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흑해곡물협정 결국 중단 … EU "식량안보 위협" 규탄

김규식 특파원(kks1011@mk.co.kr), 신윤재 기자(shishis111@mk.co.kr) 2023. 7. 1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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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곳곳 식량난 몸살
러, 3번 갱신 후 재연장 거부
우크라 곡물수출 차질 전망
기후변화로 흉작도 이어져
밀·옥수수·설탕값도 들썩

◆ 치솟는 농산물 물가 ◆

전 세계 곡물 가격이 지정학적 리스크와 기후변화에 들썩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7일 자정(현지시간) 만료되는 흑해곡물협정 연장 중단을 발표하며 식량 무기화에 나섰으며 세계적인 엘니뇨(페루·칠레 해역의 해수 온난화)에 따른 가뭄·호우 등 기상이변으로 인해 국제 식료 가격이 상승하면서 식량안보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17일 러시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흑해곡물협정과 관련해 "러시아 관련 사항이 이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협정이 효력을 잃었다"며 "오늘부터 협정은 무효"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상 협정이 종료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7월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120일간 흑해에서 곡물 수출선의 안전을 보장하는 흑해곡물협정을 맺은 바 있다. 협정은 지난해 11월 갱신됐고, 올해 3월과 5월에는 60일 단위로 재연장됐지만 러시아의 부동의로 네 번째 갱신에는 실패했다. 전날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식량과 비료 수출에 대한 장애물 제거를 위해 명시됐던 의무가 이행되지 않는 등 협정의 주요 목표가 달성되지 않았다"며 러시아에 대한 제재 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는 밀과 옥수수, 보리의 최대 수출국이다. 협정이 중단될 경우 저개발국은 물론 선진국에서도 곡물값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흑해를 통과하는 우크라이나 곡물선은 16일 오데사 항구를 떠난 것이 마지막으로 현재 운항이 잠정 중단된 상태다.

이날 유럽연합(EU)은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종료를 규탄하고 식량안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7일(현지시간) "EU는 전 세계 취약층을 위한 식량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우크라이나의 농산물이 동유럽을 경유해 제3국에 수출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극단적 가뭄·홍수 등 빈번해진 기상이변도 곡물가 상승 요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올봄 4년여 만에 엘니뇨가 발생하며 식료 가격 상승의 불씨가 되고 있다고 17일 분석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동남아시아, 인도, 호주 등지에서의 가뭄 등을 우려하고 있다. 설탕의 원료인 조당의 가격은 지난 4월 말 11년6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9년에 비하면 값이 80%가량 오른 상태다.

사탕수수의 주요 생산국인 인도의 강수량이 줄어 흉작의 염려가 나오면서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콩 가격은 지난 6월 말 최대 생산국인 코트디부아르의 흉작에 따라 4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강수량 부족이 쌀 생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도쿄 김규식 특파원 /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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