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열풍에…韓가계빚 12년만에 14위→3위
선진국은 빚 감축 나섰지만
한국은 꾸준히 대출 늘려
韓銀 "장기 성장에 부정적
DSR 예외 대상 축소해야"
세계 최고 수준의 가계부채가 급격한 금리 인상 여파로 고스란히 가계의 빚 부담으로 가중되면서 한국 경제를 짓누르는 최대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올해 초 가계부채 증가율이 주춤하면서 디레버리징(부채 감축) 효과가 드러나는가 싶었지만, 최근 살아나는 집값과 긴축 종료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가계부채는 다시 뛰어오르고 있다.
특히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서 보듯 가계소득의 상당 부분이 빚 갚는 데 쓰이면서 가계살림 악화는 물론 투자와 성장동력마저 훼손하며 중장기적으로 성장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5%로, 주요 43개국 중 스위스(128.3%), 호주(111.8%)에 이어 세 번째로 집계됐다. 2010년 14위에서 크게 뛰어오른 것이다. 2008년 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들이 가계부채 디레버리징에 들어간 반면 한국은 '빚투' 열풍에서 보듯 꾸준히 빚을 늘려온 결과다.
공급 측면에선 가계대출이 기업대출보다 높은 수익성과 안정성을 지니고 있어 은행권의 과도한 대출로 이어졌다. 수요 측면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고 부동산, 주식 투자 열풍이 불며 대출 수요가 늘었다. 실제로 2010~2014년엔 가계대출이 증가하면 가계소비가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지만, 2015~2019년에는 가계대출이 크게 늘었는데도 불구하고 가계소비는 유의미하게 늘지 않았다. 대출금이 소비가 아닌 주택 투자 등에 들어갔다는 뜻이다.
한은은 가계 DSR 비율이 주요국 중 최상위권인 가운데 누적된 부채가 경제 전반의 성장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은에 따르면 생산성이 낮은 부동산·임대업에 대한 대출 비중은 2012년 8%에서 2019년 12%로 늘어난 반면 제조업에 대한 대출 비중은 23%에서 19%로 줄었다.
가계부채가 자산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득이 많은 가구일수록 대출이 용이해져 '빚투'를 통한 자산 불리기가 쉽다. 즉 부채가 늘어날수록 계층 간 자산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2017~2022년 소득 상위 20% 가구 중 빚을 낸 가구의 순자산 증가폭은 2억8000만원으로 부채 미보유 가구(2억5000만원), 부채 상환 가구(2억4000만원)보다 컸다.
문제는 금리 인상기가 사실상 종료된 데다 경착륙을 방지하기 위한 부동산 규제 완화에 힘입어 부동산 시장이 다시 들썩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7월 중 DSR 규제를 일부 완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인천·경기 집값은 13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이 때문에 지난 3월까지 줄어들었던 가계대출 규모가 4월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062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한은은 중장기적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DSR 예외 대상 축소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수준별 차등 금리 적용 △만기일시상환 대출 가산금리 적용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완화적 통화정책이 부채 증가로 이어지지 않도록 금리 인상과 같은 '건전성 고려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류영욱 기자 / 양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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