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적 울리며 역주행, 난간 붙잡고 구조… 대피 도운 의인들
‘오송 지하차도 참사’ 당시 일부 운전자들은 긴박하게 대피하는 순간에도 다른 시민들에게 구조의 손길을 내민 것으로 전해졌다. 침수 직전 역주행으로 지하차도를 탈출하던 한 운전자는 경적을 울리며 다른 차량에 진입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다. 난간으로 대피해 있던 한 남성은 물에 휩쓸려 나오는 시민들을 붙잡아 구조했다는 증언이 전해지고 있다.
17일 KBS에 따르면, 사고 당일인 15일 출근길에 나섰던 운전자 이모씨는 지하차도 난간에 매달려 기적적으로 목숨을 구했다. 그는 평소처럼 지하차도에 들어섰다가 물이 차오르는 것을 보고는 차를 멈춰 세웠다. 뒤늦게 후진으로 빠져나가려 했으나 차가 물에 휩쓸리는 바람에 소용없었다고 한다.
이씨는 차량 지붕으로 대피했지만 한꺼번에 물이 차면서 차가 가라앉았고, 불어난 물에 휩쓸려서 떠내려갔다. 생사의 기로에 놓였던 순간 이씨에게 뒤 차량 운전자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이씨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이대로 죽는가 싶어서 허우적대고 있었는데 남색 티셔츠 입은 남성이 제 손을 난간에다가 같이 잡아줬다”고 전했다.
버스 등에서 휩쓸려 나온 또 다른 여성 두 명도 화물차 운전자가 화물차 위로 올리거나 난간에서 잡아주며 목숨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일 긴급출동한 소방당국은 난간에 매달려 있던 버스 승객 등 9명을 구조했다.
사고가 일어나기 10분 전 지하차도에 진입했다가 위험을 감지하고 역주행해 탈출한 운전자의 영상도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운전자는 747번 급행 시내버스가 비상등을 켠 채 멈춰 선 모습을 보자, 지하차도 안 좁은 공간에서 여러 차례 U턴을 시도해 차를 돌렸다.
이때도 차량 통제가 되지 않아 계속해서 차들이 들어오는 상황이었다. 해당 운전자는 역주행하면서 경적을 울리거나 “물 차, 사장님 차 빼”라고 소리치며 급박한 상황임을 알렸다. 이에 지하차도에 진입하던 일부 차량들은 비상등을 켜고 일제히 후진을 시작했다.
사고가 난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에서는 지난 15일 오전 8시 40분쯤 인근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순식간에 유입된 하천수로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침수됐다. 사고 직후 현장에서는 9명이 구조됐다. 이 사고로 최소 13명이 숨졌다.
해당 지하차도는 미호강과 수백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다. 사고 4시간여 전 미호천교 주변에 홍수 경보가 발령됐으나 관계기관이 도로 통제와 제방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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