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셰어하우스 이후는?
1990년대 인기를 끌었던 미국 드라마 중에 '프렌즈'가 있었다. 함께 사는 여섯 친구 이야기를 다루었는데, 미드 열풍의 원조였던 걸로 기억한다. 무려 10개 시즌이나 지속했는데, 남자 셋, 여자 셋이 한 집에서 지지고 볶으면서 사는 일상을 잘 풀어냈다. 거실과 화장실 등을 공유하는 셰어하우스에서 재미지게 사는 미국 친구들을 우리 청춘들이 꽤나 부러워했다.
맨해튼의 높은 집값에 대한 대응으로 나왔던 셰어하우스는 한국에서도 2000년대 이후에 유행했다. 단독주택을 리모델링해서 공공이 직접 공급하거나, 공공이 지원하는 민간주택 형태로 많이 보급되었다. 몇 년간 잘나가던 셰어하우스는 코로나19 이후 인기가 급락했는데, 최근에는 좀 다른 모습으로 청년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여러 명이 한 집에 함께 거주했던 초기 셰어하우스와는 다르게 개인 공간과 공유 공간을 철저하게 구분하는 공유주택들이 나타나고 있다. 기존 셰어하우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워킹공간, 카페, 라운지 등은 필수이고, 슈퍼호스트로 불리는 활발한 입주자가 주기적인 세미나 같은 정보 공유의 장을 지속적으로 마련하는 등 입주민들을 위한 교류 기회까지 제공하는 곳이 늘고 있다. '프렌즈'의 셰어하우스보다 규모도 크고 더 공동체적인 생활을 가능하게 하면서도 침실, 화장실 등 개인 공간은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민간발 셰어하우스의 진화인 셈이다.
그동안 우리네 아파트는 로비나 라운지 하나 없이 1층 출입문을 열면 엘리베이터로 직행하는 구조가 대부분이었다. 공유 공간에 인색했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공유면적을 줄여야 전용면적이 늘어난다는 계산도 한몫했지만, 다들 집에서 지내는 시간보다 회사나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기에 이런 환경에 무신경했다. 자고 일어나보니 찾아왔던 코로나19는 우리 삶을 많이도 바꿔버렸다. 주택에서도 많은 변화가 감지된다. 일단 집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미국, 유럽처럼은 아니지만 주 1~2일 재택근무를 추진하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 젊은 직원들은 재택근무를 복지로 생각하는 경향마저 있다. 하지만 주택이 비좁아 집에서 일하기가 불편하다 보니 주택 내 코워킹 공간은 인기를 끌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이후에 고립감, 불안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꽤 늘었다. 타인과 접촉이나 공동체 생활에는 소극적이지만 본인이 원할 때는 교류할 수 있는 공동주택이 필요한 때가 된 것이다. 공유주택, 코리빙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이 유형은 주거비 절감 외에도 공간 공유를 통한 커뮤니티 형성과 사회적 고립감 해소 등에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청년 가구는 갈수록 늘고 있지만, 상당수가 최저주거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환경에 거주하고 있다. 청년 1인 가구는 단독·연립주택에 절반 정도 살고 있고, 고시원 등 비주거 공간에 사는 비율도 꽤 높다. 동년배인 청년 부부 70%가 아파트에 거주하는 것을 보면, 적절한 주거 공급이 결혼 결심에 큰 영향을 미침을 알 수 있다. 이런 현실에서 공유주택은 청년 가구를 위한 새로운 발명품이요, 셰어하우스를 뛰어넘는 해답이 될 수 있다. 법제도조차 미비한데,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세용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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