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포럼] 박사 위에 중퇴
공동창업자는 대학 중퇴
CTO는 기계공학 전공
학벌·이력보다 능력 중시
세상 빠르게 변하는데
한국 교육도 달라져야
챗GPT 열풍을 이끈 오픈AI 설립자 샘 올트먼은 대학 졸업장이 없다. 그는 스탠퍼드대를 중퇴한 후 위치 기반 스타트업을 차려 큰 성공을 거뒀다. 포브스가 선정한 30세 미만의 최고투자자에 뽑힐 정도로 스타트업 초기 펀딩에 참여해 막대한 수익도 올렸다. 2015년엔 다시 오픈AI를 창업했다.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스티브 잡스 등 대학을 중퇴하고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기업인은 올트먼 이전에도 많았다. 대학을 중퇴하고 창업하는 조건으로 10만달러를 지원하는 틸 장학금이 있을 정도로 미국에서 중퇴 후 창업은 드물지 않은 일이다. '박사 위에 중퇴 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있다.
물론 이들의 성공은 중퇴 덕분이 아니라 천재성 때문일 것이다. 당장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데, 굳이 학교에서 시간을 보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그들을 창업으로 이끌었을 것이다. 하지만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회적 환경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용기를 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전공과 다른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도 흔한 일이다. 오픈AI 공동창업자인 그레그 브로크먼도 하버드대 중퇴자다. 프로그래머였던 그는 오픈AI에 참여하기 전까지는 머신러닝에 대한 조예가 없었지만, 독학과 프로젝트를 통해 오픈AI 최고기술경영자(CTO)를 맡을 정도로 전문가가 됐다. 현재 오픈AI 회장인 그의 뒤를 이어 CTO 자리에 오른 미라 무라티 역시 컴퓨터공학이 아닌 기계공학 전공자다. 석·박사 학위가 없음에도 그는 '챗GPT의 어머니'로 불린다.
지난달 한국을 찾은 올트먼은 국내 스타트업 창업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픈AI에는 학위가 없는 사람이 많다. 학부 과정만 끝낸 사람도 있고, 대학원을 마친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전공과 다른 일을 한다. 우리는 경력이나 배경, 이력서보다 그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직원의 직무 전환을 돕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브로크먼은 "수학을 알고 있거나 배우려는 의지가 있는 프로그래머라면 누구나 딥러닝 전문가가 될 수 있다. 다시 초보자가 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정신적 장벽이 있지만, 실패를 통해 배우면 짧은 시간 안에 성공할 수 있다"며 자신의 경험을 전했다. 인공지능 활용의 신기원을 연 챗GPT 뒤에는 다양한 학력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능력과 비전을 펼칠 수 있는 포용적 문화가 있었던 것이다.
학생들이 투자를 받아 회사를 만들고, 그렇게 키운 회사를 되파는 것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실리콘밸리에서는 꿈을 갖고 창업에 도전하는 일이 흔하다. 꿈을 꾸지 않으면 오히려 뒤처지는 느낌이다.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스탠퍼드대 출신은 평균 16%가 재학 중 또는 졸업 후 창업에 나선다.
반면 한국 학생들은 초등학생 때부터 선행 학습과 입시 지옥에 빠져 창의력을 잃어가고,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는 꿈도 미뤄둬야 한다. 대학 중퇴는 더욱 쉽지 않은 선택이다. 명문대를 중퇴하는 학생도 있지만, 이들은 대부분 의대 진학을 위해 학교를 떠난다. 많은 인재가 공기업이나 대기업에 취업해 안정적으로 일하는 삶을 선호한다. 학벌은 '평생 따라다니는 꼬리표'라는 인식도 여전하다.
챗GPT는 더욱 빠르게 변할 세상을 예고했다. 대학에 가지 않아도, 대학을 중퇴해도, 전공과 다른 분야에서 일해도 능력만 있다면 성공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인재들이 이력서가 아닌 꿈을 품고 세상에 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달라져야 한다. 킬러 문항 몇 개를 수능에 출제할지 말지를 놓고 논쟁을 벌일 때가 아니다.
[이은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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