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이 부르는 뜻밖의 병 '우울증'…韓 의료진, 세계 최초 규명

정심교 기자 2023. 7. 17.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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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은 다양한 생물학적 원인이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만성적인 염증 상태가 뇌의 기능적 이상을 초래해 우울증 발병의 취약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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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의 내몸읽기]

우울증은 다양한 생물학적 원인이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만성적인 염증 상태가 뇌의 기능적 이상을 초래해 우울증 발병의 취약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연구팀(함병주·한규만 교수), 건국대 연구팀(신찬영 교수), 한동대 연구팀(안태진 교수)이 공동 연구를 통해 우울증 환자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염증 관련 유전자의 발현 수준이 높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17일 밝혔다.

연구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우울증과 유사한 행동 패턴을 보이는 동물에서 염증 조절 경로인 인터페론(Interferon) 관련 유전자의 발현이 증가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19~64세 성인 우울증 환자 350명과 정상 대조군 161명의 유전체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전자의 특정한 부분에 생기는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우울증 환자군은 정상 대조군과 비교해 염증 조절 관련 유전자의 'DNA 메틸화'(DNA methylation) 정도에 변화가 있음을 발견했다. 이것은 우울증 동물 실험과도 일치하는 결과였다. 화학적 측면에서 DNA 메틸화란, DNA의 염기서열 가운데 시토신(cytosine)의 5번째 탄소 위치에 메틸기(methyl)가 붙는 것으로, 유전자의 발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메커니즘 가운데 하나다.

DNA 메틸화는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조절하며, 주로 환경 변화의 영향을 받는다. 우울증 환자의 경우 염증 유전자의 DNA 메틸화에 생긴 변화로 인해 염증 유전자의 발현이 증가할 수 있다. 염증 유전자의 발현은 뇌를 비롯한 체내 염증 상태를 증가시킬 수 있고, 감정 조절에 관여하는 뇌의 전두엽 부위에 구조적 이상을 일으켜 우울증을 일으킬 수 있다.

또, 연구팀은 우울증 환자와 정상 대조군의 뇌 MRI를 이용해 대뇌 피질 두께의 차이를 비교했다. 그랬더니 우울증 환자에게서는 염증 관련 유전자들의 DNA 메틸화 정도가 증가할수록 전두엽 부위의 대뇌 피질 두께가 감소해 있다는 것을 밝혔다.

함병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염증 관련 유전자의 발현이 우울증뿐만 아니라 뇌의 구조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밝혀낸 연구로 염증 유전자의 발현이 개인의 우울증 발병 취약성을 평가하는 바이오마커로 활용할 수 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염증 관련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개별 환자들에게 우울증의 취약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규만 교수는 "연구를 통해 개인의 우울증 발병 위험도를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게 됐다"며 "유전자 검사를 통해 우울증 발병 위험도가 높은 사람을 조기에 발견해 예방적 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정신의학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학술지인 '뇌, 행동, 그리고 면역력(Brain, Behavior, and Immunity)' 온라인판에 실렸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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