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학수의 골프 오디세이 <141> PGA투어 다이어리, US오픈 우승한 윈덤 클라크와 어머니] “어머니는 늘 ‘사랑한다, 위너(WINNER)!’라며 키워주셨죠”
6월 19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컨트리클럽 북코스(파70·7423야드)에서 막을 내린 제123회 US오픈(총상금 2000만달러)은 메이저 대회를 처음 우승한 선수의 가슴 찡한 사모곡(思母曲)이 사람들 마음을 울렸다. 윈덤 클라크(30·미국)는 2018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데뷔해 지난 5월 웰스파고 챔피언십에서 처음 트로피를 들어 올린 무명에 가까운 선수였다. 이런 선수가 메이저 대회 4승을 포함해 PGA투어 23승에 빛나는 세계 3위 로리 매킬로이의 맹추격을 1타 차로 따돌리고 합계 10언더파 270타를 기록하며 상금 360만달러(약 46억원)를 받았다. 3위는 세계 1위 셰플러(7언더파)였다.
클라크는 마지막 파 퍼트를 넣고는 하늘을 바라보며 “어머니가 함께 계셨으면 정말 기뻐하셨을 텐데”라며 눈물을 쏟았다. 클라크가 세 살 때 처음 골프 연습장에 데려간 어머니는 점심 도시락에, 운동 가방에, 책가방에, 골프가방에 “Play Big”이라고 쓴 쪽지를 넣어주며 “너 자신보다 큰 것을 위해 경기해라. 많은 사람을 돕고 좋은 영향을 끼치는 본보기가 돼라”며 큰 사람이 되기를 바랐다. 아들에게 용기와 꿈을 심어주던 클라크의 어머니 리즈는 10년 전 여름, 유방암과 싸우다 5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골프 인생 최고의 순간에 그리운 어머니를 떠올린 클라크의 이야기를 PGA투어를 통해 들어보았다.
우승을 확정 짓고 하늘을 바라보던 모습이 감동적이다.
“US오픈 마지막 라운드에 하늘에 계신 어머니가 지켜보시는 것 같았다. 어머니가 매우 보고 싶다. 어머니는 늘 나를 자랑스러워하셨다. 어머니는 몇 년 동안 LA에 사셨다. 대회를 앞두고 어머니 지인들이 어머니가 20대, 30대 초반에 이곳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줬을 때 너무 행복했다. 그 덕분에 LA에 있는 매 순간이 더욱 특별했다. 부모님이 LA 인근 리비에라 컨트리클럽에서 결혼식을 했고, 나도 그 지역에 뿌리를 두고 있다. 어머니는 정말 긍정적이고 모든 일에 동기부여를 잘하시는 분이셨다. 어렸을 때 어머니는 나를 ‘위너(WINNER)’라고 부르셨고, 항상 ‘사랑한다, 위너’라며 격려해주셨다. 어머니와 나는 함께 껴안고 우는 일도 많았다. 지금도 어머니 생각만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US오픈에서 우승할 가능성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했나.
“그동안 정말 열심히 노력했고 이 순간을 오랫동안 꿈꿔왔지만,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한 일이 일어났다. 5월에 웰스파고 챔피언십에서 우승했을 때 사람들이 ‘훨씬 더 좋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고, 만약 좋지 않은 일이 발생하면 그 과정에서 배울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해준 게 큰 힘이 됐다. 그때 처음으로 ‘그래, 나도 그렇게 믿는다’고 생각한 것 같다. 몇 주 전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도 우승할 수 있었지만, 빅토르 호블란이 정말 훌륭한 경기를 펼쳤다. 내가 결국 마지막에 무너지긴 했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나에게 더 좋은 일이 일어날 징조야’라는 느낌이 왔다. 그 좋은 일이 US오픈이 될 줄은 몰랐지만, 항상 그런 믿음과 생각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믿음이 결국 현실이 됐다.”
2018년 데뷔 이후 어떤 길을 걸어왔나.
“2~3년 전 내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경쟁하면서 꾸준히 실력을 길렀다. 모두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선수를 보고 있을 때도 나는 내가 가야 할 방향으로 꾸준히 가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곧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고, 올해 그런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게 됐다. US오픈 우승까지 정말 많은 대회에서 컷을 통과했고, 톱10과 톱20에도 몇 차례 오르는 좋은 과정을 통해 지금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이 생각보다 빨리 진행되었지만 이 자리에 설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세계 최고 선수 중 한 명이라고 믿었고 그 사실을 입증해 보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겸손하고 차분한 편이다. US오픈 우승에 너무 흥분하거나 너무 무덤덤하지 않으려고 한다. 난 경쟁심이 강해서 모두를 이기고 싶어 하지만 동시에 모두와 친구가 되고 싶어 하는 성격이다.”
US오픈 마지막 라운드에 3라운드까지 공동 선두였던 리키 파울러(35)와 같은 조에서 경기했다. 파울러에게 많은 응원이 쏠렸는데.
“리키와는 대학(오클라호마주립대) 선후배로 가까운 사이다. 많은 사람이 리키의 우승을 바라는 점이 오히려 그를 크게 압박한 것 같다(파울러는 공동 5위로 대회를 마쳤다). 나도 공동 선두로 출발하면서 부담을 느꼈지만 언더독(underdog·우승이나 이길 확률이 적은 팀이나 선수)으로 경기한 것이 도움 됐다. 많은 관중이 리키의 이름을 외치는 소리를 들으면서, 오히려 할 수 있다는 의지가 불타올랐다. 멘털 코치인 줄리 엘리온은 ‘누군가 리키를 외칠 때마다 목표를 떠올리고 자신감을 갖고, 그들에게 네가 누군지 보여 주라’고 했는데, 큰 도움이 됐다. 마지막 라운드에 100번 이상 그 목표를 떠올렸다. 이제 앞으로는 사람들이 내 이름을 외칠지도 모르겠다. 하하하.”
멘털 코치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나.
“작년 11월 캐디와 에이전트의 추천으로 줄리 엘리온이라는 멘털 코치와 함께하기 시작했는데,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엔 부담스러웠지만, 그녀의 도움으로 얼마나 많이 성장했는지,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다. 6~7개월 전만 해도 내가 메이저 대회 챔피언이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골프 연습장에서 줄리와 나는 골프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 이번에도 여행에 대한 이야기나 코스 주변의 아름다운 집들에 대한 이야기 등 시시콜콜한 주제들을 놓고 이야기를 많이 했다. 줄리는 내가 최대한 부담을 갖지 않도록 노력한 것 같다. 메이저 대회에서는 긴장하면 시야나 생각이 좁아질 수 있다. 가끔 고개를 들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고 ‘오늘은 다른 날들과 똑같고 수천 번도 더 경험해 봤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줄리는 나를 정말 차분하고 편안하게 만들어 줬다.”
Copyright © 이코노미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