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전쟁 참상에 팔 걷은 한국정부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전격 방문했을 때 젤렌스키 대통령으로부터 이같은 참상을 전해듣고 우크라이나 어린이를 적극 돕겠다고 결정했다고 17일 대통령실이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유엔인권사무소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철수하면서 대규모 지뢰를 매설하고 떠났다. 대부분 민간 거주지였다. 지뢰 매설지역에는 어린이들이 맘껏 뛰어놀아야 할 마을 놀이터, 유치원과 초등학교 운동장이 포함돼 있었다. 이 때문에 등하교길에 지뢰를 밟아 사망하거나 다리를 잃어버리는 어린이 사상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7일 현재 유엔인권최고대표 사무소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지난해 2월부터 올해 6월까지 약 2만5000여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이 중 어린이가 1624명에 달했다. 532명은 사망했고, 1092명은 크게 다쳤다. 어린이 사상자는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가장 참혹했던 현장 중 하나인 이르핀을 윤 대통령 부부가 방문했을 때 현지 어린이 한 명이 김 여사의 손목에 스티커를 붙여줬다. 놀이터에서 강아지가 어린이들을 이끌고 가는 그림의 스티커였다. 언뜻 평범한 그림이었지만 이 강아지는 ‘파트론’이라 불리는 지뢰탐지 강아지다. 파트론은 우크라이나 말로 탄약통을 뜻한다. 이 강아지가 없이 어린이들은 마을을 함부로 돌아다니지 못한다.
우크라이나에 지뢰탐지기와 지뢰제거기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결정은 이같은 사실에서 비롯됐다. 한국 정부는 지난 5월 한-우크라이나 정상회담 후속조치로 이미 지뢰탐지기와 방호복이 우크라이나에 전달된 적이 있는데, 앞으로 지뢰제거장비 등을 확대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방문한 국립아동병원 아동인권보호센터에는 러시아로 납치됐다가 귀환한 380여명의 어린이들이 정신치료를 받고 있었다.
러시아군은 점령지에서 철수하면서 지뢰만 매설한 것이 아니라 어린이들도 대거 납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약 2만명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이 러시아에 강제이주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중 380여명이 제3국을 통해 귀환했다. 귀환한 어린이들의 진술에 따르면 러시아에 납치됐을 당시 강제노동과 성적학대 등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군인들과 러시아 국민 사기진작을 위한 선전도구로 이용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정체성을 지우려는 러시아의 강제교육도 시행됐다. 이에 따라 천신만고 끝에 부모 품으로 돌아온 어린이들도 심리적 고통과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아직 러시아에서 돌아오지 못한 어린이들의 귀환과 가족 상봉을 최대한 돕기로 했다. 그리고 이들의 심리치료와 상담을 시행하는 우크라이나 국립아동병원 아동인권보호센터에 대한 지원도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아동심리치료와 관련해 필요한 재원과 프로그램 공유 등의 지원을 지속적으로 제공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어린이나 대한민국 어린이나 모두 할아버지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손주들이다. 이곳에서 잘 치료 받아서 멋지고 건강하게 성장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전쟁 피해 어린이들에 대한 심리치료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다.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우크라이나의 미래가 달려 있는 문제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어린이 지원 약속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각별히 감사의 뜻을 거듭 표시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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