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돋보기] 주택 시장의 또 다른 흐름 ‘이중 양극화’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2023. 7. 17.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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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셔터스톡

주택 시장이 갈수록 차별화되고 있다. 아파트 시장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반등세를 보인다. 하지만 지방은 같은 아파트 시장이라도 여전히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더 심한 온도 차이를 드러내는 것은 아파트와 비(非)아파트 시장 간이다. 빌라, 다세대, 다가구주택 등 비아파트는 전세 사기, 빌라 사기 여파로 매매든 전세든 모두 하락세다. 미국발 고금리 쇼크 이전에 나타났던 주택 시장의 동조화 현상에 심한 균열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박원갑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매매 시장에서 나타난 차별화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넷째 주(26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0%로 하락에서 보합으로 돌아섰다.

전국 아파트값은 지난해 2월 21일부터 내림세를 보였는데, 약 16개월 만에 하락을 멈춘 것이다. 수도권(0.03→0.04%)은 4주째, 서울(0.04→0.04%)은 6주째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방(-0.05→-0.03%)은 하락 폭이 축소됐다.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동향은 표본조사 통계다. 선행성을 띠고 있는 아파트 실거래가는 서울은 지난 1월, 수도권과 전국은 2월부터 오름세다. 올해 들어 4월까지 누계로 서울은 6.23%, 수도권은 4.08%, 전국은 2.22%가 각각 올랐다. 지방은 같은 기간 0.36% 올랐다. 5월 아파트 실거래가 잠정치도 공개돼 있는데 앞으로 표본조사 통계 흐름을 미리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5월 아파트 실거래가 잠정치는 전국은 0.53%, 서울은 0.88%, 수도권은 0.78%, 지방은 0.28% 각각 올랐다. 주로 서울과 수도권에서 반등세를 이끌고 있음을 보여준다. 잠정치와 실제 통계치는 약간의 편차가 나타날 수 있으나 보합권이면 모를까, 이 정도 수치면 방향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반등세는 좀 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거래량도 비교적 꾸준한 편이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4, 5월에 이어 6월에도 3000건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역대 월평균치 6040건에 비해선 절반 정도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월 500~800건대에 비하면 많이 늘어난 것이다. 경기도 아파트 거래량 역시 5월에 1만44건으로 2021년 8월 1만3512건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거래에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하반기 반등세는 상반기보다는 강하지 않을 것 같다. 이미 급매물이 소진된 데다 대출금리도 3분기까지 상승 가능성이 있어 당분간 소강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역전세난, 높은 기준금리, 경기 침체로 집값이 급반등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여전히 불안한 반등세 국면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연립·다세대주택은 5월 잠정치를 보면 오히려 하락세로 돌아섰다. 빌라 사기, 전세 사기 사건의 후폭풍이 본격화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령 전국 기준으로 연립‧다세대주택은 1월부터 4월까지 0.33% 올랐으나 5월 잠정치는 0.87% 떨어졌다. 올해 들어 상승분을 다 까먹고 오히려 하락 반전한 것이다. 서울(-0.48%), 경기(-1.56%), 인천(-0.07%) 역시 5월 잠정치는 모두 하락세다.

따라서 앞으로 아파트와 비아파트 시장이 서로 따로 노는 장세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아파트 가격이 반등세를 이어가도 전체 주택 가격 반등세는 곧바로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어 있는 월세 매물 안내문. 사진 뉴스1

非아파트 전세 시장은 앞으로 더 캄캄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넷째 주 전국 주간 아파트 전세 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 전주 대비 0.03% 하락했다. 지난 3월만 해도 주간 단위로 0.2% 하락했지만, 하락 폭이 줄고 있다. 이미 서울은 6주 연속 상승하고 있고 수도권은 상승 반전했다. 이런 추세라면 전국 아파트 전셋값도 곧 반등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전세 가격이 올라도 2년 전 시세를 회복하기 어렵다.

마침 정부가 역전세난 해소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는 7월 4일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역전세난을 해소하기 위해 보증금 반환 목적 대출에 한해 규제를 완화한다고 발표했다. 개인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적용 대신, 총부채상환비율(DTI) 60%를 적용해 서민 실소유자의 대출 한도에 다소 여유를 주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규제 완화는 7월 말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보증금 차액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후속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경우에는 후속 세입자 전세보증금으로 대출금을 우선 상환한다는 특약을 전제로 대출 한도 내 전세보증금을 대출해 준다. 집주인이 전세 반환자금 대출을 받아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되돌려줄 수 있게 되어 역전세난 완화에 어느 정도 기여할 것이다. 하지만 2년 전 고점 계약이 많아 역전세난이 완전히 해소되기 어려울 수 있다.

개인적으로 역전세난은 올 하반기에 본격화되고 4분기에 피크를 이룬 뒤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연립‧다세대주택 집주인들도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세입자들이 깡통전세에 대한 두려움으로 전세보다 월세를 찾으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집주인은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기 위해 전세 세입자를 원할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연립·다세대주택에서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로 역전세난이 좀 더 길어질 수 있다.

지방 상경 투자는 늘어

한국부동산원의 5월 서울 아파트 외지인 매입 비중이 공개됐다. 이에 따르면 총 3711건 중 925건을 외지인이 사들였고, 그 비율은 24.9%에 달했다. 전체 아파트 거래 중 서울시 밖 거주자들이 사들인 아파트가 4분의 1에 달하는 셈이다. 4월 24.7%보다는 0.2%포인트 늘어났다.

지난해 5월 21.8% 비해선 큰 폭의 상승이다. 2006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209개월 동안 외지인 비중은 평균 18.7%다. 5월 통계를 볼 때 외지인들이 서울 아파트를 더 사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절대 거래 건수로 보면 더욱 그렇다. 실제 외지인 거래 건수는 3월에 810건에서 4월엔 736건으로 줄더니 5월은 925건으로 다시 증가했다. 외지인 수요는 실수요보다 투기적 수요다. 실제 거주할 형편이 되지 않으니, 갭투자로 매입한 것이다. 서울 아파트 시장에 외지인 수요가 여전히 많다는 것은 특례보금자리론 확대에도 불구하고 아직 실수요로 완전히 넘어가지 않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지방 아파트 시장은 울퉁불퉁

지방은 지역 여건에 따라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인다. 지방에서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세종시다. 올해 들어 4월까지 아파트 실거래가는 7.53% 올랐다. 5월 잠정치도 0.34% 상승했다. 부산 역시 4월까지 1.28% 올랐고 5월 잠정치도 강보합세(0.1%)를 유지했다. 하지만 공급이 많은 대구는 올해 들어 4월까지 약보합세(-0.02%)를 보인 데 이어 5월 잠정치로 하락세(-0.31%)를 보였다.

도 단위 지방도 5월 잠정치 기준 강원, 충남, 전북, 경북, 제주는 올랐지만, 충북과 전남은 오히려 하락했다. 지방은 대체로 투자수요보다 실수요 시장이다. 지역의 공급 상황, 지역 경제, 인구 등에 따라 차별화되는 모습을 보인다. 앞으로도 각개전투 양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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