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만나고 헤어짐은 이제 시작인 것을.. ‘꽃상여 타고 떠나는 길에’ 부치는 흑백의 진혼곡

제주방송 김지훈 2023. 7. 17.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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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으로 9일장을 하면서 8일 동안 관을 땅속에 가묘로 토롱(흙으로 쌓은 임시 무덤)하며, 장례날 상두꾼들이 꽃상여를 매고 운구하는 모습부터 부녀자들이 설베를 잡아 장지까지 운구하고 망자를 위로하는 장면까지 장례의례의 모든 과정을 담았습니다.

작가는 사진집에서 "과거에는 초상이 나면 온 동네사람들이 '수눌음'의 마음으로 서로 도우며 상여도 매고 설베도 잡으면서 망자를 장지에서 운구해 봉분과 산담을 쌓고 장례의례를 전부 마칠 때까지 함께 돌봤다"면서 "장례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담는다는게 당시를 기억할 수 있는 기록이 됐다. 앞으로 제주인들의 삶의 양식을 기록하는 것이 소명"이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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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보 사진작가 전시, 20일까지
제주도문예회관 제1전시실
지난 15일부터 제주도 문예회관 1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강만보 작가 개인전 ‘꽃상여 타고 떠나는 길’ 전시 작품


# ‘죽음’이란건 가장 근원적인 공포를 불러일으키면서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마지막 종착점으로 안내합니다. 원초적인 두려움에서 시작해, 끝이 아닌 또다른 ‘영원’을 향한 갈망을 이야기하는 전시입니다.

그래서 희미해지는 과거에 발을 들여놓되, 역사의 기록 속으로 빠르게 사라지는 소중한 것들을 소환합니다. 죽음을 인식하는 방식을 조금 바꾸고, 삶의 아름다움을 감사하게 생각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입니다. 모든 끝이 어쩌면 또 다른 시작에 불과하다는 걸, 서늘하지만 가슴 아프게 상기시키는 자리입니다.


제주의 삶과 문화를 카메라에 포착해온 강만보 작가가 중산간 마을 매장 장례문화를 포착한 사진집 ‘꽃상여 타고 떠나는 길’을 펴내면서 지난 15일부터 제주도 문예회관 1전시실에서 갖고 있는 개인전 ‘꽃상여 타고 떠나는 길’입니다.

1991년 제주시 용강동과 2002년 서귀포시 동광리에서 거행했던 매장 장례의례를 촬영한 흑백사진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지난 15일부터 제주도 문예회관 1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강만보 작가 개인전 ‘꽃상여 타고 떠나는 길’ 전시 작품


초상으로 9일장을 하면서 8일 동안 관을 땅속에 가묘로 토롱(흙으로 쌓은 임시 무덤)하며, 장례날 상두꾼들이 꽃상여를 매고 운구하는 모습부터 부녀자들이 설베를 잡아 장지까지 운구하고 망자를 위로하는 장면까지 장례의례의 모든 과정을 담았습니다.

30여 년, 전통 장례문화에 천착한 전시는 삶에서 죽음으로 전환하는 복잡한 인식의 여로를 군더더기 없이 담았습니다.

당시 ‘지금’ 현실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부러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흑백을 고집한 건 인간이라는 너무나 당연한 존재의, 본질적 이중성을 살리는데 제법 현명한 선택으로 보여집니다.

시선은 장지로 운반할 때 사용하는 ‘꽃상여’에 맞춰집니다.

단순히 실용적인 도구로서만 아니라 산 자와 죽은 자를 잇는 접점이자 상징적인 ‘다리’ 역할을 자처합니다.

화려한 장식은 죽음에 대한 역설적인 접근과도 맥락을 같이 합니다.

두려움과 슬픔에 겹겹이 둘러싸인 일상을 탈피해 한없이 되풀이될지 모를, 그랬으면 하는 삶의 주기를 향한 염원과도 닮았습니다.

지난 15일부터 제주도 문예회관 1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강만보 작가 개인전 ‘꽃상여 타고 떠나는 길’ 전시 작품


작품에선 단순히 절차만 나열하는게 아닌, 공동체의 유대감을 향한 경외감도 엿볼 수 있습니다.

상여를 준비하며 고인을 운구하고 장례식에 참여하고 마무리하기까지, ‘그들 만의’ 공유는 삶과 죽음 그 자체 만큼이나 인간 존재의 기본을 되새겨보자는 작가 의식의 발현입니다.

작가는 사진집에서 “과거에는 초상이 나면 온 동네사람들이 ‘수눌음’의 마음으로 서로 도우며 상여도 매고 설베도 잡으면서 망자를 장지에서 운구해 봉분과 산담을 쌓고 장례의례를 전부 마칠 때까지 함께 돌봤다”면서 “장례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담는다는게 당시를 기억할 수 있는 기록이 됐다. 앞으로 제주인들의 삶의 양식을 기록하는 것이 소명”이라고 전했습니다.

1980년 제19회 한라문화제 촬영대회 입선으로 사진의 길에 입문한 작가는 사라져가는 민속과 제주 사람들의 삶의 양식을 담아내는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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