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돌보던 딸이었는데”…여수가려던 친구와 싸늘한 주검으로
“이제 막 대학서 졸업해 발달장애인을 돌보는 자랑스런 딸이었어요”
17일 오전 충북 청주시 상당구 한 장례식장에서 만난 최모씨(54)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최씨의 딸 A씨(24)는 지난 15일 오전 8시40분쯤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사고 현장에서 실종됐다가 이날 새벽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A씨는 앞서 지난 16일 747번 버스에서 발견된 안모씨(24)와 친구 사이다. 이들은 지난 15일 학창 시절 친구들과 여수로 1박 2일 여행을 다녀오기 위해 747번 버스에 탑승했다가 변을 당했다.
A씨는 안씨와 마찬가지로 올해 대학을 졸업하고 발달장애인을 돌보는 작업 치료사로 일해왔다. 최씨는 “딸은 사회 초년생으로 병원에 취직해 일주일에 하루 4~5시간씩 일주일에 20시간~25시간 일해왔다”며 “시신이 발견된 오늘도 원래는 딸이 병원에 출근하는 날이었다”고 슬퍼했다.
최씨는 지난 15일 아침 ‘친구들과 놀러간다’는 통화가 딸과의 마지막 연락이었다고 했다. 그는 “토요일내내 딸과 연락이 안 됐다”며 “그러다 딸 친구들로부터 ‘오송역에서 기다리는데 소식이 없다’는 연락을 받고 사고 소식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최씨는 한달음에 사고 현장으로 달려가 딸의 소식을 밤새 기다렸다. 16일 딸과 친구 안씨가 탄 747번버스가 인양됐지만 딸은 그곳에 없었다. 17일 새벽이 돼서야 딸의 시신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씨는 “747번 버스가 왜 정해진 노선대로 가지 않았는지 홍수경보가 내려진 상황에서 진입했는지 모르겠다”며 “사고 이전으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고 울먹였다.
이날 A씨를 포함 이번 사고의 사망자 13명의 시신은 7개 병원에 나뉘어 안치된 상태다.
충북도는 유가족들의 슬픔을 덜기 위해 청주시 소속 직원 1명과 충북도 소속 직원 2명 등 총 3명의 직원을 파견한다. 이들은 장례절차를 모두 마칠 때까지 유가족들을 지원한다. 또 유가족들을 심리치료를 위해 심리상담도 지원할 계획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실종자의 시신이 지정 병원으로 이송되면 신원조회를 거쳐 유가족에게 인계한 뒤 장례식장을 마련해 주고 있다”며 “발인이 끝날 때까지 유가족들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충북도는 유가족들에게 2000만원 가량의 재난지원금 지급을 검토 중이다. 합동분양소 설치나 영결추도식 거행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충북도는 모든 유족 의견을 들어 추진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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