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이, 더 빠르게 느는 가계빚… 한은 "DSR 규제 강화를"

이미선 2023. 7. 1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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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과 질·증가 속도 모두 심각
대출금리 상승세, 경고음 커져
사진 연합뉴스.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양과 질, 속도 면에서 모두 임계점을 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단 가계 부채의 규모는 사상 최대다.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세계 3위다. 가계 빚 증가 속도 역시 세계 2위다. 금융당국은 아직은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경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 가계부채 비율·증가 속도 '세계 최상위권'

한국은행이 17일 발표한 '장기구조적 관점에서 본 가계부채 증가에 원인과 영향 및 연착륙 방안' 보고서(연착륙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완만하게 하락한 반면, 우리나라는 지속적으로 비율이 상승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5.0%다. 스위스(128.3%)와 호주(111.8%)에 이어 주요 43개국 중 3위다. 2010년 14위에서 12년만에 무려 11계단 상승했다. 한은은 "기업대출 대비 가계대출의 높은 수익성 및 안정성, 차주 단위 대출 규제 미비, 저금리 기조 장기화에 따른 자산수요 증가 등에 따라 가계부채가 누적 증가해왔다"고 설명했다.

가계 빚 부담 정도나 증가 속도 또한 주요국 가운데 두 번째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가계 부문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13.6%로 집계됐다. 조사 대상인 전 세계 주요 17개국 중 호주(14.7%)만이 한국을 앞섰다. DSR은 소득 대비 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지표다. 해당 지표가 높으면 소득에 비해 빚 상환 부담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지난해 한국의 DSR은 전년(12.8%)보다 0.8%포인트(p) 상승했다. 이 역시 호주(1.2%p·13.5% →14.7%)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그동안 주춤하던 가계대출이 최근 증가세를 보이면서, DSR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여기에 대출금리의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가계의 빚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5조9000억원 늘어난 1062조3000억원이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올해 들어 지난 3월까지 감소세를 보이다 4월 이후 석 달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 폭은 2021년 9월 이후 1년 9개월만에 가장 컸다.

◇급증하는 가계부채…한은 "장기성장세 저해 우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연이어 가계부채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이 총재는 지난 14일 대한상의 제주포럼 강연에서 "(기준) 금리를 연 3.5%로 했더니 3개월 동안 가계부채가 늘어났다"며 "가계부채가 증가한 것은 장기적으로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3일 금리 동결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여러 금통위원이 가계부채 증가세에 많은 우려를 표했다. 시장 불안을 최소화하면서 가계부채가 중장기적으로 연착륙하도록 통화정책 목표로 갖고 대응하자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힌은의 경계감은 이날 내놓은 연착륙 보고서도 반영됐다. 보고서는 가계대출 규모가 다시 증가하고 있는데다 금리 또한 상승세가 예고됨에 따라 금융 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 연구에 따르면 가계부문의 신용 확대가 장기 성장세를 저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부동산업 등 가계부채와 연관성이 높지만 생산성이 높지 않은 부문에 대한 대출 집중도가 심화되는 등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저하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한은은 앞으로 거시건전성 정책 및 통화정책 조합을 통해 가계부문의 디레버리징(가계부채 감축)을 점진적으로 달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가계부채 규모가 경제성장과 금융안정을 저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경제 및 금융발전 속도에 맞춰 변동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정책체계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가계부문 경기대응완충자본 적립, 전세대출 보증한도 조정, 기업대출 유동화 지원 등을 통해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취급 유인을 조정하는 한편 DSR 예외대상 축소, LTV 수준별 차등금리 적용 , 일시상환방식에 대한 가산금리 적용 등을 통해 대출 수요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통화정책 측면에서는 완화적 통화정책이 가계의 과도한 레버리지 활용 및 위험자산 투자로 이어지지 않도록 '건전성 고려 통화정책'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선기자 alread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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