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딘 반격에 우크라 `푸틴 자존심` 크림대교 또 타격?...러, "美·英 참여로 우크라가 수행한 테러"

"수중드론 2대로 공격…공격조직 우크라 특수기관 요원 파악중"
일부 우크라 매체도 "우크라가 공격"…우크라 당국은 부인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 잇는 주요 보급선

러시아가 점령 중인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크림대교가 17일(현지시간) 공격을 받고 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러시아는 "서방의 참여하에 우크라이나가 수행한 테러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스푸트니크,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반테러위원회(NAC)는 이날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특수기관이 이번 공격을 수행했다"면서 해당 사건을 테러 공격으로 규정했다.

NAC는 또 "크림대교가 2대의 우크라이나 수중 드론에 공격당했고, 차량용 교량 경간이 손상됐다"면서 이번 사건과 관련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연방 수사위원회도 "크림대교 공격 조직에 책임이 있는 우크라이나 특수기관 요원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텔레그램에서 "오늘 크림대교에 대한 공격은 우크라이나 정권에 의한 것"이라며 "이 정권은 테러리스트 정권으로 국제 조직범죄 그룹의 모든 특징을 갖고 있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미국과 영국의 특수기관의 참여 하에 우크라이나가 이번 공격을 수행했다고 말했다. 다만 자하로바 대변인은 해당 주장에 대한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러시아 측 크림 의회 의장도 크림대교 공격이 우크라이나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관영 RIA 통신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콘스탄티노프 크림 의회 의장은 "키이우의 테러리스트 정권이 크림대교를 공격해 새로운 범죄를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그는 크림대교 중 철도용 교량은 파손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일부 언론 매체는 우크라이나 국가보안국(SBU)과 해군이 이번 사건의 배후에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영 방송 '수스필네'와 온라인 매체 '우크라인스카 프라브다'는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수스필네'는 크림대교가 수중 드론의 공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해군 대변인은 "그런 정보가 없다"며 공식 발표를 기다려달라고 요청했다고 이 방송은 덧붙였다.

우크라이나군 남부사령부의 나탈리아 후메니우크 대변인은 이날 폭발이 러시아의 도발 행위일 수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국영 라다 방송에 "크림 점령 당국들이 (사건 발생) 즉시 매우 크게 보고하는, 이런 도발을 일으키는 것은 크림과 침략국(러시아) 당국의 전형적인 문제 해결 수법"이라고 말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앞서 러시아 당국자들은 크림대교에서 긴급 상황이 발생해 다리가 파손됐으며 2명이 숨지고 어린이 1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언론사인 RBC-우크라이나 통신은 크림대교 방면에서 폭음이 들렸다고 보도했으며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과 연계된 텔레그램 채널 '그레이 존'은 이날 오전 3시 4분과 3시 20분에 각각 한 차례씩 크림대교를 겨냥해 두 번의 타격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크림대교를 찍은 것으로 보이는 SNS 영상을 보면 교량 일부가 끊어져 내려앉았으며 교량 아래로 철근 등이 휘어져 있었다.

이날 폭발은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본격화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의 핵심 보급로 역할을 해온 크림대교에서는 지난해 10월에도 대규모 폭발이 발생해 한때 통행이 중단됐다가 올해 2월에야 차량용 교량이 복구된 바 있다. 당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이 파괴 공작을 벌였다고 주장했으며, 우크라이나 정부는 수개월 뒤에야 간접적으로 이를 시인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강현철기자 hckang@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