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로이트 글로벌 경제 리뷰] 향후 10년 중국 경제 잘해야 4% 성장, 2% 밑돌 수도
지난 반세기 가장 중요한 경제적 사건은 중국 경제의 눈부신 성장이었다. 산업 대혁명을 제외하면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경제적 사건일 것이다. 중국은 짧은 기간에 기아국에서 중간 소득 국가로 발전했다. 수억 명 인구가 중산층이 됐고, 또 수억 명 인구가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했다. 세계경제에서 중국의 입지는 변방국에서 2위 경제국으로 올라섰다. 내가 1996년 처음 중국을 여행했던 당시, 거리에는 자동차도 별로 없었고 국민들은 대부분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해외에서 이름을 날린 중국 기업도 전무했고, 인구 대부분은 농촌에 거주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중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자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이다. 세계 일류 기업들이 중국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인구 대부분은 도시에 산다. 또 대규모 인구가 기아에서 벗어났다. 중국의 이러한 성공 사례는 앞으로 수십 년간 연구 대상이 될 것이다.
경제구조 불균형 심각
과거 얘기는 이쯤 하고 미래를 보자. 중국 경제 규모는 거대해졌고, 향후 10년 이상 중국 경제의 향방이 세계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국은 앞으로도 고속 성장을 지속해 주요 7개국(G7)에 맞먹는 1인당 소득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결국 성장세가 둔화해 중간 소득 국가로 남을 것인가? 이는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중요한 질문이다. 중국 경제의 경로는 세계경제성장과 상품 시장, 기후변화, 지정학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향후 중국 경제성장 속도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 경제통으로 알려진 마이클 페티스 중국 베이징대 광화관리학원 교수는 향후 10년간 중국 경제성장이 억제될 것이고, 최상의 시나리오로 잡아도 성장률이 4%를 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페티스 교수의 중간 시나리오에서 제시된 성장률 전망치는 연간 1.5~2.0%로, 한층 성숙한 경제구조를 가진 미국과 비슷하다.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중국은 선진국 반열에 들지 못한 채 중간 소득 국가로 머물게 되고, 미국의 세계 1위 경제 대국 자리를 빼앗지 못한다.
페티스 교수가 이렇게 전망하는 근거는 지난 20년간 중국 경제의 성장 경로다. 중국 경제의 급성장 배경에는 부동산, 인프라, 국유기업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작용했다. 그리고 이러한 투자금은 거의 부채로 충당됐다. 현재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300%에 육박해, 신흥국 중에서도 매우 높다. 가계 부채도 급증해 가처분소득의 약 30%에 달한다. 페티스 교수는 이러한 상태가 지속될 수 없으며, 부채가 계속 증가하면 경제가 지탱하지 못할 것으로 경고했다.
투자는 좋은 것이다. 생산성과 생산능력이 강화돼 미래 산출량 증가로 이어진다. 하지만 중국은 투자가 과도했다. 지난 20년간 GDP 대비 투자액 비율이 40%를 훌쩍 넘었고, 2010년에는 47%로 정점을 기록했다. 세계경제 평균인 약 25%, 신흥국 평균인 30~35%, 선진국 평균인 약 20%와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중국만의 독특한 특징은 또 있다. 과도한 투자로 생산능력 과잉이 발생해, 경제가 지속 가능하지 않은 속도로 성장해 왔다. 특히 부동산 시장과 중공업 산업에서 이러한 현상이 심했다. 위안화 투자액 대비 경제성장 수준으로 본 투하자본 수익률(ROIC)은 여타 신흥국과 비교하면 낮은 편이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투자가 매우 비효율적으로 이뤄졌으며, 심지어 헛된 일이었을 수 있다는 뜻이다.
페티스 교수는 중국 경제가 투자 의존형 구조에서 탈피해 반드시 재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으면 성장은커녕 경제구조 자체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GDP 대비 투자는 줄고 소비는 늘어야 한다. 그리고 투자 감소에 따른 급격한 경제성장 둔화를 막으려면 두 가지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먼저 투자 효율성이 개선돼야 한다. 부동산 투자를 줄이고 민간 첨단 기술 부문 투자를 늘려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소비가 빠르게 성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계 소득이 더욱 증가해야 한다. 페티스 교수는 이 모든 일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중국 경제성장률은 4.0% 수준에 그칠 것이며,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2.0%를 밑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중국 경제 행보는 정부가 어떠한 정책 믹스를 펼치느냐가 좌우할 것이다.
경제성장 둔화 신호 뚜렷
중국 경제는 이미 성장 둔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소비지출이 기대만큼 빠르게 반등하지 못했으며, 청년 실업률이 급등하고, 민간 투자는 저조하며, 수출은 악화한 세계경제라는 역풍을 맞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장기간 침체에 빠지면서,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가계 자산이 타격을 받았다.
취약한 중국 경제 회복세를 보여주는 분명한 신호는 또 있다. 4월 15일~5월 5일 개최된 광저우 무역박람회가 초라한 결과만 남기고 폐막한 것이다. 광저우 무역박람회는 중국 최대 무역박람회로, 여기서 체결되는 거래 규모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글로벌 수요를 나타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재개된 이번 박람회에서 거래 건수가 2019년의 약 3분의 1로 대폭 줄었다.
철광석 가격도 급락하면서 중국 수요 감소를 반영했다. 중국으로 수출되는 철광석 가격은 3월 초에 비해 23% 하락했다. ‘제로 코로나(Zero Corona·코로나19 확진자 제로 위한 봉쇄 정책)’ 정책이 철회되고 경제활동이 재개됐을 때, 폭발적 경제성장 기대가 컸다. 하지만 수요가 고개를 숙이면서, 철광석을 주 원재료로 하는 철강 생산이 4월 들어 급감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진 만큼 놀라운 일도 아니다. 철강 수요 감소는 중국 경제 전반 체력이 약해졌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또 중국의 대외 무역이 3월에 반짝 급증했다가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 4월 수입은 전년보다 7.9% 감소하며 사상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고, 수출은 8.5% 증가하는 데 그치며 3월 대비 증가율이 큰 폭 하락했다. 2022년 4월 수출입이 워낙 저조했던 탓에 기저효과가 나타날 법도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중국의 수입 감소는 내수와 대외 수요가 모두 약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외 수요가 약화되면 중국 수출품 생산에 투입되는 원자재 수입이 줄어든다. 현재 미국, 유럽, 신흥시장 경제가 모두 약화되면서 대외 수요가 악화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대중 수출은 4월에 전년 대비 26.5% 감소했다. 또 내수 약화로 중국의 석탄, 구리, 천연가스 수입량이 4월 들어 모두 줄었다.
쉬스타오 딜로이트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중국 인플레이션 지표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견해를 남겼다.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인플레이션 직후 물가 상승률 하락) 양상이 지속돼 통화정책이 한층 완화 기조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겨우 0.1% 상승했다. 게다가 고용 시장의 유휴 인력이 심각한 상태이므로 디스인플레이션 압력은 지속될 것이다. 또 생산자물가지수(PPI)도 3.6% 하락하며 3월 2.5% 하락한 데 이어 하락세가 더욱 뚜렷해졌다. 이에 따라 전방 산업의 가격 결정력이 크게 약화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사이클이 막바지에 이르기 전부터, 중국 통화정책이 재정 정책보다 앞서 완화 기조로 향하는 것은 당연했다. 재정 정책은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에 편중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있는 만큼, 인민은행이 금리 인하에 나설 명분은 더욱 커진 상태다. 앞서 인민은행은 모든 시중은행에 5월 15일 자로 정기예금 및 요구불예금 금리의 상한선을 낮추라고 주문했다. 이는 기준금리 인하의 전초전으로 보인다.”
실제로 인민은행은 기준금리 격인 1년 만기 대출 우대금리(LPR)를 3.65%에서 3.55%로 10개월 만에 0.1%포인트 인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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