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크렘린궁 “흑해곡물협정 연장 안한다”…곡물가격 상승 우려

정원식 기자 2023. 7. 17.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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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이익 전혀 고려 되지 않고
아프리카 식량 공급 목표도 미이행”
지난해 식량 위기 재현 가능성 우려
흑해 곡물협정에 따라 곡물을 실어나르고 있는 선박 한 척이 지난 15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보스포루스 해협을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크렘린궁이 흑해곡물협정을 중단하겠다고 17일(현지시간) 밝혔다. 곡물 가격 상승과 식량 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튀르키예 시간으로 이날 자정 만료될 예정인 흑해곡물협정 연장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의 화상회의에서 “흑해곡물협정은 사실상 오늘부로 효력이 없어졌다. 러시아와 관련된 사항이 아직까지 이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협정의 효력은 종료된다”고 말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어 “흑해곡물협정에서 러시아와 관련된 부분이 충족된다면, 러시아는 즉각 협정의 실행으로 복귀하겠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내세우는 조건이 맞는다면 연장을 재개할 수 있다는 취지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흑해가 봉쇄돼 2000만t이 넘는 우크라이나 곡물의 수출길이 막혔다. 이로 인해 아프리카와 중동 등 주요 수입국에서 식량난이 가중되고 식량 가격이 상승하자 유엔과 튀르키예가 중재에 나서 같은해 7월22일 흑해곡물협정이 체결됐다.

이후 1년 동안 밀과 옥수수 등 3280만t의 식량이 흑해와 접한 우크라이나 항구 세 곳을 통해 3개 대륙 45개국으로 수출됐다. 협정은 러시아의 이탈 위협 속에서도 세 차례 연장되며 식량 부족과 곡물 가격 급등세를 진정시키는 성과를 거뒀으나 크렘린궁의 이번 거부로 네 번째 연장에는 실패했다.

러시아는 곡물협정에 응하는 대가로 서방이 러시아산 곡물과 비료를 대러 제재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음에도 실제 수출량이 늘어나지 않았다면서 거듭 불만을 표시해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관통하는 러시아의 암모니아 수송관 가동도 재개해달라고 요청해왔으나 우크라이나의 반대로 좌절됐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3일 러시아 국영방송과 인터뷰에서 “(흑해곡물협정은) 러시아의 이익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일방적인 게임”이라고 비난하면서 “그럼에도 우리는 이 협정을 여러 차례 연장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지난 15일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는 “아프리카처럼 꼭 필요한 곳에 식량을 공급한다는 협정의 주요 목표가 이행되지 않았다”면서 협정 자체의 성과도 부인했다.

흑해곡물협정 연장 실패에 따라 지난해 식량 위기가 재현될 것으로 우려된다. 흑해곡물협정이 체결되기 전인 지난해 6월 세계 밀과 옥수수 가격은 전년 대비 각각 56.5%와 15.7% 상승한 바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위협을 계속할 경우 개발도상국들이 식량 가격 상승과 식량 부족이라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방은 협정 종료를 규탄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러시아의 협정 종료를 비판하며 “EU는 전 세계 취약층을 위한 식량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영국 또한 “매우 실망스럽다. 필수 곡물에 대한 수백만명의 접근을 앗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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