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 관리 구멍 '숭숭'…"전면수술 필요"

우성덕 기자(wsd@mk.co.kr) 2023. 7. 1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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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산사태 발생 10곳중 9곳
산림청 지정 취약지역 아냐
예측정보도 제대로 작동안돼
"게릴라성 폭우 잦아진만큼
위험지역 분류기준 강화해야"
17일 경북 예천 산사태 피해 현장에서 소방대원, 주민, 군 장병이 실종자 수색 및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지난 13일부터 계속돼온 집중호우로 경북에서 19명이 숨진 가운데 13명의 사망자가 산사태로 숨지자 산사태정보시스템에 대한 전면 재점검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집중호우가 잦아진 상황에서 산사태는 급증하고 있지만 현재 운영되고 있는 산사태정보시스템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산림청에서 운영 중인 산사태정보시스템은 현재 전국의 산사태위험지도, 산사태예측정보, 산사태실황정보 등을 제공 중이다.

17일 산림청에 따르면 산사태에 따른 피해 면적은 한 해 사이 급증했다. 산사태 피해 면적은 지난해 327.3㏊로 2021년 26.8㏊에 비해 12배 이상 늘었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지난 10년간 산사태로 발생한 피해 면적은 2930㏊로 집계됐고 같은 기간 산사태 복구에 사용한 예산만 6480억원에 달했다.

이처럼 산사태 피해는 매년 급증하고 있지만 이를 예방하기 위한 산사태정보시스템은 정작 피해 예방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경북 북부 지역에서 발생한 산사태는 이 시스템이 제공하는 위험성과 예측 정보 등이 주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경북 북부 산사태 발생 지역 10곳 중 산사태취약지역에서 피해가 발생한 곳은 영주시 풍기읍 삼가리 1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9곳은 산사태취약지역으로 지정되지도 않았다. 경북에서 산사태취약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모두 4958곳으로 이 중에서 피해가 발생한 곳은 풍기읍 삼가리가 유일했다.

산사태위험지도의 경우 산림청은 기초조사와 지방자치단체의 현장 실태조사, 전문가 검증 등을 토대로 위험도를 5개 등급으로 분류한 뒤 산사태 위험이 높다고 판단한 상위 1∼2등급에 해당하는 곳을 지자체장이 산사태취약지역으로 지정·고시해 집중 관리하고 있다.

산사태예측정보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산림청은 산사태에 앞서 주민들이 대피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48시간 전에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산사태위험예보도 예보(1∼12시간)와 예비특보(24∼48시간)로 세분화해 제공 중이다. 이를 토대로 산림청이 위험예보를 지자체에 전달하면 이를 토대로 마을이장이나 공무원 등이 주민 대피를 지시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피해 지역은 산사태위험예보가 발령되지 않았고 산사태 위험성을 전혀 알지 못한 채 결국 새벽 시간 집에 머물다 변을 당했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잦아진 게릴라성 폭우 등을 예상하고 지질학적 분석을 강화해 산사태정보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재 경북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이제는 300㎜ 이상 강우량이 작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산사태 위험을 예측 시스템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산자락마다 개간이나 단독주택 건립 등으로 토지의 응력 상태가 많이 떨어진 곳도 많은 만큼 사면 안전성 검토 등을 강화해 사전에 산사태를 예방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산사태 현장을 지켜본 지자체장들 역시 현재 산사태예측정보는 큰 실효성이 없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이날 예천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도에서 관리하는 산사태취약지역에서 산사태가 발생한 곳은 한 곳뿐이었다"며 "기상이변에 따른 재해 관리방식을 재검토할 때가 왔다"고 건의했다. 김학동 예천군수도 산사태 현장에서 "산림청의 산사태위험지역과 실제 위험 지역이 다른 곳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산사태위험지역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산림청은 산사태정보시스템 고도화 사업을 통해 산사태 발생 예측의 정확성을 지속적으로 높여 가겠다는 방침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과거에는 산사태가 발생했던 이력을 가진 알고리즘으로 산사태정보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앞으로는 극한 강우라는 변수 등을 통해 예측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겠다"고 말했다.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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