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 ‘권영준 18억 법률의견서’ 논란에도 “입장 못 밝혀”
한정적 정보 상황서 의견 표명 부적절”
2013년 유권해석 관한 입장은 유지
권영준 대법관 후보자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할 때 대형 로펌들로부터 고액의 보수를 받고 법률 의견서를 써준 사실이 드러났지만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변협은 17일 권 후보자의 법률 의견서 논란과 관련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지만 구체적 사안에 대해 한정적 정보를 파악한 상황에서 의견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권 후보자는 지난 5년간 로펌 7곳 의뢰를 받고 의견서 63건을 작성해 18억원(필요경비 공제 후 6억9699만원) 가량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는 터다.
법조계에선 권 후보자가 변호사법을 위반했다며 변협이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변호사법 109조는 변호사가 아니면서 금품 등의 이익을 받고 법률관계 문서를 작성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권 후보자는 2006년 판사를 그만두고 서울대 교수로 자리를 옮기면서 변협에 변호사 등록을 하지 않아 이 조항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권 후보자에게 ‘변호사 자격’이 있다고 보더라도 변협에 등록하지 않고 변호사 직무를 수행한 변호사를 처벌하는 변호사법 112조에 위반된다는 지적도 있다. 권 후보자는 지난 11일 청문회에서 법률 의견서 작성은 변호사법 위반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변협이 권 후보자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은 로스쿨 교수들의 법률 의견서 작성을 정당화하는 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형근 경희대 법전원 교수는 통화에서 “이전 대법관 후보들도 의견서 작성 문제로 마찬가지 논란이 있었지만, 이번은 건수나 액수 면에서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앞으로 대형 로펌들이 교수들에게 의견서 작성을 요청하고 법원에 영향력을 미치는 일이 횡행할 것이 우려된다”고 했다. 또 “금전 관계로 이해관계 충돌 소지가 있는데 공정한 재판을 하기 어려운 상태에 있는 인물이 대법관에 임명된다면 출발부터 공정하지 못한 재판의 외관을 띄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변협은 이날 “2013년의 유권해석에 관한 입장은 유지한다”고 했다. 2013년 ‘법전원 전임교원으로 재직하는 변호사가 유료 법률자문을 할 수 있느냐’는 질의에 가능하다는 취지로 답변한 내용이 지금도 유효하다는 뜻이다. 당시 유권해석은 ‘변호사 출신’이거나 ‘휴업 변호사’인 법학전문대학원 교원에 관한 것으로,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은 권 후보자의 경우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의견도 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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