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산업강국 함께하는 제조혁신] 데이터 공유의 마법 … 수주부터 출하까지 시간 30% 단축
김해 베어링기업 터보링크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비효율
삼성 지원으로 생산관리 개선
제작시간 획기적으로 단축
납기준수율 36%→95% 상승
◆ 스마트산업 강국, 함께 하는 제조혁신 ◆
경남 김해에 위치한 베어링 생산기업 터보링크는 고객사에 납기일을 맞추지 못하면서 여러 차례 낭패를 경험했다. 터보링크는 발전기나 펌프에 쓰이는 '유체 윤활 베어링' 관련 독자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지멘스 등 글로벌 기업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그러나 부품 생산·조립 공정이 수기로 이뤄지고 직원 개인 컴퓨터에서 엑셀로 관리되다 보니 납기를 맞추지 못하는 사례가 여러 번 발생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생산품마다 적용되는 필요한 부품이 모두 달랐다. 조립 시점까지 모든 부품을 준비해두는 작업 자체가 상당히 까다롭다는 의미다. 터보링크가 생산하는 완제품만 3만개로 베어링은 1000여 종에 달한다. 과거에는 생산품 종류가 다양해도 생산량이 많지 않아 엑셀로 관리해도 큰 문제가 없었지만 수주가 늘어나며 문제가 생긴 것이다.
예를 들어 대표 생산품 중 하나인 '수직형 베어링'에는 크고 작은 부품 57개가 들어간다. 이 중에는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부품도 있고 외부 기업에 주문해 제작하는 부품도 있다. 이 부품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조립이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부품이 어디까지 제작됐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엑셀로 관리하는 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설재훈 터보링크 차장은 "납기를 맞추지 못하면 고객 또한 생산을 멈추고 베어링이 도착할 때까지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납기를 맞추지 못해 무거운 베어링을 선박 대신 항공으로 배송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하현천 터보링크 대표는 삼성이 진행하는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지난해 11월 삼성의 공정 전문가들은 이곳에 상주하며 개선점을 살펴봤다. 특히 터보링크가 생산에 소요되는 '리드타임'을 단축하고 생산 스케줄을 관리하기를 희망하고 있어 이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삼성의 스마트공장 멘토들은 터보링크가 준비하고 있던 생산관리프로그램(MES)을 고도화하는 작업부터 진행했다.
우선 생산계획 관리 프로세스를 개선했다. 과거에는 부품 생산과 외주 주문, 조립계획이 별도 트랙으로 운영돼 서로 정보가 공유되지 않았지만 맨 마지막 단계 조립계획부터 역순으로 생산 일정을 수립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부문별로 제각각 공정을 처리하다 납기가 맞춰지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프로세스 개선으로 주문을 수주해 전산에 납품 기한을 입력하면 조립이 이뤄져야 하는 시점, 개별 부품이 모두 준비돼야 하는 시점 등이 캘린더에 자동으로 입력된다. 이렇게 되면 특정 공정 단계에서 어떤 작업이 진행돼야 하는지 한눈에 볼 수 있어 공정이 지연되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 각 공정에는 태블릿PC가 설치돼 한 공정이 추진되는 상황을 수시로 입력할 수 있다.
자재와 재고관리 방식도 개선했다. 과거에는 조립 공간에 부품을 그대로 두거나 위치를 식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자재를 찾는 데도 적잖은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각 자재의 위치를 바코드로 찍어 전산에 입력했다.
이뿐만 아니라 부품 생산에 필요한 물품도 모두 전산화했다. 베어링에 구멍을 뚫으려면 고정대를 이용해야 하지만 크기와 용도가 모두 달라 작업자가 이를 찾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이제는 바코드로 위치를 입력할 수 있어 작업 속도를 한층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변화로 대형 베어링의 경우 112일이 걸리던 생산 소요기간을 78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소형 베어링은 84일에서 59일로 생산기간을 줄여 전반적으로 제조 리드타임을 30% 단축했다. 당초 고객 납기 준수율은 36%에 불과했지만 개선 이후 준수율은 95%까지 상승했다.
공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레이아웃 개편과 자동화 설비 도입도 제조 리드타임 단축에 큰 역할을 했다. 과거에는 자재를 바닥에 보관해 공간이 부족하던 것을 선반을 만들어 수직화했다. 같은 공간에서 더 많은 자재를 보관할 수 있게 돼 자재를 찾는 시간을 아낄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생긴 여유 공간을 활용해 직원 휴게 공간도 확충했다.
금속을 연마하는 작업과 완제품을 포장하는 작업은 자동화 설비를 적용하면서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었다. 하현천 대표는 "수년간 스마트공장 도입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진전이 되지 않다가 이번 삼성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을 계기로 빠른 속도로 추진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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