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늘어난 '빚투'… 4050 비중이 절반 넘어
신용거래융자 신규취급 금액
4월 42조, 연초보다 2배 늘어
하한가 사태 영향 5월은 주춤
신용거래 재개로 또 폭증예상
올해 들어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잠잠해졌던 개미들의 '빚투(빚 내서 투자)'가 다시 활발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가 고객에게 주식 매수자금을 빌려주는 신용거래융자 신규 취급액은 연초 대비 2배가량 증가했다. 에코프로 등 올해 국내 증시를 뒤흔든 인기 주식들의 끝없는 상승세가 이 같은 빚투 증가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다만 향후 증시 약세장이 찾아오게 되면 반대매매로 인해 주가가 급락하는 후폭풍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7일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증권사를 통한 개인투자자 신용거래융자 신규 취급액은 42조4620억원으로 연초(21조5205억원) 대비 97% 급증했다. 신용거래융자 신규 취급액은 2월 31조2602억원, 3월 39조3208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신용잔액도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3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규모는 19조2769억원으로 지난 4월에 이어 재차 20조원대에 근접했다. 이는 지난해 말 16조5186억원 대비 16.7% 늘어난 것이다. 특히 기술·성장주들이 많은 코스닥시장 신용잔액이 10조4744억원으로 코스피(9조7663억원)를 넘어섰다.
신용거래융자 신규 취급액은 개인투자자들이 신용대출을 통해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린 후 주식을 매수할 때마다 사용된 금액을 합산한 것이다. 보통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을 자주 사고파는 경향이 있어 신규 취급액이 신용공여 잔액보다 많다.
증시 상승장에서는 신용대출을 활용한 매수세 유입이 추가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올해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을 비롯한 주요 인기 주식의 주가가 한없이 오르는 데는 이 같은 신용거래 신규 취급액이 늘어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향후 증시가 약세장으로 접어들게 되면 막대한 신용거래는 반대매매의 공포로 되돌아올 수 있다.
올해 1~5월 신용거래 신규 취급액은 162조원으로 벌써 전년도 대비 52% 수준까지 올라왔다. 지난해 신용거래 신규 취급액은 총 309조원이다. 2021년 402조원에 달했던 신용거래는 지난해 23% 감소했지만 올해 들어 재차 반등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다만 5월 증권사별 신용거래융자 신규 취급액은 27조2676억원으로 줄었는데 이는 SG증권발 차액결제거래(CFD) 사태로 인해 증권사들이 증거금률을 높이고 신용대출을 중단하는 등 신용거래 투자심리가 위축된 여파로 해석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SG증권발 하한가 사태가 진정된 후 증권사들이 다시 신용거래를 재개한 바 있다"며 "신용잔액이 이후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신규 취급액 또한 크게 늘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중·장년층인 4050세대가 주식투자 과정에서 빚투를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 증권사 신용거래 비중을 보면 40대가 27%, 50대가 34%인 것으로 드러났다. 금액 규모로는 40대가 43조8761억원, 50대가 54조2463억원이다. 20대는 5조2832억원, 30대는 23조5409억원으로 집계됐다. 올 1~5월 5대 시중은행 마이너스통장 신규 개설 건수와 잔액도 40대가 각각 3만400건, 1조4000억원으로 가장 높았다.
신용거래가 증가하면서 이자 부담이 덩달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은 시중금리를 기본금리로 삼고 가산금리를 더해 신용융자 금리를 책정한다. 대부분 증권사들이 기준으로 삼는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 금리는 지난해 초 1%대에서 지난해 말 4%까지 올랐다. 현재는 3.75% 수준에서 거래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 증권사별로 개인투자자 신용거래융자 신규 취급액이 가장 많은 곳은 키움증권으로 81조9401억원에 달했다. 다음으로 미래에셋증권(38조1910억원) KB증권(35조8781억원) 삼성증권(31조5270억원) NH투자증권(31조3870억원) 한국투자증권(16조6009억원)이 뒤를 이었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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