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對中 관세 철회는 시기상조"
첨단기술분야 보고의무 강화
양국관계 다시 먹구름 예고
◆ 新차이나 리스크 ◆
미·중 양국이 대화 채널을 복원하기 시작했지만 2018년 관세 전쟁으로 촉발된 5년간의 첨예한 갈등이 단시일에 풀리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정부가 추가적인 대중 투자 제한 조치까지 준비하고 있어 양국 관계가 다시 경색될 우려도 있다.
16일(현지시간)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인도 간디나가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중앙은행 총재·재무장관 회의 참석을 앞두고 "중국 측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우려해 관세가 부과된 것"이라며 "그러한 관행에 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적어도 현시점에서 (관세 수준을)단계적으로 완화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미·중 갈등의 원인을 제공한 고율 관세를 당장 폐지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미·중 갈등은 2018년 3월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5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며 서막을 알렸다. 중국이 한 달 뒤 미국산 돈육 등 8개 품목에 25%, 기타 120개 품목에 15% 관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맞대응하며 무역전쟁이 본격화됐다.
5년에 걸친 미·중 갈등은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기업 투자와 생산 위축을 초래하는 등 세계 경제 전반을 뒤흔들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 같은 미·중 갈등을 신냉전으로 규정하고 "세계 경제를 퇴행시키는 집단적 정책 실수"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자유무역 체제 위축으로 세계 경제 총생산 가운데 7%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중간재 공급망 중심인 아시아 지역에서 피해가 더 클 것이라는 우려가 여전하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미국이 고관세 부과 등을 통해 중국산 수입을 규제할수록 대중국 중간재 수출이 감소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양국 무역전쟁으로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1~0.3% 감소할 것이라고 지난 2월 추산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가 이달 중 추가적인 대중 투자 제한 조치를 고려하고 있어 미·중 관계가 재차 경색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왔다.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는 "미국 정부가 검토 중인 대중국 투자 제한 조치가 중국 지도부를 자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검토 중인 행정명령 초안에는 미국 기업이나 벤처투자 회사가 중국 내 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등 첨단기술 분야에 투자할 때 기업의 보고 의무를 강화하도록 규정했다. 투자 금지를 방위산업 등 일부 분야로 한정해 수위를 낮췄지만 행정명령이 발표되면 한 차례 홍역을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新차이나 리스크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글로벌 무역시장을 장악하면서 중국에 대한 각국 의존도가 급격하게 커졌다. 고공비행하던 중국의 성장률이 떨어지거나 긴축정책을 펼치면 전 세계가 몸살을 앓았다. 이른바 '차이나 리스크'다.
중국 경제 둔화의 골이 깊어지면서 전 세계는 이번에는 '신(新)차이나 리스크'에 직면했다. 중국 고도성장기가 막을 내리고 미국과의 공급망 갈등, 장기적 인구 감소 추세와 맞물려 저성장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미·중 분쟁에서 치명상을 입으면서 성장 동력마저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위상을 감안하면 중국 경착륙이 가져올 '나비효과'는 지역과 국가에 따라 큰 후폭풍을 몰고올 수 있다. 한국 역시 대중 수출 급감과 함께 흑자 텃밭이던 중국에서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 배터리 등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으로 그동안 중국 공급망에 올라타 지탱하던 한국 경제는 기로에 서 있다. 전문가들은 급격한 탈(脫)중국보다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디리스킹 전략으로 수출품목, 수출시장 다변화와 함께 중국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병행 전략으로 위기를 넘어야 할 시점이라고 권고한다.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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