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철 칼럼] 후쿠시마 오염수, 그리고 제7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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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임박한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정부가 반대입장을 명확히 표명하라고 여전히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럼에도 야당은 여전히 현실 인식의 차이를 드러내며 정부의 한일관계 개선 행보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고, 그 연장선상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도 정부의 공식 반대 천명을 촉구하고 있는 셈이다.
우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일본이 강행한다면 우리 정부가 반대한다고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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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EA에 맞춘 정부 후쿠시마 대응 바람직
한일관계 갈등을 넘어 신뢰ㆍ협력 절실
신뢰 쌓아야 7광구 문제 등 협력 가능
더불어민주당은 임박한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정부가 반대입장을 명확히 표명하라고 여전히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판단까지도 일축하는 야당의 주장은 “오염수 괜찮다면 일본 국민이 마셔라”는 등 일부 억지가 없지 않지만, ‘괴담과 선동’으로 일축할 일만은 아니다. 야당이 국민적 우려를 감안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운동에 나서는 건 그럴 만할뿐더러, 외교적으로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다만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한다는 공식입장을 표명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국가 운영을 책임져야 하는 정부로서는 들썩이는 감정이나 원론적 당위가 아닌, ‘엄연한 외교현실’을 직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 때 일제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한 정부 대응은 원론적 당위에 기대 여론의 눈치를 살피다 현실 외교를 그르친 뼈아픈 사례로 꼽을 만하다. 물론 주체에 따라 현실 인식은 다를 수 있다. 문 정권 사람들은 한일관계에서 가해 일본 기업의 피해자 배상책임을 확실히 따지는 게, 국민 다수가 현실적 문제라고 생각하는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현실이라고 여겼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때 파탄지경까지 방치된 한일관계는, 현 정부가 ‘엄연한 외교현실’의 필요에 따라 관계증진을 추진하는 데 고스란히 부담으로 넘겨졌다. 그럼에도 야당은 여전히 현실 인식의 차이를 드러내며 정부의 한일관계 개선 행보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고, 그 연장선상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도 정부의 공식 반대 천명을 촉구하고 있는 셈이다.
이쯤에서 한일관계의 ‘엄연한 외교현실’을 되짚어 보자면 이렇다. 우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일본이 강행한다면 우리 정부가 반대한다고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또 일본으로서는 후쿠시마 오염수 상황이 애초부터 대지진이라는 천재지변에 따른 피해이기 때문에 문제해결에 주변국의 이해와 배려를 기대하는 측면이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로서는 무력한 반대보다는 이해와 배려로 신뢰를 쌓는 것이 보다 국익에 부합할 수 있다.
실제로 지금 한일관계는 미국의 동아시아 경제ㆍ안보전략과 맞물린 협력기조를 타고 급속히 진전되는 흐름을 타고 있다. 특히 우리의 강제징용 해법이 추진되는 가운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현안으로 부상하면서 일본이 우리의 이해를 구하는 입장이 됐고, 그런 기류 속에서 화이트리스트나 통화스와프 복원 같은 관계정상화 조치가 가속화하고 있는 중이다.
양국 간 신뢰와 협력 기조는 나아가 제7광구 문제 등 중대한 외교 난제를 푸는 데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제7광구는 제주도 남쪽에서 일본 서쪽에 걸친 남한 면적 80% 크기의 거대 해양석유가스전이다. 미국이나 러시아의 전체 매장량보다도 많은 석유와 가스가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정희 정부 때인 1970년 일찌감치 우리가 먼저 영유권을 선언한 이래, 1974년 한일이 50년 시한 대륙붕협정을 체결해 유전 공동개발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후 유엔해양법 등 대륙붕 경계획정에 관한 국제규범과 관례가 급변하면서 7광구 대부분의 영유권이 일본에 귀속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일본은 협정이 만료되는 2028년까지 개발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우리로서는 한일협정 자체를 부인하며 해당 수역 무단 개발을 강행하고 있는 중국의 동향에 유의하면서 지금부터라도 일본과 새로운 협력틀을 강구해야 할 필요가 크다.
신뢰와 협력은 그저 막연한 수사가 아닌, 복잡다단한 외교 난제를 풀어 나가는 현실적 지렛대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정부의 대응에도 이런 ‘엄연한 외교현실’이 당연히 감안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장인철 수석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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