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처 이기주의에 표류하는 ‘침수대책법’

김승환 2023. 7. 17.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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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쏟아진 폭우로 인한 사망·실종자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기후변화·도시화에 따른 대규모 도시 홍수 통합관리를 골자로 하는 '도시하천유역 침수피해방지대책법' 제정안(도시침수방지법안)이 행정안전부와 환경부 간 신경전에 그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핵심은 환경부 소관인 도시침수방지법안 내용이 재난안전관리 주무부처인 행안부 권한과 중복·충돌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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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도시홍수통합관리
2021년 9월 관련 법안 발의
행안부·환경부 권한 다툼에
국회 소위 통과 못하고 지연
“통과됐다면 오송참사 방지”

전국에 쏟아진 폭우로 인한 사망·실종자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기후변화·도시화에 따른 대규모 도시 홍수 통합관리를 골자로 하는 ‘도시하천유역 침수피해방지대책법’ 제정안(도시침수방지법안)이 행정안전부와 환경부 간 신경전에 그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법안은 정부 차원에서 2022년 12월 재난관리체계 개선 종합대책 세부과제로 확정됐지만, 관련 권한을 둘러싼 부처이기주의에 반년 넘게 지체되고 있는 것이다. 침수피해방지시설 사업 등을 포함한 이 법이 2021년 9월에 발의된 만큼 진즉에 통과됐다면 미호강 범람으로 인명 피해가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 피해 또한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국회에 따르면 도시침수방지법안은 올 2월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에 상정됐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2021년 9월 대표 발의한 뒤 1년반 가까이 잠들어 있던 터였다. 법안 처리에 속도가 나기 시작한 건 지난해 12월 국무회의에서 ‘기후변화에 대비한 재난관리체계 개선 종합대책’ 세부과제에 ‘도시침수방지법 제정’을 포함시키면서였다. 그해 장마 기간 서울 신림동 반지하 주택 침수·경북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 사태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터였다. 야당 의원이 발의했지만 정부가 그 법안 추진 필요성에 공감한 것이다.

실종자 수색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7일 해양경찰 등 구조대원들이 허리까지 차오른 진흙탕물을 헤치며 도보 수색을 하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궁평2지하차도 사고로 인한 누적 사망자는 13명, 침수 차량은 16대로 확인됐다. 청주=연합뉴스
그러나 도시침수방지법안은 여전히 환노위 소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행안부와 환경부 간 협의가 5개월여 지체되면서다. 핵심은 환경부 소관인 도시침수방지법안 내용이 재난안전관리 주무부처인 행안부 권한과 중복·충돌한다는 것이다. 행안부는 기존 발의안 내용 중 도시침수방지대책위원회 설치·국가 도시침수방지대책종합계획 수립 등에 대한 이견을 수차례 제시했고 협의 끝에 지난달 말에는 행안부 요청을 받아들인 수정안까지 만들었다.

그러나 행안부는 환노위 소위 심사를 위해 필요한 부처 최종 의견을 특별한 이유 없이 20일 넘게 제출하지 않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의견 미제출 이유에 대해 “도시침수방지법안과 관련해 내부 전문가 TF를 운영해 오고 있다”며 “추가적인 전문가 의견수렴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행안부가 그간에 의견 제출을 일부러 회피했다는 의견도 있다. 행안부가 이미 수차례 전문가 TF 회의를 한 데다 그간에도 전문가 의견수렴을 들어 협의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는 것이다. 실제 기자가 지난 12일 관련 취재를 시작하자 행안부는 부랴부랴 ‘17일 전문가 TF를 열고 최종 의견을 내겠다’고 국회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태까지 약속이 이행되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행안부 요청이 반영된 수정안엔 국가 도시침수방지대책종합계획 수립은 빠졌지만 ‘특정도시하천 침수피해방지 기본계획 수립’은 남아 각 하천유역별로 침수피해방지 계획을 세우고 관련 사업을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법이 통과되면 도시 홍수 예방을 목적으로 각 유역별로 하천과 하수도에 대한 공사를 일괄적으로 진행하게 된다”며 “현재 하천 수위 위주로 예보가 진행되는 데서 나아가 하천 인근 도시의 하수도 막힘이나 저지대 침수 등 사정까지 고려한 예보도 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도 법에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여름에라도 제2, 제3의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막기 위해 이 법안 처리가 조속히 필요한 상황이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노웅래 의원은 “수차례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행안부의 복지부동이 결국 재난 대비 법안의 발목을 잡았다”며 “이번 침수는 자연재해가 아닌 부처 간 이기주의로 발생한 인재로 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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