에서 쌓아온 회사 경쟁력을 활용해 IB본부와 시너지를 낼 방안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삼성증권 자기자본투자(PI) 부서는 고액 자산가와 공동 투자에 나서고 있다. 삼성증권 고객 입장에서는 다른 증권사에서는 접할 수 없는 투자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셈이다.
이 부사장은 “IB 활동을 통해 좋은 투자 기회를 찾고, 이를 고객과 공동 투자하는 것이 중요한 전략”이라며 “이는 자산 관리 분야 기반이 탄탄한 삼성증권만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는 외국계 증권사에서는 이미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전략이다. 그는 “중국 알리바바는 골드만삭스의 중요한 (법인) 고객인 동시에, 자연인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역시 골드만삭스에는 중요한 (개인) 고객”이라며 “자산 관리와 IB 부문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은 굉장한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두 부문 간 시너지는 특히 침체한 시장에서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가 좋을 땐 자산 관리나 IB본부 개별적으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지금처럼 시장이 침체한 상황에서는 경쟁력 있는 부문 간 시너지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이 부사장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이 부사장은 “삼성증권에 와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기업 금융 수요에 종합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최적의 조율을 이뤄내는 것이었다”며 “특히 올해 IB솔루션본부가 신설되면서 각 기업의 필요에 맞는 부서를 매칭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 상황 맞는 IB 부서 연결”
IB솔루션본부의 역할은 국내 증권 업계에서는 다소 생소하다. 대부분 증권사는 IPO나 인수합병(M&A), PI 등 각 IB 부서의 전문성이 커 협업이 이뤄지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본시장이 성숙할수록 기업의 금융 니즈는 이전보다 다양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이 자금이 필요한 경우, 어느 기업은 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IPO보다 증자나 채권을 발행하는 게 더 나은 기업도 있다. 이 부사장은 “기업 상황에 맞는 IB 부서를 연결하고, 부서 간 협업을 유도하는 것이 IB솔루션본부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사장은 또 “예전 같으면 각 부서 인원이 알음알음 영업을 하다 보니 놓치는 거래가 많았는데, 기업 수요를 데이베이스화해 관리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투자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며 “증권사를 정부 부처로 본다면, IB솔루션본부는 외교부에 해당해 대외 창구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삼성증권은 여러 분야에서 전문성을 겸비한 인재를 등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IB본부 캐피털마켓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기덕 이사다. 이 이사는 “기업 입장에서 보면 IPO 등 IB 수요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한 상황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상황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증권사가 필요하다”며 “한 우물만 파선 경쟁력이 부족한 시대”라고 말했다.
이 부사장 역시 “예를 들어 M&A를 하다가 IPO에 도전하고 싶은 임직원이 있다면,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업무 전환을 독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배구조 자문 수요 증가 전망”
최근에는 승계와 관련된 자문 수요가 많다. 이 부사장은 “승계는 곧 기업의 지배구조와 관련되기 때문에 다양한 자문 기회가 생기고 있다”며 “특히 최근 소액주주들이 행동주의를 표방하면서 증권사를 찾는 기업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은 현대백화점그룹 분할 결정이 나올 때 자문 증권사로 선정됐고, 한진칼이 강성부 펀드와 경영권 다툼을 벌일 때도 자문했다. 그는 “해당 분야에서 노하우를 쌓아가고 있다”며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행동주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만큼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된 다양한 자문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삼성증권이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삼성증권은 주주가 있는 상장사이기 때문에 위험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게 나쁜 것은 아니다”라며 “회사가 가진 안정성이라는 색을 잊지 않으면서 동시에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메자닌 투자 성과 좋을 듯⋯투자 적극 검토 중”
이 부사장은 글로벌 금리 인상이 마무리되는 시기 상장사들이 발행하는 메자닌(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등 주식으로 전환할 권리가 붙은 채권)의 투자 성과가 좋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는 채권 투자 성과가 좋았다. 금리가 올라가면서 투자 자금이 채권으로 크게 쏠렸다. 다만 최근에는 금리 인상이 마무리되면서 채권 열풍이 다소 안정되는 모습이다. 그는 “상장사들이 많이 발행하는 메자닌의 경우 하방 리스크는 막혀있는 반면 업사이드가 있어 PI에서 메자닌 투자를 활발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증권사는 비상장사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다. 이 부사장은 “비상장사의 경우 투자를 집행한 이후 IB본부에서 지원할 수 있는 것이 다양하다”며 “메자닌을 발행해 자금 조달을 지원하거나 M&A나 IPO에 나설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IB본부 안에서 기업을 인큐베이션(신규 사업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하는 셈이다.
그는 “기업의 여러 IB 니즈(필요)에 대해 집중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면 증권사는 투자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자금을 활용할 수 있는 고액 자산가를 확보하고 다양한 그룹사와 관계를 잘 맺고 있는 삼성증권은 고객과 기업이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Copyright © 이코노미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