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사가 렌터카업체 인수…해외진출 때 금산분리 규제 완화

앞으로는 금융회사가 국외 진출할 때 비금융회사를 자유롭게 인수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캐피탈사가 외국에서 렌터카 업체를 인수하는 경우 등이다. 금융당국은 국내 금융권의 대외 진출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는데, 다만 규제가 완화되면 금융회사가 더 많은 리스크에 노출되는 데 대한 보완책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7일 제8차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열고 국내 금융회사의 대외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금산분리 규제를 일부 완화하고 자금지원 통로도 넓혀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직 금융권의 대외 진출이 미진하고 수출 규모도 미미하다는 문제의식에 기초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캐피탈사가 국외에서 렌터카 업체를 인수해 자동차 금융 쪽 영업망을 넓힌다거나, 보험사가 외국 은행을 소유해 시너지를 내는 등의 효과를 기대한다.

일단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해 은행의 국외 비금융자회사 소유를 허용해주기로 했다. 현행법상 은행은 금융위가 지정하는 업종의 회사에 한해서만 의결권 지분을 15% 초과해 보유할 수 있다. 현재 금융위가 지정해둔 업종은 금융업 및 이와 직접 관련되는 업종뿐이다. 금융위는 올해 안에 관련 법령과 규정을 고쳐 이 범위를 넓혀줄 계획이다. 아울러 금융지주회사가 비금융 손자회사를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현행 법령에서는 자회사 업무나 금융업과 관련이 있는 업종에 한해서만 손자회사를 둘 수 있다.

금융회사가 국외 자회사에 자금을 지원해줄 수 있는 통로도 넓어진다. 현지 자금 조달이 어려운 사업 초기에 국내 계열사가 지원사격을 해줄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현행 법령상 같은 금융지주 계열사끼리는 규정된 한도 안에서만 대출이나 지급보증 등 신용공여를 해줄 수 있다. 개별 계열사 기준으로는 자기자본의 10%, 계열사 합계 기준으로는 자기자본의 20%다. 금융위는 이 규정을 고쳐 일정 기간에 한해서는 국외 자회사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를 추가 부여할 계획이다. 3년간 10%포인트를 더해주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다만 금융회사의 사업영역이 넓어질수록 리스크 전이 가능성이 커진다는 문제도 있다. 현행 금산분리 및 신용공여 규제는 경제력 집중 방지와 금융안정 확보를 위한 장치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 방안도 고민해서 내놓을 예정”이라며 “금융회사가 보유할 수 있는 자회사 업종의 범위를 얼마나 넓혀줄지, 또 지분 한도를 어떻게 설정할지 등도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