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탕물 잠겨버린 장미 9만주…농장주 "범람 뒤 복구는 인재" 분통
"범람 전 3~4시간이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을 것"
(완주=뉴스1) 이지선 강교현 기자 = "다른 곳들은 어쩔 수 없는 재해였다지만, 이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인재입니다."
3년간 키워온 장미 9만주가 물에 잠긴 모습을 지켜보던 농민 이모씨가 탄식했다.
17일 오전 전북 완주군 이서면의 한 장미 농가. 얼마 전만해도 화사한 꽃이 피어나던 농장은 황톳빛 물바다로 변해 있었다. 시설 안에는 쓰레기와 상자 등이 둥둥 떠다니고 사무실은 가구와 집기가 뒤엉켜 아수라장이 된 모습이었다.
애써 수확해 창고에서 출하 준비 중이던 장미 다발도 흙탕물에 처박혀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잃었다. 한쪽에는 폐기를 위해 정리해 둔 장미들이 높게 쌓여 있었고, 출하 때 사용하려고 준비해둔 새 종이 상자들은 채 펴보지도 못하고 모두 젖어버렸다.
시설 안에서 잘 사용하던 각종 전자 기기와 장비, 집기류 역시 하루 아침에 쓰레기로 전락했다.
이 모든 건 지난 14일 오후 4시께 집중호우로 인해 하천에서 유입된 물이 인근 장미농장을 덮친 여파다.
이 농장 인근에서는 둑을 높여 범람을 예방하는 하천 정비사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씨에 따르면 비가 오기 전 일부 구간 공사가 미완성 상태였고, 하천 유입량이 많아지자 공사가 미처 이뤄지지 않았던 부분으로 쏟아진 물이 인근에 있던 장미농장으로 유입됐다.
이씨와 가족들은 3000평 규모의 하우스에 장미 9만주를 식재해 키우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로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장미는 3년간 키워내서 꽃이 피기 시작하면 그 꽃을 따서 수익을 내는 구조인데, 대부분이 뿌리가 물에 잠겨 썩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나마 수마에서 살아남은 장미들마저 이미 뿌리가 손상돼 머지않아 죽을 가능성이 높다고 이씨는 설명했다. 이날 오전 다녀간 농업진흥청 연구사 역시 같은 진단을 내렸다.
이씨는 "마산천 쪽에서 물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게 보여서 직원들과 급하게 피신했다. 이후 하우스에 와보니 이런 모습이었다"며 "범람을 목격하고 완주군에 상황을 알렸고, 2시간여 만인 오후 6시쯤 장비와 인력이 도착해 긴급 복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복구 공사가 진행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미리 막아뒀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범람이 되기 전에 했다면 3~4시간 안에 충분히 마무리가 가능했던 공사였을 것"이라며 "호우 경보가 예보됐을 때 미리 공사를 진행해 물길을 막았더라면 이런 난리는 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은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만큼 재해가 아닌 인재"라며 "완주군에 구상권 청구를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완주군에 따르면 사고 지점은 완주군이 진행하는 '마산천 하천정비 사업'의 종점 구간이다. 마산천 5㎞ 구간에 제방을 쌓아 올려 정비하는 사업은 2020년 10월부터 착수해 2024년 초에 마무리 될 예정이다.
완주군 관계자는 "요며칠 내린 집중호우로 만경강 수위가 높아지면서 상류에서부터 농경지, 그 인근이 모두 다 침수되는 상황이었다"며 "공사가 완료되지 않은 구간을 통해서 하천물이 더 들어온 것은 일정 부분 맞다고 보여지지만 장미 농가가 침수된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볼 수 만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를 입은 농가를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이다. 어제 오늘 비가 그친 뒤 긴급 복구를 진행해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사유재산 피해 신고 접수 등 행정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조치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완주지역에는 지난 13일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평균 363㎜의 비가 내렸다. 호우경보도 여전히 발령돼 있는 상태다. 기상청은 오는 18일까지 전북에 100~200㎜가 더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완주와 김제, 익산 군산 등 많은 곳은 250㎜ 이상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letswin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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