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눈치보기 급급… 인천 불법 현수막 버젓이
일부 철거시 고발 압박에
나머지 군·구 단속 손 놓아
“우리 동네는 아직도 정당 현수막이 걸려 있네요. 볼 때마다 짜증납니다.”
17일 오후 3시께 인천 미추홀구 경인국철(1호선) 주안역 남측 출구 앞 3거리 횡단보도. ‘도둑놈들 잡으러 가자’ 등 정치 구호가 담긴 정당 현수막이 여러 개 걸려 있다. 시민들은 이들 현수막을 보며 눈살을 찌푸린다. 박민형씨(27)는 “다른 정당을 비난하거나 선정적 문구가 쓰여진 현수막이 너무 싫다”며 “정당 현수막이 거리에서 싹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부평구 신촌 4거리도 상황은 마찬가지. 신호등의 기둥과 전봇대에 크고 빨간 글씨가 적힌 정당 현수막이 마구 걸려 있다. 김철민씨(52)는 “정당 현수막이 우회전하는 곳 근처에 걸려 있으면 차가 잘 안 보여 위험하다”고 했다. 이어 “옆 동네인 남동구는 정당 현수막이 사라져 깔끔하던데, 우리 동네는 왜 아직도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천시가 정당 현수막 정비에 나섰지만, 중·연수·남동구를 제외한 대다수 지역에선 여전히 정당 현수막이 난립하고 있다. 해당 지자체들은 시 조례가 상위법에 어긋나는 데다, 일부 정당의 ‘형사 고발하겠다’는 압박 등을 이유로 눈치 보기에만 급급하기 때문이다.
시와 군·구 등에 따르면 중·연수·남동구는 지난 12일부터 ‘인천시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 산업 진흥에 관한 조례’에 의해 정당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이 조례는 정당 현수막은 지정 게시대에만 걸도록 하고, 국회의원이 설치할 수 있는 현수막 개수도 선거구별 4개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중구는 5개, 남동구는 17개, 연수구는 96개의 시 조례 위반 정당 현수막을 철거했다.
그러나 나머지 군·구는 시의 조례를 위반한 정당 현수막에 대한 단속을 하지 않고 있다. 내부적으로 시 조례가 상위법인 ‘옥외광고물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앞서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시의 조례가 상위법 위반이라며 대법원에 제소했다.
부평구 관계자는 “정당 현수막에 대한 정비는 결국 법대로 할 수밖에 없다”며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철거 등은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정당에서 정당 현수막을 철거하면 고발 조치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선 것도 지자체들의 정당 현수막 철거를 뒷걸음치게 하고 있다. 해당 정당 소속 광역·기초의원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탓이다.
시 관계자는 “정당 현수막은 시민의 안전 등을 위협하는 만큼, 조례 제정은 당연한 선택”이라고 했다. 이어 “나머지 군·구를 설득해 정당 현수막 철거에 나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황남건 기자 southge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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