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참사, 우리 관할 아냐"… 충북도·청주시·행복청 '남탓공방'

조한필 기자(jhp@mk.co.kr) 2023. 7. 1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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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명 사망사고 책임소재 핑퐁

◆ 전국 할퀸 폭우 ◆

참사 전에 이렇게 철저했다면… 17일 오후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입구에 모래주머니가 설치되고 있다. 이날 시신이 더 수습되면서 사망자는 총 14명으로 늘었다. 연합뉴스

최소 14명이 숨진 청주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가 지방자치단체와 행정기관의 안전 불감증과 무사안일 등으로 빚어진 '총체적 인재(人災)'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1차적으로 차량 통제만 제때 이뤄졌더라도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지하차도가 물에 잠길 위험이 높은 상황에서 관할기관의 차량통제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침수 원인을 제공한 미호강 범람 역시 부실한 제방 관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런데도 충북도, 청주시, 흥덕구청, 행복도시건설청 등 관계기관은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을 서로 떠넘기거나 침묵하며 누구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올해 '극한호우'가 일찍부터 예고됐는데도 참사를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의 재난 관리에 허점이 있다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

17일 충북도에 따르면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참사는 지난 15일 오전 8시 45분께 폭우로 미호강 둑이 터져 물이 삽시간에 쏟아져 들어오면서 발생했다.

길이 430m 지하차도 터널은 2분여 만에 6만t가량의 강물로 가득 찼고 아무런 통제 없이 터널을 지나던 차량 17대가 빠져나오지 못하며 큰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하지만 충북도, 청주시, 흥덕구청은 제방과 인접한 궁평2지하차도를 통제하지 않았다. 사고 발생 전부터 금강홍수통제소와 주민 경고가 잇따랐지만 철저히 무시됐다. 사고 당일 홍수통제소는 사고 발생 4시간여 전인 오전 4시 10분에 미호천교 주변에 홍수 경보를 발령하고 국무총리실, 행안부, 충북도, 청주시, 흥덕구 등 기관 76곳에 통보문과 문자를 발송했다. 사고 발생 2 시간 전인 오전 6시 34분에는 홍수통제소가 유선으로 흥덕구청에 주민 대피와 통제를 요청했다. 침수 40분 전에는 인근 미호천교 확장 공사 감리회사 단장이 "지하차도 침수 우려가 있으니 차량을 통제해달라"고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구청 측은 도로 통제는커녕 시청과 도청에 관련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다. 관리 문제를 두고도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핑퐁 게임을 이어가고 있다.

지방도 관리를 담당하는 충북도는 지하차도 침수와 차량 고립 원인을 '미호강 제방 붕괴로 인한 하천수 유입'으로 못 박고 있다. 그러면서 "갑자기 물이 쏟아져 차량 통제가 어려웠다"는 무책임한 해명만 하고 있다.

강종근 충북도 도로과장은 "당시 폐쇄회로(CC)TV로 확인했는데 이상이 없어 별도 조처를 하지 않았다. 홍수·범람 등 위험이 크지 않은 것으로 봤는데, 순식간에 물이 한꺼번이 쏠려 손쓸 수 없었다"고 전했다. 하위기관인 구청이나 청주시청 측에서 사전 연락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구청 측은 홍수통제소에서 연락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별도의 대응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참사가 발생한 도로의 관리 주체는 충북도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흥덕구청은 청주시 하천과·안전정책과 등에도 같은 내용을 전달했지만 지하차도 교통 통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청주시 관계자는 "미호강 유지 관리 업무를 위임받아 하고 있지만 사고 구간 일대는 미호천교 공사 중으로 하천 점용허가를 받은 행복도시건설청 관할이어서 관리하고 있지 않다"며 "청주는 제방 축조 권한도 없다"고 책임을 행복청에 돌렸다.

청주시는 행복청이 미호천교 공사를 담당하고 있어 청주시에서는 2018년 2월 이후 관할 업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공사 일대를 관리 대상에서 제외해 왔다고 한다.

행복청 역시 제방 붕괴가 불가항력적 자연 재난이라고 해도 미호강 수위 상승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필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근 주민들은 무너진 제방이 모래자루를 쌓아올리지 않고 긁어 모은 모래로만 막아 허술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궁평1리 전 이장 장찬교 씨(68)는 사고 발생 1시간 전쯤 (제방 공사 모습을 보고) 현장 감리단장에게 "이런 식으로 허술하게 쌓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항의했다"면서 "119에 신고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하천 관리 주체 일원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역 하천 관리와 관련해 일관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권현한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하천을 행정구역에 따라 분산 관리하면 기본적으로 재해 대응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지방하천도 가급적이면 국가하천에 준하는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충북경찰청은 이날 사고와 관련해 도로와 제방 관리 책임 소재를 밝히고자 전담팀을 구성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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