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마다 수백억 쓰고도… ‘산사태 취약지역’ 아닌 옆 마을들이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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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가 지정·관리하는 '산사태 취약지역' 인근 지역에서 오히려 산사태가 속출해 관리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인명 피해가 컸던 지난 15일 새벽 경북 예천군 일대 산사태를 살펴보면 피해가 집중된 마을은 대부분 산사태 취약지역에서 제외돼 있었다.
지방자치단체장은 2013년부터 산림보호법에 따라 산사태로 인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을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고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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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지역 4곳 둘러싸인 백석리 등
경북 피해 지역 대부분 지정 안 돼
산 주인들 “재산권 침해” 반대에
위험등급에도 지자체 관리 부실
“산지 많아 선제 대피 시스템 둬야”
지방자치단체가 지정·관리하는 ‘산사태 취약지역’ 인근 지역에서 오히려 산사태가 속출해 관리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인명 피해가 컸던 지난 15일 새벽 경북 예천군 일대 산사태를 살펴보면 피해가 집중된 마을은 대부분 산사태 취약지역에서 제외돼 있었다. 주민 5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된 백석리 마을은 산사태 취약지역 4곳으로 둘러싸인 지형이다. 취약지점 4곳이 1.5㎞ 반경의 꼭짓점 4개로 감싸고 있지만 정작 백석리 마을만 취약지역에서 제외된 것이다.
또 주민 4명이 실종된 감천면 진평리도 2019년 10월 취약지역으로 지정된 곳에서 불과 640m 떨어진 곳에 있다. 은풍면 은산리와 금곡리에서는 2명이 사망하고 3명이 실종됐는데, 역시 취약지역이 아니었다. 오히려 두 지역 사이에 낀 송월리만 취약지역으로 지정됐다. 이들 마을은 예천군과 산림조합이 2월 15일부터 4월 2일까지 산사태 점검을 벌였음에도 관리 대상에서 제외돼 이곳에 산사태 예방을 위한 안전구조물 등이 설치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장은 2013년부터 산림보호법에 따라 산사태로 인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을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고시하고 있다. 2011년 서울 우면산 산사태 이후 관련 규정이 마련됐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산사태 취약지역은 모두 2만 7400곳에 이른다. 경북이 4867곳(전체의 18%)으로 가장 많다. 이어 강원 2757곳, 경남 2271곳, 전남 2262곳 등이다.
산사태 취약지역은 매년 증가 추세다. 2018년 2만 5545곳, 2019년 2만 6238곳, 2020년 2만 6484곳, 2021년 2만 6923곳 등이다. 취약지역으로 지정되면 연 2회 정기점검 및 호우 대비 특별점검 등의 지속적인 안전관리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지자체가 높은 위험등급을 매겨 놓고도 재산권 침해를 우려한 산주(山主)들의 반대로 산사태 취약지역으로는 지정·관리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 취약지역에 지정되지 않더라도 산림청으로부터 관리·보수 예산을 받아 펜스 설치 등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사유지는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보수할 권한이 없다. 경북의 경우 최근 2년간(2022~2023년) 산사태 취약지역 예산 605억원을 마련했지만 인근 지역에는 근거가 없어 예산을 배정하지 못했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산사태는 흙과 흙 사이 공간이 물로 채워지면 수압으로 무거워진 흙 입자가 지면 쪽으로 미끄러지면서 발생한다”며 “산지가 국토의 70%를 차지하는 대한민국 지형이라면 어디든지 다 산사태 위험지역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의 산사태 대피 조치가 권고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마을 이장 등을 필두로 선제 대피가 가능한 행정지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안동 김상화·서울 김예슬·김중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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