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환자·생산직원에 ‘로봇’ 입혀 편의를 선물하다
공장직원 상해 발생률 낮추려 로봇 개발
상·하반신 보조로봇 처음 도입해 작업효율↑
4족 보행로봇 스팟 등 산업현장서 활용중
지난 2020년 10월 14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회장 취임 일성(一聲)을 이렇게 밝혔다. 기업의 성장뿐만 아니라 주주, 협력업체, 지역사회 등 다양한 구성원들과 함께 결실을 나누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정 회장의 소신이 반영된 발언이다. '모든 활동이 인류의 삶과 안전, 행복에 기여하고 다시 그룹 성장과 발전의 원동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정 회장의 말처럼 현대차그룹은 인류의 삶, 안전, 행복에 기여한다는 대전제를 기반으로 활발한 사회공헌에 나서고 있다. 그 중 최근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로봇을 활용한 사회공헌 활동이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이 최근 가장 역점을 두고 활발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미래 신산업 분야는 단연 로봇이다. 정 회장이 취임 후 가장 먼저 진행한 대규모 인수합병(M&A)도 '로봇 개'로 잘 알려진 미국 로봇 전문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였다. 4족 보행로봇 '스팟', 사람과 같이 두 다리로 직립보행을 하는 '아틀라스', 최대 23㎏의 짐을 싣고 내리는 작업이 가능한 '스트레치' 등은 산업 현장 곳곳에서 이미 활약 중이다.
이와 별개로 현대차그룹은 자체 로봇 개발 역량도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에선 착용로봇(웨어러블 로봇) 인공지능(AI) 서비스 로봇, 모바일 로봇 등을 만들었다. 이 가운데 상반신 보조 로봇 '벡스'(VEX), 하반신 보조 로봇 '첵스'(CEX) 등 착용로봇의 경우 시작점은 생산공장과 서비스센터 등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상해 발생률을 낮추는 대신 작업 효율성은 높이는 것을 목표로 처음 개발됐다. 미국, 인도, 인도네시아, 멕시코 공장 등의 생산 라인에 벡스를 도입한 바 있고, 국내에선 현대차와 기아가 시범 운영에 나서기도 했다. 최근에는 의료용 로봇인 '엑스블 멕스'(X-ble MEX)로 영역을 확장시켜 일상생활 영역에서 이동 약자의 편의성도 개선에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서울아산병원,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과 '보행장애 환자 대상 보행재활 지원 프로그램 운영에 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현대차그룹의 의료용 착용로봇을 활용해 향후 약 2년간 하반신 마비 환자의 재활치료 및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데 협력하는 내용이다. 4월에는 서울아산병원에 2대의 의료용 착용로봇 기증을 마쳤다. 이와 함께 국립재활원과도 동일한 내용의 업무협약을 맺고, 2년간 보행재활 지원 프로그램에 현대차그룹의 착용로봇을 활용하고 관련 연구를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두 병원과의 협력에 사용되는 착용로봇은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이 자체 개발한 엑스블 멕스인데, 보행이 어려운 이동 약자의 하반신 근육 재건 및 관절 운동을 돕는 의료용 착용로봇이다. 현대차그룹은 통합 브랜드 엑스블의 상표를 등록하고 다양한 라인업을 갖춰 의료 및 산업 등 여러 분야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에 있다. 엑스블은 로보틱스 기술의 무한한 잠재력을 뜻하는 'X'와 무엇이든 현실화 시킬 수 있다는 의미의 'able'을 결합해 만들어졌다.
걷기, 서기, 앉기, 계단 오르내리기, 좌우 회전 등 5개의 동작을 지원하며 착용자의 신체조건에 맞춰 로봇의 부분별 길이 조절이 가능하고 앉아있는 상태에서도 착용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앞서 올해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 2등급 허가를 획득했으며 보행 보조를 위한 동력원인 배터리 인증도 완료해 더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또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 의료기기 규정(MDR) 의료기기 인허가 획득에도 나선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서울아산병원, 국립재활원의 치료실무자, 의사, 환자와 함께 더욱 유용하고 효과적인 치료 방법을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미래 모빌리티를 적극 접목해 이동약자들의 이동성 개선을 위한 활동들을 지속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봇 자체 개발 결실 맺었다
엑스블 멕스는 로보틱스랩의 전신인 인간편의연구팀에서 2015년부터 개발하기 시작해 6년 만에 완성됐다. 시제품까지 포함하면 3세대에 걸쳐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모듈형 구동기 설계, 기구 최적화, 인체 해석 및 시뮬레이션, 생체모방 보행 제어 등 다양한 기술을 집약했다. 특히 양산을 위한 여러 기술을 직접 개발해 국산화를 달성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는 설명이다.
휠체어 탑승까지 고려했기 때문에 다른 의료용 착용 로봇과 비교해도 상당히 얇은 형태를 갖췄다. 또 로봇을 착용하고 벗는 상황에서 안전하고, 원활하게 쓸 수 있도록 설계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가령 하반신 마비 환자가 엑스블 멕스를 착용한 상태에서 휠체어에 앉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최소한의 부품으로 효율적인 설계를 통해 무게도 18㎏으로 타사 로봇 대비 상당히 가벼운 편이다. 최고 이동속도는 환자의 안정적인 걸음을 위해 시속 1.2㎞로 제한했다. 보폭은 15~36㎝ 사이에서 조정이 가능하고, 한 걸음을 내딛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2.5초 사이에서 0.1초 단위로 바꿀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활용 영역을 확장한다는 목표다. 서울아산병원, 국립재활원의 임상시험을 통해 여러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가령 뇌졸중 환자, 노약자 등 사용자의 확대, 만성환자의 재활 목적뿐만 아니라 치료 목적으로도 쓸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임상시험에 나설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로보틱스랩에서 개발 중인 착용 로봇은 크게 의료용과 산업용으로 나눌 수 있다"며 "의료용은 현대차그룹의 사회공헌 관점에서 그동안 불편함을 겪었던 이들을 위해 다방면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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