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가 ‘시럽급여’?…OECD는 “보장성 확대·격차 해소”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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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노동자의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거나 없애겠다며 제도 개편을 추진하면서 근거로 삼는 게 지난해 9월 공개된 '오이시디 2022 한국경제 보고서'다.
당정이 주장에 인용한 '역전 현상'과 관련해서도 오이시디는 보고서에서 "고용보험의 하한액을 오이시디 평균 수준으로 제한하라"면서도 "동시에 국제 기준상 비교적 짧은 실업급여의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고려돼야 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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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연구한 결과 전 세계에서 유례없이 한국만 구직급여를 받으면 최저임금 사업장에서 일하는 것보다 소득이 역전되는 부분을 개선하도록 권고했다.”(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정부와 여당이 노동자의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거나 없애겠다며 제도 개편을 추진하면서 근거로 삼는 게 지난해 9월 공개된 ‘오이시디 2022 한국경제 보고서’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지난 14일 국회에서 이 보고서를 인용해 ‘오이시디의 개선 권고’를 주장했다.
어디까지 사실일까? 일단 오이시디가 해당 보고서에서 “고용보험은 특히 저임금 노동자들의 재취업 동기를 약화한다”고 지적한 건 맞다. 그러나 이는 보고서의 핵심이 아니다. 오히려 관련 내용 첫머리에서 오이시디는 “한국 고용보험의 약점은 낮은 포괄 범위”라며 ‘고용보험의 적용 범위 확대’를 권고했다. 해당 대목의 소제목도 ‘사회적 보호 격차 해소를 위한 노동 가능 연령 지원’이다.
또 오이시디는 “한국에선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빈번하게 실업이 발생하고 고용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고용보험이) 중요하다”며 “그러나 자영업자는 고용보험 의무대상이 아닌 데다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정부의 (고용보험) 보조금 지원에도 불구하고 2020년 기준 고용보험 가입률은 정규직이 90% 이상인데 반해 비정규직은 74%만 가입돼 있다”라고 짚었다. 실업급여가 절실한 저임금 노동자는 정작 혜택 받기 어려운 대목을 집중 지적한 것이다.
당정이 주장에 인용한 ‘역전 현상’과 관련해서도 오이시디는 보고서에서 “고용보험의 하한액을 오이시디 평균 수준으로 제한하라”면서도 “동시에 국제 기준상 비교적 짧은 실업급여의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고려돼야 한다”고 권고했다. 오이시디가 ‘실업급여 기간을 연장’하라고 강조한 대목은 쏙 빼고, 당정 입맛에 맞는 권고만 골라 ‘선택적 주장’을 한 것이다.
정부가 실업급여를 바라보는 태도와 달리 실제 노동 현장에선 실업급여를 받는 것부터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17일 발표한 내용을 보면, “사업 축소로 권고 사직을 당했지만 절대 해줄 수 없다고 해 개인 사유로 사직서를 냈다”는 등 비자발적 실직 때만 받을 수 있는 실업급여의 한계를 이용한 ‘실업급여 갑질’ 사례가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6월 이 단체에 접수된 직장갑질 제보 941건 가운데 67건(7.1%)이 실업급여 관련이었다. 조영훈 노무법인 오늘 노무사는 “정부는 실업자 모욕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만연한 실업급여 갑질을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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