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 신기술은 모두에게 수혜를 주었을까…기술 방향이 번영 좌우
기술과 번영을 둘러싼 천년의 쟁투
권력과 진보
대런 아세모글루, 사이먼 존슨│김승진 옮김│생각의힘│3만2000원│735쪽│6월 30일 발행
지중해와 홍해를 연결한 수에즈운하는 19세기 물류 혁명을 일으켰다. 유럽에서 아시아로 진출하기 위해 대서양 뱃길을 통해 아프리카 대륙을 우회하는 과정에서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줄여주었다, 운하를 건설한 프랑스 외교관 출신 페르낭 레셉스(1805~94년)는 ‘테크노 낙관주의자’였다. 대륙의 땅을 갈라 바다에 연결하는 기술 진보가 물자를 세계 곳곳으로 실어 나르게 해 새로운 ‘부(富)’의 원천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역작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로 글로벌 경제 석학 반열에 오른 대런 아세모글루는 IMF(국제통화기금)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 사이먼 존슨과 공저한 이번 저서에서 “레셉스가 상정한 진보는 모두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라면서 “수에즈운하 건설 현장에서 일해야 했던 이집트 노동자들은 기술적 위업의 수혜자가 될 법하지 않았고, 레셉스의 비전은 그들의 고통에 전혀 영향받는 것 같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1859년부터 10년간 이어진 수에즈운하 공사에 동원된 6만 명에 이르는 이집트인들은 강제 부역이라고 해도 무방한 저임금과 높은 노동 강도, 열악한 작업환경에 건강을 잃었다.
이 책의 부제를 ‘기술과 번영을 둘러싼 천년의 쟁투’로 단 저자들은 ‘기술 발전이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수준을 높여준다’는 일반적인 경제 상식에 물음표를 달았다. “기술 발전의 방향을 정하는 집단은 소수 엘리트층 및 권력가들이며, 진보로 인한 풍요는 그들의 주머니를 불린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기술 발전을 이끄는 동력과 과정을 살펴보면 “더 나은 기계의 도입은 거의 자동적으로 노동자들의 더 높은 임금으로 이어진다”는 애덤 스미스의 법칙이 현실에서는 들어맞지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지난 1000년간 역사를 통해 기술 발전을 통한 진보가 수많은 사람의 희생을 통해 성취된 결과물이라는 점을 증명하려고 했다.
18세기 엘리 휘트니(Eli whitney)가 발명한 조면기(면화에서 씨와 솜을 분리하는 기계)는 과거에는 50명이 해야 할 일을 한 명이 할 수 있게 만든 기술 진보를 일으켰다. 이 기술로 미국 남부의 면화 생산량은 100배 이상 증가했다. 면화 생산의 비약적인 증가는 면화 밭에서 일하는 흑인 노예 급증으로 이어졌다.
미국 독립 직후 55만 명이던 미국에서의 노예 인구는 남북전쟁 무렵인 1850년대에는 320만 명까지 늘어났다. 이 중 180만 명은 면화 밭에서 일하는 흑인 노예였다. 기술 진보가 노예노동의 확대로 이어진 사례다.
두 경제 석학은 기술 진보가 더 나은 삶으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권력이 상류층에 집중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富)가 자본가나 사업가에게 쏠리지 않도록 개혁 작업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부유세를 포함한 조세 개혁, 노동자와 교육 분야 투자,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의 분할, 부의 재분배와 사회 안전망 강화 등이 필요한 개혁 조치로 제시됐다.
저자들은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광범위한 번영으로 이어지는 것은 전혀 자동적인 결과가 아니다”라면서 “그렇게 되느냐 아니냐는 사회가 내리는 경제적·사회적·정치적 ‘선택’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사카모토 류이치가 마지막으로 전하는 이야기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사카모토 류이치│황국영 옮김│위즈덤하우스│2만원│396쪽│6월 28일 발행
아시아인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음악상과 그래미상을 받은 일본 음악 거장 고(故)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의 생애 마지막 일기가 담긴 자서전. 2020년 암 재발과 전이로 ‘5년 생존율 50%’라는 선고를 받고, 3월 28일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약 2년간 병마와 싸우며 남긴 기록과 음악에 대한 생각을 풀어냈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일본 문예지 ‘신초’에 연재된 칼럼을 엮었다.
지구인을 위한 안내서
기후변화, 그게 좀 심각합니다
빌 맥과이어│이민희 옮김│양철북│1만5000원│208쪽│7월 3일 발행
20세기 중반 78일간이던 북반구의 여름은 최근 95일 이상으로 늘어나고, 21세기 안에 180일 정도가 될 전망이다. 반대로 겨울은 8주간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기후변화에 대해 쏟아진 수많은 경고와 협약이 있었지만, 지금 이산화탄소 농도와 기후변화 속도로 볼 때 지구 온도의 추가 상승을 1.5도 이내로 막겠다는 ‘1.5도 가드레일’은 이미 붕괴됐다는 저자의 진단이 자세히 나와 있다.
행복한 부자가 되는 어린이 경제 교양서
좋은 투자, 나쁜 투자, 이상한 투자
권재원│창비│1만3000원│124쪽│6월 30일 발행
어린이들에게 인플레이션 등 필수 개념부터 재산을 늘리는 투자에 대한 기본 철학을 알려준다. 주인공 재원이가 먼지를 뒤집어쓴 코끼리 주전자를 벼룩시장에 내다 팔려다가, “헐값에 팔아넘기는 대신 나한테 투자를 해!”라는 주전자의 항의를 들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저축과 투자, 무엇을 선택할까?’ 등 38개 문장을 통해 투자 철학 등을 살펴본다.
어른에게도 방학이 있다면, 와인이 시작된 곳으로
유럽 와이너리 여행
나보영│노트앤노트│1만9000원│336쪽│7월 5일 발행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포르투갈 등 주요 와인 생산지인 유럽 5개국의 와이너리 28곳을 소개한다. 자연의 속도에 맞춰 유기농법으로 포도를 키우는 곳부터 열기구 투어, 근교 여행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와이너리까지 두루 소개한다. 백과사전식 와인 정보서는 아니지만, 와인 종류별 유명 생산지와 포도 품종, 양조 과정, 와인 정보, 유명 인사와 일화 등이 소개됐다.
디지털 시대, 산만한 뇌를 최적화하는 법
최강의 브레인 해킹
엘리자베스 리커│이영래 옮김│비즈니스북스│1만8500원│480쪽│6월 20일 발행
각종 정보 홍수와 소음 속에서 뇌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떨까. 매사추세츠공대(MIT), 하버드대에서 뇌인지과학을 전공한 저자는 하루 15분 투자로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듯 뇌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2022년 국제 노틸러스 북 어워드 수상작이며, 월스트리트 저널(WSJ)의 ‘새해를 똑똑하게 시작하기 위한 12권의 책’으로 선정됐다.
디지털 시대에 정부가 실패하는 이유
리코딩 아메리카
(Recoding America: Why Government Is Failing in the Digital Age and How We Can Do Better)
제니퍼 팔카│메트로폴리탄북스│24.57달러│336쪽│6월 13일 발행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최고기술책임자를 역임한 저자는 디지털 정부로의 전환 시도에 대해 “서류 작업보다 훨씬 더 번거롭게 느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평가한다. 정보를 독점한 엘리트들이 높은 곳에서 정책을 지시하는 산업화 시대의 관료적인 정부 형태가 지속되는 한 디지털 기술의 도입은 효과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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