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작가의 글이 되는 음악] 비틀스와 AI, 그리고 음악의 미래…비공개 존 레넌 곡 나오나

김작가 2023. 7. 17.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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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리버풀에서 결성된 영국의 록 밴드 비틀스. 왼쪽부터 폴 매카트니, 링고 스타, 존 레넌, 조지 해리슨. 사진 셔터스톡

1980년 어느 날, 존 레넌은 뉴욕 아파트의 피아노에 앉아 몇 곡의 새 노래를 만들었다. 이 노래들이 담긴 카세트테이프에 존은 ‘폴을 위하여’라는 제목을 붙였다. 비틀스의 동료이자 1969년 해체를 앞두고 사이가 틀어진 후 10년 넘게 얼굴을 보지 않은, 폴 매카트니 말이다. 존이 폴에게 이 테이프를 건네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해 12월 8일, 존 레넌은 암살당했으니까.

시간이 지났다. 존 레넌의 미망인이자 폴 매카트니와는 애증 관계였던 오노 요코가 ‘비틀스 앤솔로지’ 시리즈 발매 1년 전인 1994년에 이 테이프를 폴에게 전달했다. 여기 담긴 예닐곱 곡의 노래 중 앞서 말한 두 곡은 그나마 음질이 좋았다. 문제는 절정부가 미완성 상태였다는 것이다. 남은 세 멤버인 폴과 조지 해리슨 그리고 링고 스타가 여백을 채웠다. 당시 최고의 엔지니어로 꼽히던 제프 린이 음질 개선 작업을 했다.

김작가대중음악평론가, 일일공일팔 컨텐츠본부장, 한국 대중음악상 선정위원, MBC ‘나는 가수다’, EBS ‘스페이스 공감’기획 및 자문위원

1995년, 이 테이프에 담긴 노래 중 두 곡, ‘Free As a Bird’와 ‘Real Love’가 비틀스 이름으로 세상에 공개된 배경이다. 남은 노래 중 폴 매카트니가 꼭 완성하고 싶었던 노래가 있다. ‘Now And Then’이라는 후기 존 레넌 스타일의 사랑 노래. 폴은 2012년 한 다큐멘터리에서 이 노래를 언급하며 미련을 보였다. 이 노래는 유튜브 유출본을 포함, 팬들이 새롭게 편곡한 버전까지 다양하게 올라와 있다. 원본은 존 레넌이 피아노를 치며 흥얼거리는 스케치에 가깝다. 아직은 ‘존 레넌의 미발표곡’인 이 노래가 올해 비틀스 이름으로 발매될 예정이다. 지난 6월 폴 매카트니가 BBC 라디오에 출연해서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아 데모에서 존 레넌의 목소리를 추출했으며, 후반 작업을 거치는 중이라 밝힌 것이다. 현대 대중음악의 근본을 세운 비틀스가 첨단 기술과 함께 돌아오는 셈이다. AI와 창작은 여전히 논란의 도마 위에 있지만, 비틀스는 언제나 새로운 기술을 표준으로 만든 팀이기도 했다.

1960년대에도 스테레오 녹음, 멀티 트랙 레코딩 등 당시 등장하는 기술을 실시간으로 받아들였다. 1964년부터 1969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기에 발표된 음악들의 전기와 후기 사운드가 확 달라진 건, 단순히 작법의 문제가 아닌 기술의 결과이기도 했다. 해체 이후에도 그들은 사마중달을 몰아낸 제갈량처럼 음악 산업의 발전과 변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1982년 상용화된 콤팩트디스크(CD)가 음반 시장의 주도권을 차지하게 된 건 비틀스의 전작이 CD로 발매된 1987년이었다. 인터넷과 MP3 등장 이후 무법과 혼란의 디지털 음원을 아이튠즈 스토어를 통한 시장화에 성공한 애플은 2009년 9월 비틀스 음원을 공식적으로 판매하며 애플 공식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비틀스 사진을 띄웠다. 그 시기에 맞춰 과거 음원들이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거쳐 현대의 사운드로 되살아났다. 현재 음원 서비스에서 들을 수 있는 비틀스 음악은 모두 그때 버전이다. 비록 다운로드 시장은 몇 년 후 스트리밍에 밀려 빠르게 사양길에 들어섰지만 팝의 대세가 디지털로 완전히 넘어왔음을 선언하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2016년 여러 음원 사이트를 통해 공식적인 스트리밍을 시작했을 때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그리고 AI 시대가 도래했다. 한 템포씩 늦는 듯했던 이전 행보와 달리, 비틀스(정확히 말하자면 폴)는 기민한 행보를 보여왔다. ‘Now And Then’이 처음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2021년 디즈니 플러스에서 공개된, 피터 잭슨 감독의 ‘겟 백’은 그들의 마지막 라이브이기도 했던, 전설의 옥상 콘서트 다큐멘터리다. 이 중요한 기록 영상이 세상에 나왔을 때 놀랐다. 화질은 물론이거니와 사운드도 최근에 촬영하고 녹음한 것처럼 생생했기 때문이다. 피터 잭슨은 AI를 이용해 60시간의 영상과 150시간의 오디오를 리마스터링했다. 주변의 소음과 잡음, 심지어 멤버들이 연주하는 악기로부터 목소리만을 추출해 작업했다. 비틀스 음악을 딥러닝한 AI의 힘이었다. 또한 폴 매카트니는 지난해 그들의 일곱 번째 앨범 ‘Revolver’의 디럭스 버전을 발매할 때, 역시 AI를 활용했다. 1966년 당시 한 트랙에 녹음됐던 소리를 AI로 분리, 각각의 악기를 더욱 섬세하게 들리게 한 것이다. 기존 버전에 익숙했던 팬들에게는 찬반양론이 오갔지만, 역시 기존에 안 들렸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과 20대의 비틀스가 들려주고 싶었던 것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팝 음악사를 통틀어 메가IP 중의 메가IP인 비틀스와 계속 발전하고 있는 AI 기술은 여러 상상을 하게 한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존 레넌의 곡이 추가로 나올 수도 있다. ‘Revolver’뿐만 아니라 다른 앨범도 1960년대 당시에는 불가능했던 사운드로 재탄생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그뿐인가. 이미 활동 당시에도 세계 최고의 팀이었기에 남아있을, 수많은 자료 영상과 음원이 폴 매카트니와 최고 전문가들의 손을 거쳐 가까운 미래에 선보일 수 있을 거라 예측해볼 수 있다.

AI가 음악을 비롯한 예술 영역에 침투하는 것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다. ‘창작자’가 누구인가 하는 철학적 논란은 베냐민과 보드리야르 같은 20세기 철학자들의 이론을 소환하게 되고, 저작권 여부에 대한 법적 논쟁도 해결되지 않았다. 배경음악으로 소비되는 수많은 음악은 곧 AI로 대체될 거라는 비관적 전망과 누구나 간단한 텍스트 입력만으로 음악을 창작할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이 공존한다. 그러나 기술 발전과 창작 사이에는 늘 논란이 있었다. 디지털 가상 악기가 도입됐을 때는 ‘사람이 연주하는 음악만이 진짜 음악’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힙합 뮤지션들이 샘플링을 도입했을 때는 저작권이라는 개념이 바뀌다시피 했다. 법과 윤리, 권리와 영감 같은 단어들은 새로운 기술 등장과 함께 늘 부대끼며 음악의 패러다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곤 했다.

하지만 고전과 기술의 만남이라면? 대중음악은 늘 당대의 소리로 당대의 대중에게 선보여진다. 어릴 때부터 K팝을 듣고 자란 세대라면 1950~60년대 고전적 사운드에 거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성세대를 넘어 조상님의 음악이랄까. 아마 1980~90년대 성장기를 보낸 사람들이 축음기로 녹음한 민요를 들을 때와 비슷한 기분일 것이다. 그런 세대에게 현대 대중음악의 토대가 된 많은 걸작을 첨단 사운드로 들려주는 건 동시대에 옛 음악을 새로운 언어로 만나게 해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AI를 둘러싼 여러 논란은 앞으로도 지속할 테지만, 적어도 고전의 부활에는 부작용보다는 장점이 훨씬 많아 보인다. 비틀스가 증명하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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