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복 '측근' 인사 매체에 인천시 '보은성' 광고집행 의혹 보도
"시장 측근 몸담은 언론사에 광고집행" 지적에 "시정 홍보 위해"
뉴스하다 "언론도 감시 대상…언론인과 정관재계 유착 근절"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유정복 인천시장이 취임한 지난해 시가 새로 광고 집행한 언론사 가운데 세 곳이 유 시장의 출신 대학이거나 정치적 인연을 맺은 인사가 발행하는 매체로 나타났다. 신생 인천경기지역 독립언론 '뉴스하다'가 내놓은 첫 보도다.
뉴스하다는 17일 <인천시, 유정복 측근에 보은성 광고비 집행 의혹>(링크) 등 2건의 기사를 내고 최근 3년간 인천시의 광고와 홍보비 집행 내역을 분석한 결과를 보도했다. 뉴스하다는 “유 시장이 취임한 7월부터 같은 해 연말까지 11개 매체가 신규로 광고비를 받았다. 민선7기 후반기인 2021년과 2022년 연초까지는 예산을 받지 않은 곳들”이라며 “이 중에는 유 시장 캠프 출신 인사와 현직 특별보좌관이 발행인인 언론사들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뉴스하다에 따르면 인천시는 유정복 시장이 취임한 지 3개월차인 지난해 10월부터 위클리피플(온라인판 포함)에 광고를 주기 시작해 지난 4월까지 총 3030만 원의 예산을 집행했다. 위클리피플의 발행인 A씨는 현재 인천시의 대외전략특별보좌관도 맡고 있다. A 특보 겸 발행인은 뉴스하다에 송영길 시장의 민선 5기와 유정복 시장의 민선 6기에도 인천시로부터 광고를 받았다고 반론했다.
인천시는 또 지난해 11월부터 판코리아뉴스에 광고를 주기 시작했는데 이 매체 발행인 B씨도 지난 2014년 유정복 시장 캠프에서 당선을 도왔다. B씨는 뉴스하다에 “내가 유정복 시장 저기(캠프)도 도와주고 고주룡(현 인천시 대변인)도 알고 그런다. 고 대변인 취임하고 시청 찾아가서 만나긴 했지만 공보관이 있어 권한이 없다더라”라고 했고, 고 대변인은 “홍보비를 제가 주라 마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인천시는 이례적으로 대학 학보사에도 광고를 줬다. 학보사 가운데 유 시장이 졸업한 연세대 학보사 연세춘추에만 500만 원짜리 광고를 한 차례 집행했다. 시는 창간한 지 불과 몇 개월 되지 않은 뉴스코아와 미디어경인 등 두 곳에도 광고를 집행했는데 모두 지역 언론 출신 기자가 발행인을 지내고 있다. 인천시 측은 이와 관련 뉴스하다에 “(지역 언론 출신 기자의) 영향력에 대해서 고민하지만 퇴직 언론인이 (차린 매체)라고 해서 다 드리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으며 “언론진흥재단 통해 광고를 집행했는데 연세춘추는 재단에 등재돼 있다”고 밝혔다.
뉴스하다는 <인천시, 지역언론을 '랩독'으로 만들다> 보도(링크)에선 인천시 대변인실이 최근 3년간 집행한 광고비 집행 내역을 전수 조사했다.
인천시는 지역 '5대지'라고 자처하는 곳에 매년 20억 원이 넘는 예산을 집행한다. 전체 광고비(31억~93억여 원) 중 23.2~27.4%가 이 '5대지'에 지급됐다. 집행 규모에도 차등을 둬 3년치 총액 기준 경인일보, 인천일보, 경기일보, 기호일보, 중부일보 순이다.
뉴스하다는 그 결과 지역 언론들이 본연의 역할인 비판을 꺼려한다고 전했다. 유 시장이 지난해 8월8일 폭우 중 휴가를 떠났다가 집중호우에 9일 업무로 복귀한 데 대해 이데일리와 시사저널 등이 '늑장 대응'을 비판한 반면 지역 언론은 인천시가 낸 '휴가 중 업무복귀' 보도자료를 받아썼다고 보도했다.
뉴스하다는 “5대지 카르텔이 유지되는 데는 지역신문 출신이 인천시 대변인으로 임명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뉴스하다에 따르면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인천 동구·미추홀구갑)은 기호일보와 경인일보, 한겨레를 거쳐 송영길 시장 당시 대변인, 박남춘 시장 당시 정무부시장을 지냈다. 박남춘 시장 시절 정진오 대변인은 경인일보 인천본사 편집국장 겸 정치부장을 지내다 인천시로 갔다.
2016년 유정복 시장(민선 6기) 땐 박현수씨가 인천일보에서 인천시 대변인으로 직행했고, 지난해 유 시장이 다시 당선된 뒤엔 인천일보 사장으로 갔다. 유정복 시장 시절 김창선 대변인도 연합뉴스 인천취재본부장이었다. 현 고주룡 대변인은 MBC 기자와 통일방송추진단 국장 출신이다.
뉴스하다 “지역 정치인, 기업, 토호, 언론 유착 뿌리뽑을 것”
뉴스하다는 지난달 운영법인인 인천경기탐사저널리즘센터를 창립한 신생 언론으로 이날 첫 보도를 내놨다. 기호일보노동조합 조합원이던 기자들이 퇴사해 새로 꾸린 독립언론이다.
이창호 뉴스하다 기자는 통화에서 첫 보도로 언론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이유에 “지역 언론을 바꾸지 않으면 지역의 정언, 관언, 정재계 유착을 깨지 못한다고 느껴왔다. 정·관·재계 유착의 중심에 언론이 있기 때문”이라며 “그럼에도 어쨌든 우리도 그 중심에서 오래 기자 생활을 했던 만큼 기존에 있었던 '다리'를 스스로 끊어내겠다는 다짐을 담아 보도했다”고 말했다.
뉴스하다는 지난달 1일 창립총회 선언문을 통해 “권력과 자본 감시는 탐사보도의 뿌리로 생각하고 지역 정치인, 관료, 기업가, 토호세력 등을 항상 지켜보겠다. 특히 언론인까지도 감시 대상으로 삼아 언론인과 정관재계 유착을 뿌리 뽑겠다”고 밝혔다.
유준호 인천시 공보담당관은 새로 광고집행한 언론사 선정 기준을 묻는 취재에 “시정 홍보 효과를 판단한 결과”라며 “(광고를 줄 언론사는) 기계적으로 판단한 것이 아니며 각 시점에서 다양한 요소를 판단한다”고 말했다.
A 인천시 특보 겸 위클리피플 발행인은 통화에서 겸임으로 인한 이해충돌 여지에 대해 “위클리피플 정체성은 보도자료 기반 정책뉴스다. 네거티브도 포지티브도 보도하지 않는다”며 “특보는 상근도 아니고 급여도 없다”고 했다. 이어 “(특보는) 유정복 시장의 그런 거(시정)에 협력하는 관계가 아니며 자문위원을 생각하면 된다”며 “내 손으로 광고를 집행해 의결을 추진한 것이 아닌데 (이해충돌 여지는 없다)”고 주장했다.
B씨는 통화에서 “언론에 현직으로 있으면서 그러면 안 되겠지만 지난 (2014년) 선거엔 (유 시장을) 도와드렸고 이번 선거엔 관여하지 않았다”며 “그런 시각에서 보면 안 걸리는 것이 어디있나”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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