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곡물협정 연장 불투명 속 크림대교 사고로 통행 중단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합의한 흑해곡물협정이 만료되는 날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크림대교에 사고가 발생해 통행이 중단됐다. 사고 원인이 명확히 파악되지 않은 가운데, 곡물협정의 연장 소식은 아직 전해지지 않고 있다.
17일(현지시각) 러시아 <타스통신>은 세르게이 악쇼노프 크림 자치공화국 수반이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비상 상황 발생으로 러시아 크라스노다르와 크림반도를 잇는 다리 통행이 중단됐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악쇼노프 수반은 "크림대교 교통 통행이 중단됐다.크라스노다르로부터 145번째 교각 구역에서 비상상황이 발생했다. 사법 당국과 모든 관련 기관이 조치에 나섰다"고 전했다.
그는 "비탈리 사벨리에프 러시아 교통부 장관과 통화했다. 상황을 복구하기 위한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고 말했으나 상황이 벌어진 배경이 무엇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악쇼노프 수반은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반도 주민들과 방문자들은 크림대교를 통한 통행을 자제하고 새로운 지역을 통과하는 대체 육로를 선택해서 이동해 달라"라고 말했다.
통신에 따르면 사고 이후 크림반도의 중앙에 위치한 심페로폴에서 출발하는 모스크바행 열차가 반도의 동쪽인 케르치에서 출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크림반도로 가는 열차 4대와 크림반도에서 러시아 측으로 오는 열차 1대가 추가로 지연됐다. 크림 반도와 크라스노다르 지역을 연결하는 페리 서비스는 16일 저녁부터 운행되지 않고 있다.
상황 발생 원인과 관련해 <AP> 통신은 현지 언론 매체에서 지역 주민들이 새벽에 폭발 소리를 들었다고 진술했다는 보도가 있었다고 전했으나, 사실 확인이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직접 연결하는 19km 길이의 크림대교는 지난해 10월 대규모 대규모 폭발이 발생해 통행이 중단됐던 적이 있다. 당시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이 파괴공작을 벌였다고 주장했는데, 여기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수 개월이 지난 뒤 간접적으로 이를 시인하기도 했다.
한편 우크라이나의 곡물을 흑해를 통해 수출하는 흑해곡물협정이 이날 만료될 예정인 가운데 재연장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흑해곡물협정은 지난해 7월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맺은 협정으로, 우크라이나 곡물 운송선의 안전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협정은 체결 이후 세 차례 연장됐는데, 협정 체결 당시 합의한 러시아산 곡물 비료 및 수출 허용 문제가 쟁점으로 남아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와 관련 지난 13일 "유엔과 접촉하고 있다"면서도 러시아를 위한 합의 사항이 지켜지지 않으면 협정을 탈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날인 12일 유엔은 안토니오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푸틴 대통령에게 협정 연장 방안을 담은 서한을 발송했다고 전했다. 여기에는 러시아 국영 농업은행 자회사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시스템에 다시 연결하는 방안이 포함됐다고 알려졌다.
곡물협정에 적극적인 역할을 했던 튀르키예가 러시아와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도 재연장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14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8월에 푸틴 대통령을 환영할 준비를 하고 있다. 곡물협정 연장에도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는 협정에 대한 입장을 발표한 적이 없다"며 즉각 반박했다.
여기에 튀르키예는 지난 11~12일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해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동의했고 포로 교환을 통해 석방된 우크라이나 군 지휘관이 튀르키예에 있어야 한다는 합의를 깨고 이들을 우크라이나로 돌려보내는 등의 행위를 하면서 러시아의 반발을 사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재연장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날 크림대교 사고까지 발생하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이 사안을 두고 협상을 벌일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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