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참사' 매뉴얼 있는데 '지하차도 통제' 안 돼…책임 회피만
청주시·흥덕구 '거짓해명' 논란도…실시간 협조체제도 헛점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지난 9일부터 시작된 집중호우로 수십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대형 인명피해를 낸 충북 청주시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에서 국가·지자체의 재난 대응 매뉴얼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이태원 참사 이후 정부가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을 도입하고 경찰·소방 협조체계 등을 구축한다고 했지만 실제 재난 현장에서는 '단일 통신망' 기능을 하지 못 한 허점도 드러났다.
◇ 관련 지자체 '핑퐁 게임' 서로 책임 미뤄
17일 충북도청 등에 따르면 지금까지 13명의 사망자가 확인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에서 문제의 지하차도는 인근 모든 도로가 통제되는 상황에서도 통제가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충북도와 청주시, 흥덕구청의 재난 대응 체계가 제때 작동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번 침수 사고는 지난 15일 오전 8시45분쯤 발생했다. 하지만 금강홍수통제소는 사고 4시간 30분 전인 오전 4시10분쯤 홍수경보 격상 통보문을 충청북도와 청주시, 흥덕구를 포함한 4개 구청 등에 전달했다.
이어 오전 6시34분에는 흥덕구청에 직접 전화를 걸어 재차 홍수에 대비하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흥덕구청은 이를 시청에 전달한 뒤 별다른 현장 대응을 하지 않았다. 청주시도 홍수경보 격상 통보문 등을 받은 뒤 대응을 취하지 않았다.
충청북도 또한 마찬가지다. 침수가 발생한 지하차도는 지방도로, 통제 권한이 도청인 충북도청에 있다. 해당 지역에서 지방도 통제는 도청과 경찰, 그 외 도로 통제는 각 읍·면·동과 경찰이 관할하도록 돼있다.
충북도청은 금강홍수통제소가 홍수주의보 경고와 통제 당부는 했지만 "도로를 통제하라"는 정확한 지침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충북도청 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따로 교통을 통제하라는 지침은 오지 않았다"며 "폐쇄회로(CC)TV로 도로를 지켜보다가 물이 넘치는 것 같아 현장에 출동했다"고 말했다.
금강홍수통제소는 이에 대해 "안전을 위해 전반적인 통제를 시행해달라는 문구를 왜 협소하게 해석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충북도청은 매뉴얼에 따라 실제 침수가 일어날 때까지 통제를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애초 매뉴얼 상으로도 대응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조성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침수 때까지 CCTV로 지켜보는 건 지하차도에 떨어지는 빗물만으로 침수가 우려되는 상황, 즉 내수 침수에 대한 규정"이라며 "이번에는 제방이 무너지며 인근 하천이 범람한 '외수 침수'이기 때문에 지자체가 규정을 오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몇 년에 걸쳐 진행돼온 인근 제방 공사가 지자체가 매년 수립하는 수방 계획에 담겼다면 조치가 이뤄졌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지자체들은 매년 5월15일 전까지 그 해의 수방계획을 작성한다. 수방계획에는 호우 시 점검이 필요한 공사 현장 등의 세부 사항이 담기고 지자체들은 이를 바탕으로 호우가 발생하면 현장 점검에 나선다.
조 교수는 "몇 년씩이나 진행된 공사인 데다 수방 계획에도 담겼다면 홍수 경보가 발령됐을 때 해당 현장부터 점검하게 된다"며 "현장 점검을 하지 않았다는 건 시스템 어딘가에서 오류가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명목상 통제권이 충북도에 있다 하더라도 청주시와 흥덕구청이 통제에 나설 수 있었으나 서로 관할이 아니라는 이유로 '핑퐁 게임'을 벌이며 문제의 지하차도가 방치된 셈이다.
특히 흥덕구청은 금강홍수통제소로부터 '홍수경보'를 전달받았다는 사실을 부인하다 하루 만에 시인하는 등 사실을 감추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청주시도 사고 직후 시 매뉴얼에 도로 통제 근거가 없었다는 설명을 내놨으나 시의 '자연재해 표준행동요령'에는 '비상단계 침수·범람지역 주민대피, 통행제한'이라는 조항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이태원 참사와 마찬가지"…'관계기관 실시간 협조' 어디에
관계기관이 엇박자를 내면서 지난해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정부 차원에서 추진했던 '관계기관 간 실시간 협조체계'가 이번 사태에서 실질적으로 기능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소방·지자체 간에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못한 점에 착안해 단일 통신망인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을 도입하고 경찰·소방 협조체계 등을 구축한 바 있다.
그러나 오송 지하도 침수 사고에서는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이 활용됐음에도 관계 기관간 원활한 소통이 되지 못 했다. 구청, 시, 도청 3개의 지자체가 얽힌 이번 사고에서는 재난안전통신망이 '단일' 통신망 기능을 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충북도청 관계자는 "재난안전통신망을 사용했지만 이번 사고 관계 기관 가운데 흥덕구청은 통신망에 포함이 돼 있지 않았다"면서 "재난안전통신망은 '카카오 톡방'과 똑같은 원리인데, 도청 '방'에는 청주시를 비롯한 일부 자치구만 있고 청주시는 또 흥덕구청 등을 포함한 본인들만의 '방'을 따로 운영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관계 기관이 모두 단일한 통신망으로 연결이 안 되면서 이전의 참사·재난과 마찬가지로 개별 유선 통신망을 이용한 연락에 시간이 소모된 것이다.
조 교수는 "이번 사고 대응 양상을 보면 결국 지난해 이태원 때와 비슷하다"며 "위급한 상황에서 개인은 항상 실패할 수 있는 만큼 한두명의 실무자에 중요한 결정을 맡길 게 아니라 단일 통신망 등으로 집단 지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licemunr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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