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지하도 비극' 내탓은 없고 네탓만···"人災 넘어 官災"
지하도 진입 통제
금강홍수통제소 "안전조치 통보" 흥덕구 "통제하라는 얘기 없었다"
자동차단기 설치
충북도 "2년전 예산신청" 주장 후 행안부 부정하자 "올 상반기" 번복
미호대교 제방공사
주민 "둑 덜 쌓았다는 얘기 들어" 행복청선 "예년 홍수위보다 높아"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충북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를 둘러싸고 관계 기관 간 책임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도로 진입 통제 책임과 미호대교 임시 제방 문제 등을 둘러싸고 환경부·행정안전부 등 정부 부처와 충청북도·충주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네 탓’을 주장하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참사를 둘러싼 공방에 대해 “인재가 아닌 사실상 관재”라고 지적했다.
◇대응 못 한 지자체·기관 ‘네 탓’ 공방=17일 정부와 지자체에 따르면 침수 발생 전 교통 통제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 관해 환경부 소속 금강홍수통제소와 흥덕구·청주시의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금강홍수통제소는 침수 발생 4시간 30분 전이었던 15일 오전 4시 10분께 지하 차도 인근 미호강 미호천교 지점에 ‘홍수경보’를 내렸고, 2시간여 뒤인 오전 6시 30분에는 하천 수위가 경보 수준보다 높은 ‘심각’ 수위까지 높아졌다. 당시 금강홍수통제소 관계자가 흥덕구청에 전화해 인근 도로의 교통을 통제하는 등 안전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흥덕구는 지하 차도 등 위험 도로에 대한 차량 통제를 하지 않았다. 흥덕구는 “금강홍수통제소에서 위험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가 “통보는 받았지만 교통 통제를 하라는 얘기는 없었다”고 말을 번복했다. 충북도와 청주시 또한 교통을 통제하지 않았다. 충북도 관계자는 “홍수경보라고 해도 지하 차도 중심에 물이 고여야 교통 통제를 시작한다”며 “그러나 오송 지하 차도는 제방이 무너져 갑자기 침수됐기 때문에 통제할 겨를이 없었다”고 답했다. 경찰도 오전 7시 5분쯤 미호강이 넘칠 것 같다는 신고를 수차례 받고 이를 흥덕구청에 전달했지만 정작 지하 차도는 통제되지 않았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금강홍수통제소에서 연락했으나 지자체와 경찰이 움직이지 않은 ‘관재’에 가깝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충북도 ‘자동 차단기’ 예산 놓고 말 바꾸기=침수 위험이 있을 경우 시민과 차량의 통행을 제한하는 자동 차단기 설치에 대해 충북도의 책임 회피식 말 바꾸기도 도마에 올랐다. 자동 차단기는 행안부가 정한 위험 등급 중 2등급 이상인 도로에 설치되는 시설이다. 궁평2지하차도는 행안부가 지정한 위험 등급 중 등급이 가장 낮은 3등급 시설이었던 탓에 자동 차단기가 설치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다 올 6월 29일 충북도는 궁평2지하차도에 자동 차단기를 설치하기 위한 예산을 교부받았고 9월께 발주할 계획으로 설계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충북도는 16일 2021년 하반기부터 자동 차단기 예산을 지속적으로 신청해왔으나 행안부로부터 예산을 교부받지 못했고 올해 6월에 다시 신청해 예산을 교부받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하지만 행안부가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하자 급기야 충북도는 이날 “올해 상반기에 처음으로 관련 예산을 신청했던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주민들 “제방 부실”vs당국 “갑자기 물 불어서···”=지하 차도 침수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미호대교 신축 공사 현장의 제방 상태를 놓고는 행복청과 주민들의 설명이 대립하고 있다. 이날 사고 현장 주변에서 만난 40대 오송읍 주민 A 씨는 “2017년에도 잠긴 적이 있는데 지하 차도는 지어진 지 2~3년밖에 안 됐다”며 “다리 공사가 제대로 됐는지, 둑을 덜 쌓았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행복청이 가물막이의 둑 일부를 헐면서 중장비 통행로로 이용해왔다는 주민들의 목격담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행복청은 “교량 높이 때문에 임시 제방을 기존 둑보다 낮게 쌓기는 했으나 100년 빈도 계획 홍수위보다는 높고, 둑 일부를 헐어 공사 차량 진출입로로 사용한 적은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충북도 관계자도 “임시 제방을 쌓아놓았는데 그걸 보수하는 과정에서 물이 갑자기 불어나다 보니 마무리를 못 해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물 관리’는 일원화됐는데···컨트롤타워는 아직=하천 ‘물 관리 일원화’ 과도기에 이 같은 재난이 발생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18년 도입된 ‘물 관리 일원화’는 기존에 국토교통부에서 담당하던 수량 관리 업무를 환경부로 이관해 물 관련 업무 전반을 환경부가 추진하게 한 정책이다. 2022년 1월 국토부에 남아 있던 하천 업무까지 환경부로 이관됐지만 여전히 물 관리 주체, 도로 관리 주체, 재난 안전 주체가 나뉘어 책임이 다원화돼 있다. 그러나 부처 간 소통과 협력을 담당하는 컨트롤타워는 부재하다. 손민우 충남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물 관리는 환경부에서 담당하지만 그로 인한 피해는 국토부·행안부 소관 시설에서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어느 정도 예견된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박신원 기자 shin@sedaily.com정유민 기자 ymjeong@sedaily.com세종=양종곤 기자 ggm11@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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