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청년 고용을 위한 '완벽한 한 팀'
"너희들 시대는 내가 살아온 세상과 확실히 다르긴 하지. 노력한다고 다 보상받는 시대도 아니고, 경쟁은 말도 못하게 치열하고, 너희가 나갈 길은 점점 더 좁아지고…."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외과과장 김 사부가 젊은 레지던트를 위로하며 건넨 말이다.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 청년들도 원하는 직장에 입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금 청년은 고용 절벽을 여실히 느끼고 있다. 취업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면서 구직자가 자기소개서 작성에 공포를 느끼는 '자소서포비아'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구직자 2명 중 1명은 이 때문에 입사 지원을 포기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별다른 사정 없이 구직도 취업도 하지 않는 '쉬었음'이라고 답한 20대가 35만7000명으로 작년보다 3만6000명이나 늘었다. 그냥 쉰 청년이 '취업준비생'이나 '취업을 위해 학원이나 기관을 다니는' 청년보다 많았으며, 20대에서만 '쉬었음' 인구가 증가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원하는 임금과 근로조건의 일자리가 없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지만 '교육·기술·경험이 부족해서'라는 응답도 바로 뒤를 이었다. 고용노동부 조사에서도 많은 청년이 '적성·흥미 파악'과 '경험·경력 부족'을 구직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으로 꼽았다. 청년이 취업준비 과정에서 직무 훈련이나 일 경험 기회를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대학 진학률이 70%를 넘는데도 여전히 취업에 필요한 경험이나 역량이 부족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정부는 물론 기업도 스스로의 인프라스트럭처를 활용해 청년 고용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러한 활동은 기업의 ESG 경영(환경·책임·투명경영)과 맞물려 더욱 확대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역시 고용부와 함께 '청년 도약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청년에게 직무 역량 향상 기회를 제공하는 여러 기업을 홍보하고 지원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정보기술(IT)·건설·웹툰까지 다양한 산업의 기업·단체가 참여하고 있고, 작년에만 청년 약 3000명이 참가해 직무 역량 향상에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기업 담당자의 열정적 모습에 감명받아 그 회사에 팬심이 생겨 취업까지 했다는 훈훈한 사연도 있다. 이렇게 경영계와 정부가 한 팀이 된 청년 고용 지원 프로그램은 앞으로도 청년 실업과 스킬 미스매치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키가 될 것이다. 다만 이러한 민관 합동 작전이 더욱 효과를 발휘하려면 근본적인 청년 고용 대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보다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해 노동시장 문턱을 낮추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곳곳에 산재한 킬러 규제를 개선해 기업이 마음 놓고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들게 해야 한다. 또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를 완화하고, 일의 가치와 성과에 따라 보상받도록 노동 관련 법·제도가 함께 개선돼야 한다.
이런 정책 공조를 통해 청년 실업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꼭 보고 싶은 장면이 있다.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마지막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김 사부가 수술실 스태프를 한 명씩 바라보면서 말하는 장면이다. 언젠가 기업과 정부 그리고 청년이 함께 이 말을 외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완벽한 한 팀이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총괄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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