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새 테니스 황제의 포효…이제 알카라스 시대
경기 시간만 4시간27분. 역시 '세기의 대결'다웠다. 풀세트 접전 끝에 우승을 확정한 스무 살 '신성'은 코트에 누워 얼굴을 감싸 쥐며 감격해했다. 세계 남자 테니스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순간이었다.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가 메이저 대회 윔블던을 제패했다. 17일(한국시간) 영국 윔블던의 올잉글랜드 클럽 메인 코트에서 열린 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를 3대2(1-6 7-6<8-6> 6-1 3-6 6-4)로 누른 알카라스는 이 대회 첫 우승을 차지했다. 메이저 대회에서는 지난해 US오픈에 이어 통산 두 번째 우승 트로피였다.
알카라스는 경기 후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며 기뻐했다. 윔블던 5연패를 노렸다 알카라스에게 무릎을 꿇은 조코비치는 "나보다 경기를 잘한 선수에게 졌다. 우승할 자격이 있다"며 치켜세웠다.
세계 1위(알카라스)와 2위(조코비치)의 결승 대결이라는 점도 흥미로웠지만, '신구 테니스 황제'가 메이저 대회 왕좌를 놓고 겨룬 경기라 더욱 관심이 모아졌다. 2003년생인 알카라스는 지난해 US오픈 우승으로 최연소 세계 1위(19세5개월)에 올라 테니스계의 '신성'으로 떠올랐다.
조코비치를 비롯해 로저 페더러(스위스·은퇴), 라파엘 나달(스페인) 등 남자 테니스를 이끈 '빅3'의 아성을 무너뜨릴 차세대 테니스 황제 후보로 주목받았다.
결국 알카라스는 올해 윔블던에서 새로운 왕좌에 올랐다.
1세트만 해도 조코비치에게 쉽게 세트를 내줘 어렵게 시작했지만, 2세트를 타이브레이크 끝에 따낸 뒤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더 많이 뛰고 더 강하게 몰아붙여 조코비치를 압박했다.
풀세트까지 승부를 끌고 간 조코비치는 5세트 도중 경기가 잘 안 풀리는 듯 라켓을 부수기도 했다. 끝내 조코비치의 마지막 샷이 네트에 걸리자 알카라스는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우승 순간을 만끽했다. 알카라스는 우승상금으로 235만파운드(약 39억1000만원)를 받았다.
알카라스는 지난달 열린 프랑스오픈 4강전에서 조코비치에게 1대3으로 패했던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았다. 알카라스는 당시 경기 도중 다리 근육 경련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근육 경련이 일어난 게 긴장감 때문이라고 생각한 알카라스는 3년 전 도움을 받았던 심리학자에게 조언을 구하면서 멘탈을 다잡았다.
알카라스는 조코비치를 넘고서 밝힌 승리의 원동력으로도 멘탈을 꼽았다. 알카라스는 "프랑스오픈 4강전에서 진 순간부터 많은 걸 배웠다. 정신적으로 다르게 준비하면서 압박감을 갖거나 화가 나는 상황에도 잘 대처할 수 있었다. 5세트 내내 버틸 수 있었던 건 정신적인 부분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알카라스는 2000년대생 선수로는 처음 메이저 대회 2승을 달성했다. 1990년대생 중에서 메이저 2승 이상을 거둔 선수는 없었다. 모두 1980년대생인 조코비치, 나달, 페더러 등 '빅3'가 강했기 때문이다. 윔블던 남자단식에서 조코비치, 나달, 페더러, 앤디 머리(영국) 외의 선수가 정상에 오른 건 2002년 레이턴 휴잇(호주) 이후 무려 21년 만이다. 휴잇이 우승한 이후 20년 동안 윔블던에서는 페더러가 8승, 조코비치가 7승, 나달이 3승, 머리가 2승을 거뒀다.
새로운 테니스 황제가 된 알카라스는 조코비치를 이긴 게 꿈만 같은 일이라고 여기는 듯했다. 그는 "조코비치는 내게 큰 영감을 준 선수다. 조코비치를 이기고 윔블던에서 우승하는 것은 테니스를 시작했을 때부터 꿈꿔온 것이었다"고 말했다. 자신이 우승한 데 대해 의미도 부여했다. 알카라스는 "차세대 선수들이 조코비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내게도, 다른 선수들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윔블던에서 대회 5연패와 통산 8번째 정상, 메이저 통산 24승을 노렸던 조코비치는 알카라스의 벽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2018년 대회 1회전부터 이번 대회 4강까지 이어왔던 윔블던 통산 34연승 행진도 멈춰섰다. 조코비치는 경기 후 자신을 넘어선 알카라스를 높이 평가했다. "알카라스는 페더러, 나달, 그리고 내가 지닌 장점을 모두 갖췄다. 완벽하다"고 칭찬했다. 그래도 패배의 아픔은 컸다. 조코비치는 시상식에서 참았던 눈물을 흘렸고 "준우승이 마음 아프지만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이를 악물었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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