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영의 세상만사 <6>] 가까워지는 이스라엘과 중국…고민 커지는 미국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2023. 7. 17. 18:2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가운데) 이스라엘 총리. 사진 EPA연합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가 묘해지고 있다. 6월 27일(현지시각)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중국이 자신을 공식 초청했음을 미국 의회 의원들과 면담에서 공개했다. 일상적인 외교 활동의 일환으로 보이는 이 발언에 대해 미국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오랫동안 미국과 가장 친밀한 관계를 형성해 왔던 이스라엘이 중국으로 기우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이스라엘 총리는 취임 직후 미국을 방문하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총리로 복귀한 이후 6개월 동안 워싱턴 D.C.를 방문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보다 중국을 먼저 방문할 수도 있음을 밝힌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은 매우 의미심장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네타냐후 총리는 중국 초청에 응할 것인지 그리고 언제 방문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언급을 거부하고, 미국이 여전히 이스라엘의 주요 동맹국임을 강조하면서 논란을 빠져나갔지만, 여파는 커지고 있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서울대 환경대학원 공학박사, 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

미국에 초청 못 받은 네타냐후 총리, 중국과 관계 강화 나서나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선거에서 극우 세력과 연대하면서 힘겹게 총리에 복귀할 수 있었다. 극우 세력이 주도하는 이스라엘 행정부는 2023년 들어 의회가 대법관 임명 권한을 가지도록 하며, 사법부의 판결을 의회가 번복시킬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사법 개혁을 추진해 왔다. 네타냐후 총리 복귀 이후 주요 각료의 임명이나 팔레스타인 문제를 둘러싼 갈등에서 이스라엘 법원이 제동을 걸자 이에 대한 반발로 사법권 약화와 무력화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시도는 이스라엘 국민의 광범위한 반발을 불러일으켰으며 대규모 시위로 이어졌다. 미국의 경우도 지난 3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이스라엘의 사법 개혁에 반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결국 네타냐후 총리는 국내외 압박으로 인해 개정안 추진을 유보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해 갈등을 봉합했으나 이후 국내적으로 극우파의 반발에 직면하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과 관계 강화를 추진하는 듯한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이 나오자 이러한 발언의 의도와 이스라엘 외교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이스라엘과 중국 관계는 오래전부터 긴밀함을 유지해왔다. 이스라엘은 1950년 중화인민공화국(PRC)을 비공산 국가로서는 일곱 번째, 중동에서는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승인했다. 하지만 미국은 한국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중국과 외교 관계를 수립하려는 시도를 단념시킴으로써 양국 관계는 모호한 상황에 머물렀다.

중국이 1979년 미국과 공식 외교 관계를 수립한 이후 이스라엘은 비공식적으로 군사 분야를 중심으로 한 관계 강화에 나섰다. 이 시기에 이스라엘은 중국에 무기와 군사 기술을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소련과 싸울 수 있는 강력한 중국을 원했던 미국이 이스라엘의 무기 판매와 기술 제공을 장려함으로써 가능했다.

이후 양국은 농업, 과학, 관광 및 통신 분야로 협력 범위를 확대했으며, 1992년 1월 공식 수교했다. 2000년 장쩌민​​(江澤民)은 중국 국가주석으로는 처음으로 이스라엘을 방문했으며, 이후 네 명의 이스라엘 대통령과 세 명의 총리가 베이징을 외교 및 무역 방문하는 관계로 강화됐다. 그리고 2000년대 초부터 중국과 이스라엘은 무역·투자·건설·교육·과학·관광 분야에서 급속도로 관계를 확대해 왔다.

중국, 이스라엘 첨단 스타트업·인프라 투자 확대

중국은 이스라엘의 첨단 기술과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확대해 왔다.

2007년에서 2020년 사이, 중국은 기술 분야에 90억달러(약 11조8000억원)를 포함해 190억달러(약 24조9000억원)를 이스라엘에 투자한 것으로 집계되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군사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거나 개발하고 있는 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중국은 이스라엘 인프라에도 60억달러(약 7조8000억원)를 투자하여 텔아비브에 첫 번째 경전철을 건설하는 등 이스라엘 주요 인프라 프로젝트에 대한 참여를 확대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인프라 투자에 참여하는 중국 기업들의 합리적인 가격 제시와 빠른 작업 속도에 대해 만족하면서 중국 기업에 많은 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양국 간 관계 강화에 대해 미국은 우려를 표명해 왔다. 미국은 중국이 미국과 공동으로 국방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이스라엘 기술 기업에 투자함으로써 수십 년 동안 미국이 이스라엘에 제공해왔던 정밀 군사 기술이 중국으로 이전될 가능성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던 2019년 3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스라엘 텔레비전과 인터뷰에서 “중국의 이스라엘 투자가 미국과 이스라엘 간 정보 공유 및 기타 협력을 약화할 수 있다”고 중국에 의한 안보 위험에 대해 처음 경고했으며, 심지어 이스라엘과 협력을 중단할 수 있음을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민감한 인프라에 대한 중국의 접근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당국은 미 해군이 정박하는 하이파 항구 확장 사업에 중국 기업이 참여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전달하기도 했으며, 미 해군 6함대는 중국 감시에 대한 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중국과 이스라엘 관계에 대한 우려를 표명해왔다. 미국의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라도 하듯 2022년 7월 미국과 이스라엘은 첨단 기술에 대한 전략적 협력을 골자로 하는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으며, 2022년 10월 이스라엘 정부는 외국인 투자에 대한 검토 절차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스라엘과 중국의 무역에 대해 미국이 일정 부분 양해하는 대신 이스라엘은 중국에 현지 기술 판매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기로 이스라엘과 미국이 합의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스라엘이 중국에 부과한 제한 조치로 지난 6년 동안 중국으로 수출하는 이스라엘 기업 수가 1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은 이 과정에서 중국과 전반적인 관계가 훼손되더라도 미·중 경쟁 속에서 미국에 대해 우선적 배려를 할 것임을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 역시 총리로 복귀하기 이전인 2022년 8월 연설을 통해 중국과 경제적 관계는 확대하도록 노력할 것이지만 국가 안보 문제 등 국익도 보호할 것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네타냐후 총리의 언급은 총리 복귀 이후 정치적 위기로 인해 무력화되고 있다. 외교와 안보가 국내 정치적 문제에 활용되면서 미국과 관계 역시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중동 패권 경쟁

미국으로서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이스라엘까지 미국의 품에서 벗어나 중국으로 향할 경우 미국의 중동 정책은 전면적 붕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중국의 중재로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가 국교 정상화에 합의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중동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지 얼마 되지 않으므로 다시 한 번 중국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국교 수립 등을 중재하는 모습을 보여줄 경우, 중동에서 힘의 균형이 완전히 중국 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 당장 이스라엘에 대해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거나 영향력 있는 관계자 발언을 내놓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이스라엘조차 미국과 관계를 재설정할 수 있음을 내비치는 상황은 미국으로 하여금 중동과 관련한 모든 사항을 원점으로부터 재검토하도록 만들고 있다.

중동 질서는 변화하고 있다. 친미와 반미로 구별되던 이분법적 접근은 이제 의미를 상실했다. 모든 국가가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미국·중국·러시아 등 주요 강대국들을 활용하고 있는 국면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중동 지역과 밀접한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 우리로서는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편견과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Copyright © 이코노미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타임톡beta

해당 기사의 타임톡 서비스는
언론사 정책에 따라 제공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