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식물인간 대신 배우자가 '처벌 원치 않는다'의사 못 밝혀”

김무연 기자 2023. 7. 1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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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남편을 대신해 성년후견인인 아내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법적 의사를 표시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그러나 1·2심 법원은 성년후견인이 피해자를 대신해 처벌불원 의사를 표시하더라도 이를 반의사불벌의 요건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A 씨에게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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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화 대법관 등 5명 “피해자 의사 능력 없는 경우 후견인이 의사 표시 할 수 있어” 소수 의견


김명수(가운데) 대법원장과 조재연(왼쪽)·박정화(오른쪽) 대법관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있다. 뉴시스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남편을 대신해 성년후견인인 아내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법적 의사를 표시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대법관 민유숙)는 17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으로 원심에서 금고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A 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날 전원합의체 판결은 8(다수 의견) 대 5(소수 의견)로 갈렸다. 다수 의견은 "반의사불벌죄에서 성년후견인은 명문의 규정이 없는 한 의사무능력자인 피해자를 대리해 피고인에 대한 처벌불원의사를 결정하거나 처벌 희망 의사 표시를 철회할 수 없다"고 밝혔다.

A 씨는 고등학생이던 2018년 11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에서 자전거를 타던 중 앞에 가던 60대 보행자를 들이받아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고로 피해자는 뇌가 손상돼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고, 피해자의 아내는 남편의 성년후견인 자격으로 A 씨와 합의하고 법원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상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 측 처벌불원서가 제출되면 법원은 공소를 기각해야 한다.

그러나 1·2심 법원은 성년후견인이 피해자를 대신해 처벌불원 의사를 표시하더라도 이를 반의사불벌의 요건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A 씨에게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날 전원합의체에서 박정화·민유숙·이동원·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피해자가 의사능력이 없는 경우 성년후견인이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반의사불벌죄에 관한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며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이들은 "형사소송법에 성년후견인의 대리를 허용하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지만 이를 금지하는 규정도 없다"며 "의사 무능력이라는 이유로 신상에 관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봉쇄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이나 행복추구권을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김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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